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8) 필립 가렐 – 찬란한 절망 [시각예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글 입력 2015.11.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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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가렐 – 찬란한 절망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필립 가렐의 작품 16편을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상영함과 동시에전시 공간에서 그의 영화를 설치작품으로 재구성한다.장 뤽 고다르, 샹탈 아케만, 장 콕토 등의 작품이 퐁피두센터에서설치 형태로 선보인 적은 있지만필립 가렐의 작품을 전시로 재구성한 경우는 세계 최초이다.필립 가렐의 흑백 영화 세 편이 35mm 필름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설치 형식으로 전시된다.전시 필립 가렐_ 찬란한 절망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절망감을눈부시게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필립 가렐의 작품세계를 현대미술의 영역 안에서 구현하려 한다.
<시놉시스>폭로자68혁명의 시기, 독일의 검은 숲에서 촬영한 〈폭로자〉(1968)는 폭력과 공포로 점철된한 시대를 상징하는 알 수 없는 시공간에 놓인 가족관계의 영원한 딜레마를 표현한다.침묵의 퍼포먼스로 구성된 흑백의 우화와 같은 이 작품의 회화적 구조는이후 작품들에 연속될 가렐 영화구조의 원형을 담고 있다.69년부터 시작된 가렐의 뮤즈 니코(벨벳언더그라운드의 보컬이자 배우)와 7편의 영화를함께 했던 70년대의 가렐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불확실한 이미지가어떻게 일회적인 인간의 몸, 호흡, 감정을 반영하는지를 증명해내는 실험적 작품들을 완성한다.처절한 고독가렐의 흑백 무성영화 중 하나인 〈처절한 고독>(1974)은 고독과 상처로침잠된 세 여성의 내면을 동요하는 침묵의 몸짓, 표정으로 형상화한다.이 영화 이전의 작품들 속에서도 가렐 영화의 커플들은 함께 있을 때조차마치 격리된 섬처럼 혼자 있는 것처럼 연출되었다.그의 영화는 관계의 드라마를 재현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으며관계를 맺고 있는 개별적 존재의 고독한 내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처절한 고독〉은 가렐의 이러한 실험이 숨막힐 정로로 극대화된 작품이다.우리는 거대한 여인들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것 같은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가렐은 여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차가운 공허와 슬픔을 존재적 현실로 조각했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1985)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한보이지 않는 억압에 저항하려는 한 개인의 무기력하고 고독한 시위, 결국은 자살로 마감되곤 하는절망의 감정들을 사건이 아닌 그 감정이 지나가는 존재의 상황만으로 보여준다.시간적 연속성에 의해 서사의 맥락을 이어가는 관습적 서사 형식과 다른파편화된 시간의 기억들이 어디까지나 가렐 자신의 무의식적 배열을 따라 구성된다.이 흑백영화는 가렐 개인의 삶과 영화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구분할 수 없게 뒤섞여 있으며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찬란하게 아름다운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선가렐 자신의 고통스런 현존이 고스란히 담겨진다.〈폭로자〉, 〈처절한 고독〉,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세 작품은흑백으로만 기억될 침묵의 무게, 빛의 간섭을 받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인믈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을 세운다.거울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경계가 지워진 낭만적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오로지 절망의 벽에 부딪친 슬픔으로만 보이지 않는 그곳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필립 가렐 – 찬란한 절망일자 : 2015.11.25 - 2016.02.28(매주 월요일 휴관)시간 : 화, 목, 금, 일 오전 10시 ~ 오후 6시,수, 토 오전 10시 ~ 오후 9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티켓가격 : 4,000원주최 : 국립현대미술관후원 : 하나은행, 주한프랑스문화원, 유니프랑스, 파리한국영화제관람 등급 : 전체 관람가문의 : 02-3701-9500관련 홈페이지(MMCA)<상세정보>필립 가렐필립 가렐은 1948년에 태어났으며16살 되던 해에 그의 정직한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데뷔작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발표로 영화의 신동이라 칭송 받았다. 1960년대부터 70년대 후반까지 궁핍한 환경에서 독특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주로 만들었다. 이 시절 그의 삶과 영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니코(독일 출신의 가수이자 배우)가 출연한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장 비고 상(Jean Vigo Prize)을 받은 〈비밀의 아이〉부터 실험과 서사가 공존하기 시작하며, 파편화된 사랑의 기억이 교차하는 자전적 영화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부터는 고전적 서사의 형식 안에서 추상적 사실주의의 새로운 형태를 발전시켜나간다. 그의 아들 루이를 주인공으로 68혁명의 내부에 자리한 청춘의 고뇌를 기록한 〈평범한 연인들〉, 무의식 속에 자리한 차가운 상처의 블랙홀을 지나 결국은 거울 속 환영과 마주하게 되는 시적 공포감을 안겨주는 〈새벽의 경계〉, 불완전한 사랑의 내부에 자리한 공허감을 전달해주는 〈질투〉등을 완성한다. 남녀관계의 아이러니를 유머를 담아 보여주는 신작 〈인 더 셰도우 오브 우먼〉은 변화해가는 가렐 영화의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전시 공간 안에서 바라보는 가렐 영화의 순간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순간들이 다시 영화로 촬영되는 것 같은 액자로 구성되며 불연속적인 흐름으로 출렁이는 영화다. 빛에 바랜 순간들이 연속되는 것 같은 이 영화는 전시장 안에 설치된 35mm 영사기로 영사된다. 인물들의 대사는 별 개의 사운드인 것처럼 이 35mm 화면 옆에 디지털 화면으로 재생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유물이 되어버린 35mm 영사기의 거친 소음과 빛의 입자는 전시 공간 안에서 가렐이 개인의 기억처럼 불안정하게 배열한 이미지들을 재생할 것이다. 또한 〈처절한 고독〉은 동시에 공존하지만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은 거울 이미지처럼 전시장 벽에 기대 놓여진다. 좌우가 나란히 붙은 데칼코마니처럼 설치된 화면 속 여인의 클로즈업된 얼굴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떤 것이 현실이고 환영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진 세버그, 니코, 티나 오몽, 이 세 여성의 눈길, 숨결, 슬픔을 우리는 액자에 갇힌 초상화처럼 바라보게 될 것이다. 〈폭로자〉는 전시장 바닥에 나란히 설치된 세 개의 화면을 통해, 영원히 순환하는 서클 속을 맴도는 것처럼 시간차를 두고 재생될 것이다. 아마도 침묵 속에서 움직이는 이 우화엔 선형적인 시간의 의미란 불필요한 것일지 모른다.어두운 전시실 안에 놓인 영사기의 무게와 소음, 스크린에 투사되는 빛, 노이즈가 섞인 거친 사운드가 필립 가렐 영화의 절망과 고독의 순간들 속으로 파고드는 눈부시게 찬란한 빛의 황홀감,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이희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