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애완동물

포르투갈 무용단, 올가홀리즈의 ‘애완동물’
글 입력 2015.10.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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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5  시즌.jpg
 

예술의 전당 간다!

올가홀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었다. 예술의 전당은 미술관 갈 때만 갔던 터라 공연을 본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안고 예술의 전당에 들어갔다. 
우아하게 보이는 사람들, 서로 무슨 말을 주고받으며 웃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는데 예술의 전당의 그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다른 세계와 어울리지 못하고 나만 딴 세계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나를 봤다면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을 내 눈이 동경어린 것으로 느껴졌을 터. 예술의 전당을 휘감는 그 여유롭고 우아한 분위기가 볼 공연의 기대를 더욱 커지게 했다.


드디어 입장,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멋진 직장인분들

복도에 있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머리 내밀며 들여다보다가 시간이 다 되어 입장했다. 객석은 넓은 편이었고, 앉는 자리도 시설도 모두 ‘와, 내가 여기서 공연을 보다니’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내 앉은자리 옆으로는 직장인분들이 앉았는데 바로 옆 사람은 분홍색 넥타이와 셔츠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뭔가 모르게 정장이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신입사원이겠거니. 직장인분들은 서로 떠들면서 자신도 이런 무용공연을 처음 본다면서 은근 기대하는 듯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기대했다. 


공연시작


‘애완동물’은 인간관계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하고, 쉽게 길들여지고, 부드러우면서 거칠고, 위험하면서 잔인한 ‘우리’와 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권력게임, 유혹, 욕구, 조련사와 조련되는 자, 기능과 역기능, 반응과 혼란, 일상과 습관, 강제된 반전, 실수와 기회 등 무대 위에 펼쳐지는 장면 속에서 남자와 여자들은 서로 좋아하고 거칠게 길들여진다. 지배와 소유에 대한 다섯 남녀의 이야기 속 애완동물은 누구인가.



sub_02_PETS_ photo by Alipio Padilha.jpg
 

‘애완동물’을 보고 난 후 들었던 생각은 ‘멘붕’이었다. 현대무용은 처음이어서 진행방식에 충격을 먹어서 멘붕이었고, 이해할 수 없어서 멘붕이었다. 먼저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시선이 분열되고 거칠었다. 5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무용을 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사람을 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 사람 보았다가, 저 사람 보았다가 했던 것 같다. 무용수를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거칠다. 거칠디 거칠었다. 무용에 심취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공연정보에서는 부드러우면서 거친 인간관계의 모순에 해서 얘기한다고 했지만, 사실 거친 표현만 보았다. 모순이라고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운 모습들에 대해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거친 게 충격적이어서 기억나지 않을 수도. 물구나무를 섰다가 똑바로 서서 반대편으로 가 다시 물구나무서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옷을 벗고, 소품들을 던졌다. 하고 싶은 대로 해서, 본능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서 거칠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애완동물’에서 보여주고 싶은 세계는 본능의 세계였다.


sub_01_PETS_photo by Alipio Padilha.jpg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남자무용수와 여자무용수의 관계이다. 남자는 주로 여자를 강압적으로 대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거친 행동을 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를 비닐 속에 집어넣고 무거운 소품들을 들게 하고, 끌고 다니고, 옷을 벗기고, 심지어 여자의 머리를 물  속에 넣어 몇 초 동안 나오지 못하게 하는 행동도 있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남자의 ‘애완동물’은 여자였다. 여자는 쉽게 순응했고, 저항하는 태도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히 보는 내내 여자로서 기분이 나빴다.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남자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본능의 세계에서 여자들은 ‘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갑’과 ‘을’의 관계 외에는 이야기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나의 시선에서는 그랬다. 무용수들은 서로 각자 행동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시선이 분산되었고, 각자의 모습을 캐치해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각자가 모이고,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남녀가 본능대로 움직여서 서로 사랑하는 것과 거칠게 다루는 모습이 있었다. 그리곤 그것밖에 없었다.

공연이 1시간 지난 후에 10분 쉬고, 다시 1시간 정도를 더 했는데 10분 쉴 때 그 신입사원으로 보이는 직장인분들은 공연을 다 보지 않고 나갔다. 나도 사실 나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공연에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서술되지 않았다. 시간이 변화하고 인물의 행동이 변하지만 인물끼리의 부딪힘이 적었고, 인과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멘붕. 몰입도가 정말 낮았다.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다 ‘이야기’요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가 많지는 않더라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에 잉크보트 무용단의 ‘선 사이에서’라는 공연을 보러갔는데, 그 때는 오히려 잘 봤다. 조금이라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세계에서 ‘애완동물’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능의 세계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가 서로 사랑을 했다가 헤어진다. 만약 1여자와 1남자가 사랑을 했다면, 1여자는 2남자와도 사랑을 나누고 1남자도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계기도 우연적이다. 우연히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반해서 계속 보다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갑자기 키스하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사랑했다 헤어졌다 다른 사람과 다시 사랑하고 헤어지고. 여러 사람이 얽혀서 이 친구의 친구가 내 친구의 남자친구이기도 하고. 복잡함 속에서 사랑은 싹튼다. 또한 그 사랑은 우연적인 경우가 많다. 오래보고 사귀는 사람도 있지만 우연적으로 계속 만나서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영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분과 동네에서 계속 마주쳐서 사귀게 된 사람도 있었다. 


이 공연에서는 사랑은 우연적이고, 거칠고,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을 하지만 사랑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도 ‘갑’과 ‘을’의 관계는 존재하고, 우연적으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상대방을 거칠게 다루기도 하고, 짜증나고, 멘붕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무용작가가 일부러 시선을 분산시키고 멘붕이 오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포르투갈에서 유명한 현대무용단이라는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춤이 정해진 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긴 했으나 현대무용에 대해 무지해서 그런지 ‘애완동물’이 좋은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참고

올가홀리즈 무용단

1995년에 문화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올가 호리즈가 안무를 담당하여 설립된 이 무용단은 20년동안 포르투갈 현대 무용에서 굳건한 입지와 예술적 명성을 국내외 경계 없이 다져왔다. 올가 호리즈 무용단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작가의 무용단이라는 점과, 이 작가가 대중의 인지도와 적절한 스타일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무용단은 젊은 안무가들에게 좋은 모델이자 영감이 되었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공연을 발표할 때마다 더욱 성장했다. 모든 작품이 창의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되며, 이 과정에는 탐구, 분담, 성찰이 포함된다. 연극적이고 문학적이며 영화적인 우주의 영감과 반복되는 장치, 그리고 공연자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이 무용단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이들 언어의 풍부함과 연극적·극적·심미적 방향성을 강화한다.


[이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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