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완동물을 키우며 파괴적 욕구를 느낀다면? “샌드킹” [문학]

글 입력 2015.11.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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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살면서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 있는가?
키워본 적이 없더라도, 어릴 때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갖고 논 적이 있는가?
아마 개미의 길을 방해하거나 개미집을 무너뜨리는 장난 정도는 해보았을 것이다.

여기, 우리보다 작은 생물을 소재로 우릴 소름 끼치게 만드는 단편 소설 한 편이 있다.
바로 조지 R.R. 마틴의 <샌드킹(Sandkings)>이다.
우선 작가 소개부터 보도록 하자.


George-RR-Martin.jpg


조지 R. R. 마틴은 미국 출신의 작가로 SF와 판타지, 호러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냈다. 그는 1971년에 <히어로>로 입문, <라이라의 노래>로 휴고상을 받고 1979년에는 오늘 소개할 <샌드킹>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 밖에도 많은 상을 수상한 조지 R. R.마틴은 방송작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판타지 애호가들로부터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얼음과 불의 노래>시리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Sandkings-George-RR-Martin.jpg 
조지 R.R.마틴 - <샌드킹(Sandkings)>


샌드킹은 미래의 행성에 사는 사이먼 크레스의 이야기다. 사이먼 크레스는 특이한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여기서 애완동물은 우리가 본 적 없는 외계 생물이다) 크레스는 동물들을 애정으로 보살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미와 만족을 위해서 키운다. 그래서 동물들이 죽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골치가 아파지면 내쫓아 버린다. 
이미 특이한 애완동물을 많이 키워본 사이먼 크레스. 그는 희귀하고 신기한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앞에 특이한 애완동물샵 하나가 나타나고, 그는 거기에서 처음보는 생물 '샌드킹'무리를 산다. 

스스로 모래성을 짓기도 하며 자기들끼리 전투도 하는 샌드킹들. 샌드킹은 자신을 키우는 사람을 신으로 생각해 주인 얼굴을 본떠 성에 조각을 한다. 이런 신기한 생물체에 크레스는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기가 하는 행동에 따라 샌드킹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한다.


Sand_Kings.jpg
(위 이미지는 TV시리즈화 된 샌드킹 장면이다) 


일부러 먹이를 주지 않아서 전투를 조장하거나 다른 동물과 싸움을 붙이는 크레스. 시간이 흘러도 샌드킹에 대한 과도한 흥미를 버리지 못하고 급기야 사람을 먹이로 줄 생각까지 한다. 샌드킹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크레스의 얼굴을 그대로 조각한다. 이것을 본 크레스는 화가 나서 샌드킹에게 잔혹하게 대한다. 단지 특이한 애완동물을 원했다가 점점 잔인한 본성을 드러내는 크레스. 그는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징그러운 생물체나 거미를 아주 싫어하는데, 소설 읽는 내내 그런 곤충들의 모습이 연상돼서 좀 힘들었다. 하지만 결말이 궁금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만약 심심하거나 지루할 때 빠르게 단편 하나 읽고 싶다면 이 호러 소설이 제격일 것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독자들도 샌드킹에게서 어떤 공포를 느꼈을지 모른다. 우린 우리보다 작고 약했던 곤충이라도 거대하게 변하면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많은 곤충 공포영화에서 나왔듯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생물체에게서도 공포를 느낀다. 그 생물체가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르는 두려움, 나와 전혀 다르지만 아는 게 없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두려움...... 크레스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역으로 바뀌거나 불확실해지면 공포와 혼란을 느낄 것이다.

샌드킹은 인간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집단을 위해 같은 종끼리 먹어치우지만, 자신과 다르고 훨씬 강한 적이 나타나면 일심동체가 된다. 인간들도 지금은 투닥투닥 싸우지만,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들이 나타나면 샌드킹들처럼 합심하지 않을까?


cringe01.jpg


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고민했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두고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가"

비록 크레스처럼 잔인하게 굴진 않았지만, 나 또한 나보다 약한 동물이나 곤충에게 멋대로 한 적이 있다. 비단 곤충이나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내 입장에선 정성껏 대하는 것이더라도,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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