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2015 서울세계무용축제 : "애완동물" - 무용에 대한 나의 선입견과 같은 것들

지배와 소유에 대한 인간관계의 모순에 대한 올가 호리즈 무용단의 이야기
글 입력 2015.10.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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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2015 SIDance 서울세계무용축제를 접하는 첫 번째 공연으로
 포르투갈 올가 호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을 보고 왔다.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무용'이라는 장르,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에 많은 예술가들의 무용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SIDance2015  시즌.jpg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2015


9월 30일 수요일부터 10월 18일 일요일까지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스페인,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미국, 터키,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31개국, 54개 단체, 43개 작품

 9월 30일 수요일부터 10월 18일 일요일까지 19일 간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15)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소극장 드림,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열립니다. 공연 이외에도 전문 무용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무워크숍,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움직임 워크숍, 중동의 현실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하는 무용시사회, 예술가와 소통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됩니다.



올가 호리즈 무용단
< 애완동물 >

애완동물1.png
 

 공연을 보고 난 이후의 감상을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깜짝 놀랐다. 사실 나는 저번 문화초대였던 2015 베세토페스티벌의 일본 참가작 이었던 < 상자 속의 여인 > 이외에 일반적인 혹은 대중적인 무용과 관련된 공연조차 본 경험이 없다. 무용에 대해 1도 모르는 그런 정도? 워밍업도 하지 못한 채, 바로 실전에 들어간 어리둥절한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일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 프리뷰를 쓰면서 (공연 영상에 대해 미리 본 이후에도) 내가 이해하기엔 좀 난해하진 않을까 걱정하긴 했었다. 게다가 사람이 표현하는 '애완동물'이라니... 보고 난 이후에도 솔직히 말하면 참 여러 의미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으나 또 한 편으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랬기에 나는 일단 이 작품에 대한 다른 리뷰를 읽어보고, 내가 보았던 공연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그러고 나면 뭔가 이 공연에 대해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Review (리뷰)

Petting, Petting 
João Manual de Oliveira


작품 제목인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을 떠올리게 한다. Companhia 는 “cum panis”는 음식, 식탁,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무용단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계는 지배하는 관계, 상호의존적인 관계, 상호 창조적인 관계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소유한 자와 소유되는 자. 조련사와 길들여진 자.

작품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내부에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들로 가득한 방으로 안내하는 일련의 모순되는 자극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질적인 물체들이 가득한 어두운 공간은 우리 자신을 느끼게 만들어 주며, 우리의 영혼과 감정의 집을 만들어 준다.

<애완동물>은 인간관계의 모순을 탐구하며, 서로 사랑하는 순간들, 더 이상 남들과 달라지거나 독특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순간들, 그리고 때로는 치명적이고 때로는 안정적이며 그러나 항상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한 순간들에 대해 탐색한다. 올가 호리즈는 단지 이러한 관계의 집합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물체들과 쓰레기투성이이며 갇혀 있는 것 같은 공간의 미학도 보여준다. 무대 위 공간에서 물건들은 변하고 합쳐지고 재활용되며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무용수들은 물체들을 이용하며 물체들과 함께한다.

이 작품은 처음에 올가 호리즈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으며, 작품의 창작 과정은 동작을 만들어 내는 짧은 대본에 기초한 특정한 방법을 수반한다. 또한 무용수들이 다루는 물체들을 무대로 가져오기 위해, 올가 호리즈는 매우 통제된 방법을 작업에 사용하려 했으며, 그를 통해 <애완동물> 속의 혼돈 상태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즉흥이 끝난 후에는 장면들을 마치 영화처럼 편집하고 조립했다. 자르고, 선택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 속 장면들은 처음에 만들어 졌던 것과는 다르게 보인다. 

<애완동물>은 실험하고자 하는 의욕, 그리고 춤, 신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다.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는 마치 5명의 무용수가 만들고 파괴하는 하나의 수족관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 우리는 정신 분열, 성적 취향, 도덕, 사랑, 갈등, 그리고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 속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의 중심에서 보여지는 격렬한 안무와 유대감이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Donna Haraway의 글은 다름에 대한 생각에서 생기는 이러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애완동물>은 감정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작품이다. 공생 관계의 측면에서 깊게 살펴보면,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애완동물’이 되기 시작하는지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관계, 훈련, 명령의 법칙에 의해 감정적으로 예측할 뿐이다. 작품 속에는 개도 없고 고양이도 없다. 단지 애완동물만 있을 뿐이다. 5명의 무용수들이 다양한 관계를 그려내며 관객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위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일반적인 물건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밧줄, 소파, 의자, 빈 상자, 비닐 등등. 음악과 함께 무용가들이 등장했다. 여자 셋과 남자 둘. 초반부터 그들의 무용은 뭐랄까, 격렬했다. 베세토 페스티벌의 "상자 속의 여인"이란 작품은 뭔가 어떤 '무용'을 보고 있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글쓴이가 무용과 관련된 공연을 본 경험이 그 뿐이라 비교하는 데에 자꾸 한 작품만 언급하는 것을 이해해달라), 이 "애완동물"은 무용이라기 보다는 좀 더 격렬한 춤사위 혹은 몸짓(?)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내 머리 속의 '무용'이란 뭔가 우아하거나 아니면 아름다운 선이 보이는 그런 공연, 뭐 그런 선입견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줄거리가 딱히 정해진 공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공연을 따라가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중간에 쉬는 시간 그 이후의 공연에서 생각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무용, 그 장르에 대해 잘 모르는 나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1부의 흐름을 이어받아 다시 2부에서 공연을 집중해서 보기엔 좀 어려웠다. 그래서 쉬는 시간 없이 공연을 1부에 좀 더 붙여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잘 와 닿지 않았다. 5명의 무용가가 보여주는 그 관계가 와 닿았다기 보다는 한 여자 무용수가 우는 장면에서 뭔가 큰 공감을 했던 것 같다. 그녀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울고 있을 때의 그녀의 마음이랄 지 그 기분이 이해가 가고 무척 몰입하게 되었다. 나도 그렇게 비참하고 슬프게 울어본 적이 있으니까. 그 정도면 내가 프리뷰에서 기대한대로 무용인이 자신의 연기에 감정을 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나는 그 장면이 정말 슬펐으니까. 그러니 나는 이 작품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반은 얻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여전히 낯설다. 많은 분들의 다양한 여러 리뷰를 읽어보고, 공연 영상과 사진을 다시금 보고, 작품을 여러 번 곱씹어봐도 말이다. 흔하지 않은 소품으로 다루기 다소 어려운 주제에 관하여 나에게는 너무나도 색다르게 다가왔던 그런 공연이었다. 그래도 이 공연을 보았기에 내가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무용'이라는 장르에 나도 모르게 내심 어떤 편견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인데 말이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주제 속에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하고 단아한 몸짓부터 격렬하고 격정적인 움직임까지 그를 표현하는 무용수의 모든 감정에 이입하고 몰입할 수 있다면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 같은 것들을 벗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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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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