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문학]

글 입력 2015.12.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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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첫 눈이 온지는 며칠 지났지만 펑펑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정말 겨울이 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2015년도 12월 한달을 아니,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올 해를 돌이켜보며 후회와 반성으로 얼룩진 12월을 보낼 수도, 바쁘게 살아간 스스로를 칭찬하며 보낼 수도, 어서 빨리 2016년이 오기를 혹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보낼 수도 있습니다.
2015년의 마지막을 각자의 방식대로 보내고 있는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좋은 시인 한 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하재연.jpg
 
하재연

출생 - 1975년
데뷔 - 2002년 문학과 사회 등단
수상 - 2002년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01. 조금 다른 토요일

토요일은 밤이 좋아, 하재연

밤이 스며들고
너는 암전된다

네 검은 무늬가 내 눈동자를 빗금 친다

너는 물끄러미 침대에 앉은 금발머리 여자
목소리가 듣기 좋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물결이 넘실대고

이건 분명히 들어본 노래다
쇼의 비밀을 알아버린 슬픈 안경잡이

내 입이 조금씩 벌어진다

너는 흔들리는 토요일의 눈동자
기포들이 공중에 흩어질 때

네가 부르던 노래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다

푸른 물결이 방울 떠다닌다
이 노래는 기분이 좋다


모든 시는 독자의 방식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해제 하지 않으려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02. 어긋남, 그 진공의 고요함

0도의 밤 , 하재연

거의 도착한 그 곳에
나는 와 있지 않다

구부러진 시간의 반대편에서
누군가 한 번 더 사랑을 경험하고 있었다

타인처럼
잠든 후처럼


개인적으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타인처럼/ 잠든 후 처럼' 한 번 더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요.
저는 어긋남에서 오는 침묵 그리고 그 고요함이라고 생각합니다.



03. 달콤해서 녹아 없어지는 것,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달콤한 것

밀크 카라멜 , 하재연

나랑 그 애랑
어둠처럼
햇빛이 쏟아지는 스탠드에
걸터앉아서

맨다리가 간지러웠다
달콤한 게 좋은데 왜 금방 녹아 없어질까
이어달리기는 아슬아슬하지
누군가는 반드시 넘어지기 마련이야

혀는 뜨겁고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것
부스럭거리는 마음의 귀퉁이가
베어 들어가는 땀으로 젖을 때

손바닥이 사라지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처럼
기울어지는 어깨를
그애랑 맞대고서
맞대고 나서도
기울어지면서



언제나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기는 법입니다.
동시에 어디에나 끝은 있기 마련입니다.
'어둠처럼 / 햇빛이 쏟아지는' 상황이 있듯,
달콤한건 금방 녹아 없어지듯 말이죠.






이미지 출처 : 리민쓰다 (http://blog.naver.com/fly2l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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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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