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침묵의 봄을 일깨울 철사로 태어난 새들 [시각예술]

철사 아티스트 김은경 씨의 작품이야기
글 입력 2015.11.3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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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으로 일컬어지는 《침묵의 봄》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였다. 이 책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은 'TIME'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자 보호주의자인 레이첼 카슨의 뜻을 이어받아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철사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김은경 씨이다.

  그녀는 일상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하여 작업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품과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샵을 통해 재료 선택과 최소화의 중요성, 재활용, 해체와 재구성, 사물을 다르게 보는 법을 이야기하고 레이첼 카슨과 그의 유산을 전하고 있는 김은경 씨. 2013년 3월, 서울 대학로에서 김은경 씨는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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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ed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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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등 환경오염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가장 먼저 고통 받는 것은 동물들이다. 그리고 점점 인간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죽은 후 찾아오는 침묵의 봄, 적막한 하늘아래 사람들만이 몰려있는 것을 형상화한 듯 보인다.



Dead Bird 2013

  버려진 포장용 철사의 금박을 벗겨내 죽은 새를 만드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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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에게, 생물을 생명체라고는 부르지도 못할 만큼,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릴 권리가 있는가? 방종하고 잔인한 수단으로 이 가련한 생명들의 목숨을 끊어버릴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가?" 
레이첼 카슨, '동물 기계들' 머릿글, 1964
     
  금박이 벗겨진 철사로 죽은 새의 형상을 만든다. 일회성으로 버려질 철사들이 김은경 씨의 손에 닿아 작품으로 읽힌다. 침묵의 봄을 몰고 올 새들의 시체를 통해 레이첼 카슨의 경고를 떠올린다.



Silent Spring 2012

 달력 해체 과정에서 용수철 철사를 구부려 새를 만들고 있다.
그린캔버스(greencanvas.com)의 달력을 작업하며 용수철 제본의 대안을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이후 제본이 없는 달력을 제작하였다.
달력 용수철을 재료로 한 연작을 통해 재료와 공정의 최소화, 조립과 해체, 폐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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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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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시골의 인공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종종 자기가 살고 있는 행성의 진정한 본질과 그 긴 역사(인류가 존재한 것은 그 속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는)에 대한 안목을 잊어버린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감각은 긴 대양 항해에 나서 날마다 파도가 넘실대는 수평선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밤에는 머리 위의 별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지구의 자전을 인식하고, 물과 바다만 존재하는 이 세계에 홀로 서서 우주에서 자기가 사는 행성의 외로움을 느낄 때, 가장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육지에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물의 세계이며, 대륙은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수면 위로 잠시 솟아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1951

  홀로 가만히 앉아있는 인간을 형상화함으로써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레이첼 카슨은 ‘자연아래서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인 자연은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지독한 외로움에 사무친다면 때론 자연의 가르침을 받아 대지 위의 평안함을 느껴보자. 



hang in 2013

야채 한 단을 묶는 철사를 수집·해체하여 모빌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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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alance Has Been Reached 2013

야채 한 단을 묶는 철사를 수집·해체하여 모빌을 만들었다.
주제와 재료, 도구, 작업 전 과정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작업물로 일상 속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쓸모를 다해 버려진 철사를 재료로 선택하였으며 간단한 도구(니퍼)를 이용해 손으로 제작하였다. 생물 종의 다양성, 공존과 균형의 가치를 짚어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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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몇 년이 아니라 수천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적절한 균형상태에 도달했다. 이렇게 시간은 생명체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 요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충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a series of hand object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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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이주, 썰물과 밀물의 갈마듦, 새봄을 알리는 작은 꽃봉오리, 이런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뿐더러 어떤 상징이나 철학의 심오함마저 갖추고 있다. 밤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고,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오는 일. 이렇게 되풀이되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상처 받은 모든 영혼이 치료받고 되살아난다."
레이첼 카슨, 센스 오브 원더, 1965

  아직 우리의 손으로 자연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a series of balance object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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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레이첼 카슨은 자연이 오랜 시간동안 일궈온 생태계의 균형을 인간들이 효율성이라는 명목아래 제멋대로 바꾸는 바람에, 해충의 수가 막대하게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젠 그것들을 몰살시키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느라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에 이로운 익충들까지도 죽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미래의 후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라고. 



who are w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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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서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도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1962



Letter to Rachel Carson 2013


가끔씩 수첩 한구석에 그려온 작은 썸네일 스케치를 철사로 옮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철사 작업을 구상하던 어느 날,
달력 위의 동그랗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다리 모양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즉시 달력의 철사를 한 부분만 남겨놓고 풀어내 달력 위에 앉아있는 새의 모양으로 만들었고, 그린캔바스에서 주최하는 2012녹색여름전에 출품하였습니다.
하나 둘 늘어난 달력 위의 새들에게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수 년 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대학 새내기였던 2005년, 글쓰기 교양수업 과제로 교내 신문사가 주최한 편지쓰기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편지의 수신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레이첼 카슨이었습니다.
레이첼 카슨과 운명처럼 다시 마주한 그 해는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년 되던 해였습니다.

1962년 출판된 환경고전 '침묵의 봄'은 DDT 등 유독성화학물질의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지구생태계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조화롭고 아름다웠던 마을이 오염되어 새들이 사라지고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다는 짧은 우화로 시작됩니다. 

50주년이 지난 새 봄에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을 기리는 전시를 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윤호섭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2013년 3월 서울 대학로의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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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to Rachel Carson 2015


일주일간의 세 번째 개인전 마쳤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에 상주하며 작가와의 대화,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했습니다.

가끔씩 수첩 한구석에 그려온 작은 썸네일 스케치를 철사로 옮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고 철사 작업을 구상하던 어느 날, 달력 위의 동그랗게 감긴 부분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새의 다리 모양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즉시 달력의 철사를 한 부분만 남겨놓고 풀어내 달력 위에 앉아있는 새의 모양을 만들었고, 바로 그린캔바스에서 주최하는 2012년 녹색여름전에 출품하였습니다.

하나 둘 늘어난 달력 위의 새들에게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수 년 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가 생각났습니다. 대학 새내기였던 2005년, 글쓰기 교양수업 과제로 교내 신문사가 주최한 편지쓰기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제 편지의 수신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레이첼 카슨이었습니다.

레이첼 카슨과 운명처럼 다시 마주한 그 해는 '침묵의 봄'이 출판된 지 50주년 되던 해였습니다. 50주년이 지난 새 봄에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을 기리는 전시를 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윤호섭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2013년 3월, 서울 대학로의 이음책방 갤러리에서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열어 두 번째 편지를 띄웠습니다.

화려한 금박치장을 벗겨내니 애처롭도록 벌겋게 녹슬어 있는 포장용 철사를 애틋한 마음을 담아 새 모양으로 빚어냈습니다. 이 후 생물종의 다양성, 공존과 균형의 가치를 짚어보며 모빌과 사람, 손 등 크고 작은 오브제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레이첼 카슨의 영감을 전하는 자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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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쉬워 보일지라도 그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앞으로도 저는 철사 작업을 계속하면서 전시와 워크숍으로 국내외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에요. 참가자들이 함께 새를 만드는 그 순간만이라도 지구와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그동안은 벽과 천장에만 작품을 걸었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서가 안 작디작은 상자 안에 담는 게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더 다양한 방법으로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져서, 틈틈이 만든 스크랩북으로 책도 쓸 생각이에요.”
한국전력 사외보 <빛으로 여는 세상> 中 김은경 씨의 말


  “자연을 지켜주고 싶다.”는 레이첼 카슨의 신념은 세대를 뛰어넘어 현재, 김은경 씨의 꿈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앞서간 발자국을 또 누군가 뒤따르리라 생각한다. 두 여인의 용기는 세상을 바꿨고 현재진행중이다. 침묵의 봄이 오지 않도록 철사의 새들이 비상하길 바란다.





참조
한국전력 사외보 <빛으로 여는 세상>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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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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