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하기[시각예술]

글 입력 2015.12.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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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 하신 분들 혹은 볼 계획이 있는 분들은 영화를 보시난 뒤에 기사를 읽어 주세요. 영화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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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이제 3포 세대를 넘어 7세대로 불린다. 이제 사회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라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청년들은 21세기를 살아가며 신분까지 얻게 되었다.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다. 청년들은 부모 혹은 조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새로운 계급을 얻게 되었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청년들의 이러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얼마 전 이 영화의 여주인공 이정현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이 영화제는 실시간 검색어가 오르기도 했다. 관객 43,690명이 본 독립영화 여주인공이 관객 천 만 명이 선택해 흥행한 상업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전지현을 제치고 수상했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물론 독립영화 관객 30,000명은 상업영화 관객 천만 명과 같은 수치라고는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매력 때문에 유수의 영화제와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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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chapter 1(부제: 심리치료)은 아무리 여주인공 수남(이정현)이 열심히 살려 노력해도 더욱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수남은 심리 치료사 경숙(서영화)을 감금하여, 그 동안 자신이 살아 온 삶을 털어 놓는다. 수남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격증 14개를 딸 정도로 열심히 살았지만, 컴퓨터에 밀려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된다. 가까스로 공장 사무실에 취직하여 결혼까지 하지만 그 이후의 삶도 녹록치 않다.

chapter 2(부제: 님과 함께)는 여주인공 수남의 삶이 더욱 꼬여 가는 과정을 극적인 장치를 이용하여 과장해서 보여 준다. 수남의 남편 규정(이해영)은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잃는다.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지내는 남편이 걱정된 수남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열심히 ‘일’만 하고 산다. 규정은 예전부터 미래의 자식을 위해 집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살았던 사람이다. 수남은 이런 남편 규정에게 집을 사줌으로써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 7년을 꼬박 일만 한 수남은 대출 1억을 얻고 드디어 집을 장만한다. 그러나 남편은 자신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한 아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자살을 시도한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남편은 이제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다. 수남은 이제 남편의 병원비 때문에 고시원에 살면서 또 열심히 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남의 집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수남은 남편과 행복하게 살 희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았다. 재개발 선정에서 탈락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수남 집의 재개발 계획은 위태로워진다.

chapter 3(부제: 신혼여행)은 가까스로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 끝에 수남이 남편과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 것을 보여준다. 여주인공 이정현이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은 부분이 나오는 곳이다. 수남은 영화 전체에 드러나 감정을 압축하여 표정 하나로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청룡영화제가 배우 이정현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수남은 분명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광기어린 모습은 웬만한 배우가 표현하기에 쉽지 않아 보였다. 또한 이 영화는 7포세대 현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뚝심 있게 하나의 주제 의식을 보여 준다.

물론 이 영화에도 옥에 티는 있다.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속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또한 영화는 ‘7포 세대’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만 있다. 즉, 영화는 7포세대의 암울한 현실만 보여줄 뿐 7포 세대가 만들어진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은 다루지 못 했다. 이는 자칫하면 관객들에게 암울한 사회 현실에 분노와 무력감만 느끼게 할 여지도 있다.

사실 7포세대인 청년들 역시 젊음의 최대 특권인 꿈과 희망을 버리고 싶진 않을 것이다. 분명 지금의 사회는 청년들에게 가혹하고 매섭다. 하지만 청년들은 희망과 꿈을 지키기 위해 이 사회의 가혹함과 매서움을 보고 인식해야 한다. 이 지점이 사회가 변화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적어도 사회의 부조리함을 인식하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미지 자료 출처
국민일보 기사 [세대기획] 아픈 청춘... 5포 → 7포 넘어 'n포 세대' 좌절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틸컷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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