[Opinion] 제주문화여행: (1)'충동적 여행'의 시작 [여행]

‘제주문화여행’이라는 나름대로 거창한 제목도 지어봤다.
글 입력 2016.01.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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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무계획’ 혹은 ‘충동’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충동’이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여행에서의 ‘충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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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두멩이골목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난다고 한들, 옆에서 잔소리를 하거나 핀잔을 줄 사람이 누가 있으며,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 경우도 드물다. 오히려 하나하나 세심하게 계획을 짰던 여행보다 이 무계획의 여행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기대’라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기대’하는 바가 많아질수록,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점점 늘어나는 기대를 백퍼센트 다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충동적 여행’에는 ‘기대’라는 것이 없다. 그저 익숙했던 장소로부터 ‘떠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지만, 새로운 어딘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감정이 변하고 행동이 변한다. 여기서 얼마나 멀리 떠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의 심리상태가 ‘여행 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그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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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두멩이골목
 


이번 제주도 여행이 나에게 바로 이와 같았다. 전혀 계획에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없이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렸던 것이다. 최근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항공권 특가가 자주 풀린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아침에 눈을 떠 습관처럼 폰을 만지며 우연히 접속한 그곳에서 제주도행 티켓이 남아있을 줄이야.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의 제주도행 항공권이 기적처럼 나를 위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매완료’. 이벤트로 진행한 가격이라 환불도 안 된단다. 그렇게 나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던, 계획에 없던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뭘 할 거냐고 묻는다. “몰라, 그냥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돌아올 거야.” 정말 조용한 여행이었다. 앞서 길게 말했던 것처럼, ‘기대’라는 것이 없어서 그랬을까, 짧은 여행이었지만 꽤나 큰 만족감을 안고 돌아왔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만난 것들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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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단 한편의 글로 다 담아내기에는 뭔가 아까웠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 이야기가 서론부터 이렇게 길어져버렸다. ‘제주문화여행’이라는 나름대로 거창한 제목도 지어봤다. 그리 많은 곳을 가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방문했던 장소 중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죽이 잘 맞아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때의 즐거움처럼, 계획도 별 다른 정보도 없었지만 가기로 마음먹고 찾아서 갔던 곳은 예상보다도 더 좋았다.

갑자기 수업이 휴강해 계획에 없던 휴일이 생기면 평소의 휴일보다 괜히 더 여유롭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정말 우연히 만나서 더 좋았던 작가와 작품들도 있었다. 그렇게 마주한 것들을 비록 짧지만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난 분들이 나와 같은 ‘충동적 여행’을 저지르길 바라면서.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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