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로크 문학의 꽃, 칼데론의 희곡 : 인생은 꿈 (La vida es sueño)

그녀의 명예는 그리도 쉽게 회복되는 것이었을까
글 입력 2015.11.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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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1일, 대학로 여우별 씨어터로
칼데론의 희극, "인생은 꿈"을 만나고 왔다.
아무래도 바로크 문학인 희곡을 극으로 올린 작품이기에,
연극이 즐거울까 기대되는 마음 보다는
내가 이해하기에 어렵진 않을까 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2015_작은신화_인생은꿈_포스터.jpg
 
 
 극이 시작되자, 요즘 일상 대화에선 쓰지 않는 말투의 두 인물이 등장했다. 그래서 조금은 이질감을 느꼈다. 뭔가 대사가 내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듣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에 이어 모든 등장인물은 그 시대에 어울리는 복장과 머리 모양을 하고 한 명씩 차례차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히 시놉시스와 줄거리, 등장인물을 미리 알고 갔는데도 이 작품이 기존에 내가 보아왔던 연극들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이유는 장르가 아무래도 희곡(戱曲, drama)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시와 소설, 비평(批評)과 함께 문학의 한 장르인 희곡은 문학(文學, literature)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로서, 특히 무대 공연을 위해 쓰인 대본을 가리킨다. 희곡의 언어 중 대화(dialogue)나 독백(獨白, monologue : 한 사람의 등장인물에 의해 혼잣말처럼 다소 길게 말해지는 것)은 연극을 보며 많이 접해봤지만 방백(傍白, aside : 옆에 있는 사람이 들리지 않고 관객에게만 들리는 것처럼 말해지는 것)의 형태 또한 처음 접해봤기에 인물들이 초반에 대사를 내뱉었을 때(방백을 할 때) 어색하기도 하였다.


사진1.jpg
 

시놉시스

점성학에 매료된 바실리오왕은 자신의 아들인 세히스문도(Segismundo) 왕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보여준 여러 가지 징조들을 통해 자신의 나라인 뽈로니아에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실리오왕은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발표하고 왕자를 산속 깊은 탑 안에 숨겨서 자라도록 한다. 세월이 흘러 왕자가 장성하자 왕은 비로소 왕자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 밝힌다. 왕은 충실한 신하인 끌로딸도에게 만약 세히스문도가 예언대로 재앙을 가져올 악인이라면 다시 잠을 재워 그가 왕자였던 잠시의 순간을 ‘꿈’이라고 믿게 만들자고 제안하는데...

 

 희곡이라는 장르도, 민담드라마(Märchendrama, 동화극)라는 희곡의 형식도 내게는 새로운 장르였다.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왕자님이 등장하고, 그는 감옥에 갇혀있는 설정이었다. 왕자가 자신의 신분을 찾아 진짜 왕자가 되었다가 다시 감옥에 갇혔다가 조력자의 도움으로 또 다시 왕자가 되는, 신분이 여러 차례 바뀌는 모티브까지 더해지니 뭔가 더욱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전개될 거라 생각한 내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 만나본 "인생은 꿈"은 내용이 진행될 수록 어딘가 예측할 수 있는 전개로 흘러가고 있었다. 120분의 긴 스토리를 가지고 그 모든 줄거리의 내용이 차례대로 전개되니 조금은 지루해지기도 했다. 정말 연극을 보고 나온 후 시계를 보니 거의 135분이 흘러있었다.


사진3-흥미진진한 전개와.jpg
 
 
 그래도 흥미로웠던 건 인물들 간의 관계였다. 이리 저리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일반적으로 왕위를 두고 다투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내가 주목했던 역할은 로사우라 라는 여성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말하던 그녀는 나의 명예를 실추시킨 그에게 어떻게든 복수를 하겠다는 그 의지가 굉장했다. 복수를 하겠다는 그 의지는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와 그녀가 사랑하는 그에게 두 번 버려졌기에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그녀가 내뿜던 그 강한 열망은 그녀를 더욱 안쓰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상처를 그저 속으로 삭이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에게 표출하여 원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자를 선택했다면 그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본인의 어머니가 전자였기에 더더욱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건 이 세상에 더 없을 테니까. 로사우라의 어머니도 분명 조용히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기에 자신의 딸에게는 상대를 찾아가 복수를 행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을 증오하는, 그래서 복수를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 하나만으로 자신이 오래 살고 있는 곳에서 타지로 향한 그녀는 매일매일이 얼마나 괴롭고 아팠을까. 

 그렇게 강력했던 그녀의 복수에 대한 의지가 마지막에 급작스럽게 마무리 되었던 게 아쉬웠다. 그녀가 말하던 자신의 명예의 실추, 그 명예는 그리도 쉽게 회복되는 것이었을까? 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결말은 로사우라가 자신의 복수를 마무리를 지든, 아니면 세이스문도 왕자가 다른 식의 결말을 내든 희극이 아닌 비극이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두 시간 가량 이어온 작품의 분위기가 그 단순한 결말로 빠르게 마무리를 짓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허무하고 맥이 빠지는 기분? 해피엔딩 만이 좋은 결말은 아님을, 왜 수많은 작가들이 굳이 비극으로 자신의 작품을 결론 짓는지 이 연극을 보며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성찰.jpg
 
바로크 문학의 정수.jpg
 

 이 작품은 연극을 처음 접하는, 혹은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접해보지 않은 관객들에겐 다소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이 작품이 초반에 주는 분위기가 관객을 처음부터 사로잡지 못 할 수도 있고, 긴 스토리에 관객들을 끝까지 이끌기에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바로크 문학, 그것도 희곡이라는 장르를 접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모두 다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보면 조금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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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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