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내 옆에 있는 사람

글 입력 2015.09.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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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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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끌림](2005). 
다소 식상하지만 이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많은 청춘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지 못해 몸살이 나게 했던, 
바로 그 [끌림]이 출간된 지 올해로 어느덧 10주년을 맞는다.

이후 출간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를 함께 기억할 것이다.
 작가는 그 사이 더 부지런히 걸었고, 더 오래 헤매고, 
결국은 더 깊게 사랑하였으므로, 더 진하게 웅숭깊어졌다.
 
2015년 여름, [끌림]이 출간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날,
 세번째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2015)을 출간한다.
 ‘여행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주로 전 세계 100여 개국을 종횡무진 다니며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그 국내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다닌 곳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경상 전라 제주.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고 있으며, 
산이고 바다고, 섬이고 육지고 할 것 없다. 

금발의 아리따운 연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한 대신, 
허름한 시장통에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작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 
어느 시골 골목길에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똥강아지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주위의 풍경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그 안에 뭔가를 가득 담은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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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저 : 이병률 

출판사 : 달 

발행일 : 2015년 07월01일

정가 : 14,500원






80만 독자가 사랑한 [끌림] 그리고 그후 10년


"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마지막 여행산문집이기를 바랐다."
- 이병률


그동안 이병률 작가의 책은 
우리의 엉덩이를 자꾸만 들썩이게 해왔지만 
실은 가장 떠나고 싶었던 사람은 작가 스스로였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떠나야만 했을 것이다. 
자꾸 집을 비우고 길 위에 있어야만 하는 숙명 같은 것.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사람’은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물론 둘 다의 감정으로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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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체로 ‘곁’이 아닌 ‘옆’의 사람이 그 주범이 된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옆’은 ‘곁’보다 훨씬 더 밀착된 상태이다.
‘여행’이란 여전히 풍경을 관광하는 것이 아닌 
사람 사이로 걸어들어가는 일이라 믿는 
사람의 눈앞에는 실제로 많은 것들이 펼쳐진다. 

전작에서는 주로 여행길에서 맞닥뜨린 한 장면을 
영화의 스틸컷처럼 포착하여 보여주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장면의 앞과 뒤로 이어지는 서사에 집중하고 있다.
 ‘보는’ 여행에서 ‘듣는’ 여행으로의 전환이라 하면 어떨까.
 많이 듣고, 끄덕이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내면에 쌓이는 것들이 많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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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작가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 혹은 어느 한 사람의 뒷모습, 
그 사람이 남기고 떠난 발자국, 
그런 것들을 몰래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 많았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나라의 사계절만큼이나 
뚜렷하게 서늘했다 뜨거웠다 이내 차가워지기도 하는,
 그 알록달록한 마음의 움직임으로 사랑도 삶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산과 바다를 지척에 두고 살아온 우리만의 
고유한 색깔들이 삶이라는 스케치북 위에서 
어떻게 채색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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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기행들은 
굳이 여행이라 명명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확장이며 
연장선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부러 짐을 챙겨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사실 옳지 않다. 
그저 발길을 따라 생활의 배경을 잠시 옮기는 것뿐. 
일상을 여행으로 여기며 사는 태도를 가진 자에게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함께 시(詩) 캠프를 떠난 사람들과 
계룡산 계곡에 앉아 시를 낭송하던 시간, 
제주도의 한 동물원에서 조용히 돌고래와 조우한 일이라든지, 
어느 한적한 진안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친 남자와 여자 사이를 짐작하기도 하고, 
오래전 잘 따르던 흑산도 소년을 
무려 어른이 되어서 재회한 일, 
공항에서 뒤바뀐 다른 사람의 
여행가방을 들고 집으로 온 해프닝, 
한때 문경 여행길에서 스치듯 인연이었던 
어르신의 부고(訃告)를 듣고 그 집에서 머물게 된 하룻밤, 
한겨울 태백에서 자동차 바퀴가 눈에 파묻혀 
고생할 때 어디선가 나타나 도와주고 떠난 사내, 
한글학교에서 만난 베트남 친구와 
함께했던 단양으로의 여행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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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존재하는 각각의 산문은 
아주 평범한 일상 같기도 하지만 
또 전혀 예상치 못한 인연이 
만들어내는 굉장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것은 스스로 칭하기를 ‘예술을 하고’
 ‘영감을 부르는’ 사람 그러니까 시인(詩人)이기에 
가능한 열린 마음으로부터 기인한다. 
아름다운 감각과 세심하게 선택된 시적 언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은 묘한 운율감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는 절로 뒤가 궁금해진다. 
함축적이면서도 맥락을 관통하는 단어들은 
늘 곁에 두고도 질리지 않는 집밥처럼 
푸근한 풍경 앞에서 겹쳐지며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저 길을 걷다 자연스레 포착해낸 사진 속 앵글은 
그래서 우리의 시선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연결된다. 
특히나 이번 [내 옆에 있는 사람]에 수록된 사진의 
절반 이상이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이며, 
이는 투박하지만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진한 사람 냄새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면, 
작가가 떠났던 여행길에 동행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를 중간쯤 
나가 마중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조금은 속을 들여다본 심정이 되고 마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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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목차나 페이지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같은 책을 나누어 
읽다가 문득 전화를 걸어 
"지금 OO쪽 펴서 읽어봐"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중간쯤?" "아니, 중간보단 조금 앞에?"
 "바닷가 앞에서 남자랑 여자랑 손잡고 걸어가는 사진 보여?" 
"그 바로 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렇게 서로를 가늠하고 추측하는 과정 어딘가에 이 책은 존재한다.
하지만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여행에는 정해진 시작도 끝도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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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기 시작한 곳이 여행의 시작이자 
내가 책을 덮는 순간이 여행의 마지막임을. 
어느 볕 좋은 날,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책장 사이 잠시 손가락을 끼워놓은 채 꾸벅꾸벅 졸다가 
손에서 책을 놓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천연덕스럽게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음을.


<본문맛보기>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 
낮밤으로 사람이 걸어 도착하는 속도와 
단풍이 남쪽으로 물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일치한단다. 
어떻고 어떤 계산법으로 헤아리는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낳아가지고 
이 가을, 집 바깥으로 나올 때마다 문득문득 
나뭇가지들을 올려보게 한단 말인가. 
말과 말 사이에 호흡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이 말은, 
이 근거는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 '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중에서)


그저 적당히 조금 비어 있는 상태로는 안 된다. 
지금의 안정으로부터 더 멀어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뻗어나가는 것도 있다.
나는 지금 여행중이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먼 것을 보는 일이 어렵지만 두고 온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한다. 
먼 것을 흐릿하게 보는 것으로 다행이며 가까운 것을 
꼭 붙잡고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인 것으로 치면 그만이다.
(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중에서)


가능하면 사람 안에서, 사람 틈에서 살려고 합니다. 
사람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아서지요. 
선뜻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지요.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불완전하니까요.
 아, 불완전한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하지 않기까지 하네요, 사랑은.
사람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그것도 어렵지요. 
사람 냄새 참 좋은데, 
사람 냄새 때문에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결국은 사람 냄새 때문에 골병이 들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 '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중에서)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중에서)


땅만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에게 어느 밤의 별들은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은 몇 번의 세계를 거치고 훈련하면서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물이 모여 바다로 간다는 그 말처럼 
사랑은 고통을 치른 만큼만 사랑이 된다.
( '사람이 꽃' 중에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사랑을 통해 인간적인 완성을 이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명백히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은 사람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만들어
사람의 결을 더욱 사람답게 한다. 
사랑은 인간을 퇴보시킨 적이 없다. 
사랑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침묵하지 않는다' 중에서)


사계절을 가진 나라는 많을 것이고 
저마다 그 계절에 속해 살 것이지만 
나에겐 우리나라의 사계가 특별해도 
참 많이 특별하다는 고집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엔 산이 많으며 바다는 말할 것도 없다. 
산과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은 세상 어떤 변화무쌍함도 
무색하게 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선명한 계절에 맞춰 살아온 터라 우리들은 변덕스럽고, 
내면에 겹이 많으며, 어느 한편으로 사람 맛이 진하다.
(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습니까' 중에서)




[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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