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크리스마스 트리에 담긴 마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12.2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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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니 크리스마스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밖에 나가면 추위에 얼얼해지는 두 뺨과 손 끝을 느끼고, 거리를 거닐면 화려한 전구로 둘러진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가 끝나가고, 한 해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다. 서양의 모습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시기의 거리 모습은 상당히 휘황찬란하다. 반짝이는 불빛, 알록달록한 오너먼트들, 화려한 색을 두른 예쁜 리스까지. 그리고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정점을 지키고 있는 것은 역시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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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에 커다란 트리가 들어선다. 백화점, 카페, 음식점 등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데에 여념이 없다. 각 가정집에서도 나름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꾸미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하면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생각은 곧잘 들지만, 생각해보면 왜 하필 나무를 꾸미며 장식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왜 꾸미게 되었을까? 어떤 식으로 변화해 왔고, 현대에 이르러선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본래 크리스마스 트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전나무 등의 침엽수에 등을 장식하거나 금은으로 장식을 한 것을 말한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기독교와 천주교의 큰 명절이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종교를 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종교적인 기록에 따르면 고대 애굽에서 지낸 때의 나뭇가지 장식이나, 로마 축제 행렬에서 사용한 촛불을 단 월계수 장식 등을 기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널리 보급된 것은 의외로 근래의 일이다. 19세기에 이르러 미국과 영국 등지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되었다. 따라서 비교적 근래의 역사에서 기원을 찾아보자면, 마르틴 루터의 이야기와 독일 전통 문화에서 온 크리스마스 트리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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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르틴 루터는 크리스마스 이브 밤 중에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산책 중이던 마르틴 루터는 깜짝 놀랐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숲 속은 워낙 울창하기 때문에 빛이 잘 들지 않고 어두운 것이 당연한데, 그 날 따라 평소 어둡던 숲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살펴보니 전나무 위에 쌓인 소복한 눈이 환한 달빛에 비쳐서 주변을 반짝이게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순간 마르틴 루터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 같지만, 예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밝은 빛을 비추일 수 있는 존재라고 깨달은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가져왔고, 그 위에 눈 모양과 빛, 불 등을 장식했다. 이것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현재 실존하는 문화재에서 단서를 찾자면, 독일 문화권에서 행해졌던 나무 장식이 가장 오래된 풍습으로 꼽힌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관련된 가장 오래된 문화재로는 16세기 초 L. 크라나하의 동판화가 있으며, 알자스 지방의 여행기 ‘트라스부르’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색종이로 만든 꽃, 사과, 설탕 등을 장식한 나무를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래 기독교의 종교적인 의미로 설치된 것이기도 하지만, 독일 각지에서는 예로부터 동지나 신년에 상록수의 가지를 창이나 천정에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상록수를 생명력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상록수 뿐만 아니라 트리에 장식된 음식물이나 등불에도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와 악마를 방지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기독교와 게르만의 전통적인 신년제, 수확제와 종교적 행사가 결부되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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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 장식에도 각각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맨 꼭대기에는 보통 커다란 별을 장식하게 된다. 이 별은 예수가 태어나던 날 베들레헴에 나타난 큰 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별빛을 통해 온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장식을 한다고 전해진다. 또한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장식이 구슬과 지팡이인데, 이 두가지 오너먼트 역시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슬은 본래 빨간색의 구슬만 달았다고 한다. 빨간 구슬로 사과를 상징했기 때문으로, 선악과를 상징하기도 하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열매를 상징하는 의미로 트리에 장식된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지팡이는 일반적인 지팡이와 달리 하얀색과 빨간색이 합쳐진 지팡이이다. 지팡이에는 사람들이 올바르게 인도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빨간색을 통해 예수의 십자가를 의미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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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가치관, 기술, 소재가 공존하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부여하는 의미도 더욱 다양해졌다. 한 예로, 강동구청 앞 분수광장에는 높이 6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독특한 점은 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재료이다. 멀리서 보면 일반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녹색 플라스틱 박스를 기반으로 그 위에 장식된 냄비, 전화기 등의 일상 용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강동구청이 계획하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정크 바이 트리(Junk x Tree)’이다. 환경파괴를 상징하는 쓰레기와 친환경을 상징하는 나무와의 화해를 크리스마스 트리에 담아내었다. 이 트리를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이 트리에 사용된 플라스틱 박스와 폐품들이 실제 강동구 각 지역에서 수거해온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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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로비에는 ‘책트리’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냥 트리가 아니라, 트리 형태로 만든 대형 목재 책장에 직원들이 기부한 800여권의 책들을 쌓은 트리이다. 이 위에 전구와 트리 장식을 더해 완성했다. 일반 크리스마스 트리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책트리의 경우 지역 내 도서관으로 이동되어 책꽂이로 재활용된다. 그리고 책트리에 꽂힌 책들도 도서관에 기부된다. 책트리는 독서의 가치와 나눔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연말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LED 조명으로 꾸며진 ‘디지털 자선 트리’를 설치했다. 이 트리는 옆에 설치된 기부봉을 잡으면 그 횟수만큼 현대백화점이 연탄은행에 연탄을 기부하게 된다. 또한 트리와 연결된 단말기에 지폐나 동전을 넣으면 조명의 색상이 변하기도 한다. 이 디지털 자선 트리는 우리로 하여금, 이 추운 겨울, 이웃에게 따듯한 마음을 나누도록 돕는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지닌 여러 상징과 의미들. 이전에는 아무 의미 모르고 지나쳤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트리의 장식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이제 크리스마스 트리는 우리에게 종교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퍼뜨리는 존재로 자리했다. 그저 화려하게 장식된 나무라 예쁘다기 보단 그 안에 담긴 마음들이 참 예쁘다.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우리 마음 속에도 한번,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보는 건 어떨까. 





* 참고 자료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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