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와 현재를 달리는 "자전거" [문학]

극단 '목화' 이끈 오태석 대표의 작품. 자전거에 실리다.
글 입력 2015.10.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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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달리는 자전거
오태석의 극 「자전거」





실력있는 극단 '목화' 를 꾸준히 이끌어 오신 오태석 대표님의 희곡작품, 
"자전거"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면, 바로 작년 2014년은 극단 '목화'의 30주년이던 해였습니다.
이렇게 멋진 극을 30주년을 맞아 뙇! 올려주셨네요^.^


오태석작가.jpg
 

‘자전거’라는 사물이 주는 느낌은 잔잔합니다.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과거의 재현과 현재에 대한 생각의 재구성을 하게끔 만드는 
주요소품인 자전거를 통해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태석작가의 자전거를 처음 읽을 때는 살짝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잦은 과거와 현재로의 회기, 충청도사투리의 알아듣기 힘든 어려움. 이 정도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태석작가의 가정일화를 들으면서 작품이 조금씩 잘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오태석작가의 아버지는 아마 작품의 마지막부분의 호명된 여러 사람들처럼 영문도 모른 채 
어린 시절 오태석작가를 집에 그대로 두고 끌려가 등기소에서 삶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한국전쟁의 수많은 단편들 중 하나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한 기억을 생생히 살리고 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이 작품의 마지막을 바친 것이 마냥 마음을 울리는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아버지일화의 모티프에 더해진 실화에 가까운 이 희곡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작가의 트라우마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극중에 오태석작가의 가족사가 투영되어 있음은 
이러한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트라우마처럼 과거와 현실과 환상속의 한국전쟁에서 등장인물들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방황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표출되는 주인공의 억압된 내면을 표현하고
망각과 왜곡 작용에 의해 억압된 인물들의 무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윤서기가 어두운 밤길에 끌고 가는 자전거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극중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비극적 역사가 모인 총체적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라이터 불에서 촛불과 방화 사건으로 이어지는 불의 이미지는 
고통스러운 그들의 절규 소리를 대표하는 듯 합니다.

 또한 여기서 극적인 장면은 순차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시간이 지연되면서 
유사한 상황 또는 대사의 유사한 구조가 반복됩니다. 
구서기는 윤서기의 기억의 재현과정에 간섭하기도 하면서 현재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이끌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구서기라는 인물을 잣대로 하여 윤서기와 인물들을 물에 꺼냈다 다시 담그기를 반복하는 듯 
현재에서 과거로의 전환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찾아보니 구서기는 외부에서 직접적으로 인물에게 행동을 지시하면서 
주도적으로 재현하기도 했고 내부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이 그 상황에 들어가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jpg
 

이 작품을 통해서 상처받은 작가 자신과 그 외 당대를 살았던 이들이 함께 애도되고 
충분히 슬픔으로부터 벗어날 계기를 마련하여,
 슬픔이 승천할 수 있었던 기회를 깔끔하게 제공한 작품이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완성된 희곡의 여유란 바로 나를 치유하면서 동시에 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자전거!
극의 감정들을 자전거의 유유함이 고스란히 실어 나르는 듯 합니다.
깊고 고요하게.



"극을 펼치는 무대에서는 이렇게 일상적인 소품 하나를 가지고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엄청난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연극연출가 오태석대표의 열띤 지도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이러한 열정으로 탄생한 모든 작품들! 존경스럽습니다. 






아트인사이트.JPG
 
 
[장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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