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를 위한 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 [문화전반]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해결책을 도모하다.
글 입력 2015.12.06 2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모두를 위한 희망의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매슬로우.jpg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도식화하고 그 중요도에 따라 하위욕구부터 상위욕구로 구분하였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선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그 다음단계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게 되며, 모든 하위 4개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가장 상위단계의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르게 된다. 어떤 상황에 대입해 보면 맞아 떨어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이 모든 인간의 욕구충족단계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교적 하위단계인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도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욕구가 먼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또한 꿈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많은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애정의 욕구, 안전의 욕구 등의 하위 욕구가 만족되지 않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스스로 하위단계를 포기하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먼저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 사회에는 가난으로 인해 하루하루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만 급급하고 다른 것에는 관심 둘 여력이 없는 이른바 빈곤층들이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하는 가난한 이에게 수많은 복지혜택이 제공되지만, 사실상 그것에 의지하여 빈곤층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을 갖기란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복지혜택라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손안에 주어진 모래처럼 금방 흩어지게 마련이다. 기술교육도 재활프로그램도, 금전적 지원도 그들의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2012-10-18-Shorris.jpg
 얼 쇼리스 (Earl Shorris : 1936 ~ 2012)


 이에 빈곤의 문제에 대한 책을 준비 중이던 미국작가 얼 쇼리스는 교도소에서 만난 한 제소자와의 대화 속에서 ‘빈곤’이 정신적인 불만족에서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뭘까요’ 라는 뜬금없는 질문에 한 여성제소자가 ‘우리에게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이죠. 그것은 극장, 연주회, 박물관, 강연 같은 것들을 말하는 거에요’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그는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언급한 가난의 원인을 인문학적 교양의 부재로 보았다. 마음 속에 인문학적 소양을 지니고 정신적으로 품위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쉽사리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는 없으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럼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학, 사학, 철학등을 말하는데 얼 쇼리스는 이에 예술과 논리학까지 포함시켰다. 곧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과 결부된 모든 학문을 인문학으로 정의한 것이다. 그리고 1995년, 그는 처음으로 노숙자, 빈곤층, 마약중독자를 대상으로 인문학교육을 무료로 실시하였는데 그 강좌의 이름이 <클레멘트 코스>이다.

 그는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눈앞에 주어지는 금전적 보조가 아니라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스스로가 남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 대해 자기가 말하고 설명할 수 있는 힘과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문학을 통해 클레멘트 코스 졸업생들을 하나의 인격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시켜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흡수시킨것이다.


‘위험’한 힘 <클레멘트 코스> (자료제공: EBS)


 인문학이란 대학의 학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인 유희거리가 아니다. 인문학이란 우리 모두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적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 질문이고 우리 존재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란 힘든 일이다. 왜 뛰는지 모르고 막 뛰어가기란 너무나 힘든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의문을 갖고 자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을 물질적 가치로 평가하고 사람의 존재에 조차 값을 매기는 현대사회에서, 하루하루 사회의 가치기준에 맞춰 살아가기에 급급한 빈곤층에게는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삶의 원동력을 찾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지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클레멘트 코스를 들은 이후 수강자들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클레멘트 코스는 의사, 철학박사, 간호사, 패션디자이너, 영문과 교수 등의 수료생을 배출한 것이다. 물론 직업만으로 그들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수강생들 중 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모멸감을 극복하고 그들의 삶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는 부분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비단 이런 사례가 꼭 빈곤층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상당한 경제적인 부를 누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끝없는 경쟁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높아만 가는 사회적 이목에 자신을 맞추어 가려고 하다 보니, 스스로의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 또한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또한 한편으로는 인문학을 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과 인문학 기피현상 때문에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기가 급급한 때일수록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살아갈 이유를 제시해 주는 인문학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25294238532FD71A0DDAEC.jpg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과정: 국내에서도 클레멘트 코스의 성공사례를 주목하여, 2005년 대한성공회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강의 ‘성 프란시스 대학’을 실시하였다. 또한 서울시에서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사회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희망의 인문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동영상: 얼 쇼리스의 희망수업 동영상 (47:25)>





* 참고자료 : <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코스 기적을 만들다> (출판: 이매진)



Art Insgiht Tag_정미연.png


[정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