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열의 춤, 플라멩고를 만나다.[해외문화]

글 입력 201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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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_ 정열의 춤, 플라멩고를 만나다.


고혜원

   지난 여름, 내가 정말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스페인 여행은 꿈만 같은 일주일을 선사했다. 
   그리고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가장 스페인의 뜨거움을 느꼈다. 

  플라멩고는 익숙한 장르의 공연도 아니었고, 플라멩고 자체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골라두었던 여행코스 중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물론 스페인하면 플라멩고라는 공연을 한 번은 꼭 보고 와야 한다고는 하지만 관심이 없었다. 사실은 공연 자체를 보러 갔다기보다는 그 예쁘다는 까탈루냐 음악당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 

(까탈루냐 음악당은 바르셀로나에서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꽃의 건축가로 유명한 몬타네르의 작품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그 당시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정교함과 콘서트 장으로도 훌륭한 음향효과를 가진 곳이다.) 


까탈루냐음악당.jpg
 (스페인_ 까탈루냐 음악당 외관_ photo by 고승희)


1시간 반의 뜨거운 춤은 나의 이러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 아름다운 건축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그 본연의 모습을 지키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 열리는 플라멩고 공연일 것이다.

플라멩고.jpg
 (플라멩고 공연 후 커튼콜_ photo by 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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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멩고는 스페인의 전통 춤으로, 집시들의 춤으로 유명하다. 플라멩고에는 칸테(노래)와 바일러(춤), 그리고 토케(기타의 반주)가 일체감이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리듬만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춤 자체가 음악성을 지니고 있는 탓이다. 플라멩고는 특유의 리듬감을 가진 박수가 특징이며 그 박수 소리는 관객석에 앉아 있던 나도 들썩이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플라멩고는 유랑을 하던 집시들의 춤이 스페인에서 정착되어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원에 있어서는 굉장히 많은 설들이 있다. 아랍어인 ‘felag(농부)’나 ‘mengu(도망자)’라는 단어의 발음이 잘 못 발음되었다거나 춤을 추는 모습이 플라밍고 새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설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불꽃이나 정열을 뜻하는 ‘flama(플라마)’에서 나온 설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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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는 내내, 그렇게 정열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에 놀랐다.

  플라멩고는 굉장히 즉흥적인 공연예술이었다. 직접 라이브로 선사하는 노래와 기타 반주, 박수 소리, 그리고 춤, 모든 것이 그 순간에 일어나고 있었다. 그 넓은 무대 위에는 총 6명 정도의 사람들뿐이었다. 중간 중간에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무대의 크기에 비해 굉장히 작은 인원이었다. 하지만 그 인원들이 주는 에너지는 지나칠 정도였다. 귓전을 쉴 틈 없이 울리는 박수 소리, 기타 소리, 춤추는 사람들의 탭댄스 소리들 모든 것이 격정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자 무용수의 부드러운 손짓은 우아한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 무대는 어느 누구에게나 매혹적인 유혹을 하고 있는 듯했다. 
  스페인어로 부르는 음악과 스페인어로 설명된 팜플렛,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 플라멩고 공연 안에 담긴 정확한 이야기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이 주는 에너지는 단 하나의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열렬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결같이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낯선 나라에서의 낯선 문화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언어가 소통의 장벽이라고 해도 예술이라는 것이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다른 언어로 말해도 그들이 전달하고 있는 감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고, 춤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심장을 건들이는 그런 힘, 나도 모르게 그 무대에 빠져들어 보게 하는 그런 힘이 가득했다. 
  그 무대를 보고나서 그 순간을 떠올리는 시간은 영화나 연극, 그리고 책까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해 장면을 분석하고 대사를 곱씹고 책 속의 묘사를 다시금 읽는 일을 매번 계속 하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굳이 어떤 예술에서 답을 찾아낼 필요는 없다. 100%의 이해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 순간 자체를 즐기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다. 

  그날은 그것을 나에게 알려준 스페인의 뜨거운 여름밤이었다. 





   Thanks to. 사진과 제게 이런 꿈 같은 여행을 선사한 첫째 언니, 고마워요.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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