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시각예술]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영화
글 입력 2015.10.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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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홍상수 감독을 좋아했던 어떤 언니를 알고 있다. 외교관 임관을 앞두고 있던 그 분이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며 수줍게 이야기하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는 꿈의 문턱에 발을 내딛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는 싱그러웠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싱그러울 것이라고 마냥 생각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매스컴에 작품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관객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이후 벼르고만 있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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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독특하다. 독특하다. 그리고 물음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두 파트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내게는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블록버스터, 천만 영화, 요즘의 감각적인 영화들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촬영 기법은 인간극장을 보는 마냥 참 싱거웠다. 새롭고 어색했다. 롱테이크, 애매한 풀샷, 적절한 BGM. 클로즈업은 없다시피 했다.

두 이야기 중 어느 하나는 진짜라고, 감독은 상정했을까? 머릿속에 거듭 물음표가 떠오른다.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왜 제목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감독은 정말 단순하게, 글자 수가 많아 그렇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런 감독의 말에도 오랫동안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에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했다.

나는 두 파트 중 어느 것이 '지금'이고 어느 것이 '그때'일지 영화 내내 생각했지만, 지금은 두 이야기 다 '지금'이자 '그때'인 것 같다. 내용은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르지만, 인물들의 감정을 생각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영화를 보며 (A)답변을 선택하시겠습니까, (B)답변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는 선택지가 주어지고 어떤 답변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을 떠올렸다. 우리는 행동을 하기에 앞서 수많은 선택지들을 생각한다. 선택을 달리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도, 게임이 보여주지 못하는 감정에서의 큰 차이는 있을 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문제란 참 미묘한 것이니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도 MSG가 팍팍 뿌려진 영화에 맛이 들려 있어서인지, 담백한 이 영화에서 심장이 쿵 할만한, 이렇다 할 느낌은 없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면 그때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될 지.

영화가 끝나고 친구는, 홍상수 감독이 영화마다 꼭 무언가 에로틱한 장면을 삽입한다고 했다. 이 영화도 에로틱이라면 에로틱하다고 할 만한 것이.. 있기는 있다.
실소하게 하는 부분이 많고, 정재영의 뱃살 연기는 참 볼 만하다. 이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인 이유는 정신적인 성숙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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