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베세토페스티벌 : 불행

인생의 전시회, 우리 참 힘들게 산다.
글 입력 2015.09.17 21: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5 베세토페스티벌 : 불행 - 무브먼트 당당
 
 
크기변환_6무브먼트 당당.jpg
 
 
 
당신은 괜찮아요?
나, 지금 너무나 불행해요.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말할 뿐이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보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보는 것을 당신도 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불행은 그러한 사실로부터 잉태된다.
 
 
 

 
 
<작품소개>
 
무브먼트 당당의 공연 <불행>은 공연자들의 의도와 행위로 구성된 하나의 공연을 관객의 관람 행위를 통해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구성들로 파편화 시키려는 작업이다. 보는 자의 권한을 적극 활용하는 주체적인 보기를 통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다양하게 변형시키면서 개인의 경험으로 완성시키는 것. 아나의 세계를 다르게 감각 하려는 시도. 무대는 각기 다른 시공간의 개념으로 나뉘어 있고 관객들은 공간을 이동하며 머물 곳(보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무대 위에 나타나는 배우들의 행동과 말들은 불행의 징후를 나타내는 기호일 뿐 공연을 설명하는 키워드인 제목 <불행> 이외에 전체를 지배하는 스토리라인이나 인물들의 연관성, 사건사이에 개연성은 없다. 관객은 퍼즐을 맞추듯 장면의 조각들을 연결하여 자기만의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공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관객의 머릿속에서만 연결 되고 각기 다른 시청각의 거리에 따라 쪼개지고 흩어지고 충돌할 것이다. 그러한 충동로 빚어지는 상처, 쪼개짐, 흡수, 불협화음의 소용돌이를 뚫고 가는 보는 자들의 행위는 불행한 세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 의지의 다른 이름이다.
 
관객은 장면을 선택하며 이동 할 수 있지만 공연 전체를 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관객은 공연 내부에서 공연의 외부를 만든다. 공연의 중심에서 그것을 변형시키며 자신만의 공연을 완성한다.
 
 

 
 
<시놉시스>
 
 
자신의 가장 은밀한 곳에 상처를 지닌 채.
인간의 생사를 위한 이 투쟁으로 지치고 불구가 된 희생자들.. (알튀세르)
 
우리가 공연에서 만나는 사실은 인간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견디기 위한 아귀다툼 뿐.
이것은 천박함이고, 비루함과 졸렬함이고, 비겁함과 야비함이고 저열함과 비참함, 더러움과 치졸함.
파렴치한 생존을 위한 못나고 어리석은 우리들의 가난함, 비열하고 치열한 투쟁.
 
당신은 괜찮아요?
나, 지금 너무나 불행해요.
 
 
 

 
 
<단체소개 : 무브먼트 당당>
 
사유하고 감각하는 몸의 움직임과 시적언어로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뛰어넘어 다원예술공연의 영역을 확장해온 무브먼트 당당은 언어와 움직임, 비주얼 퍼포먼스와 감각적인 사운드를 충동시켜 다중감성을 끌어내는 독특한 공연을 생산해 왔다. 역사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예술로 사회와 연대하는 창작행위를 통한 자유로운 다층의 작업 속에서 새로운 연극성과 미래적 공연성을 발견하는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 참 똑같이 힘들게 산다
춤추고, 노래하고, 먹고, 울고, 사랑하고, 분노하고.
 
 

이런 형식의 현대연극은 처음 접해봤다. 관객이 무대를 돌며 공간을 정하고 관람을 하다니. 새롭고 낯선 형식으로 조금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내가 보고 만들어 간 공연은 깔끔했고 분명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저 우리들의 모습이였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분노하고, 남의 것을 빼앗거나 혹은 뺏기거나. 분노를 잊으려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고, 잠시동안 정말 행복해서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인물들의 감정과 사건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나에겐  작품이 이 형식으로 인해 더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와 닿았다. 현실 속 같은 시간에도 우리 중 누군가는 웃지만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사랑받지만 누군가는 상처받지 않는가. 그래서 배우 한 명 한 명이 인물이라기 보다 하나의 인생 자체로 보여졌다. 거기에 배우가 있는 곳으로 서로 스치고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많은 인생들을 표현하는 것처럼, 꼭 하나의 배우처럼 느껴졌다. 다양하고 너무도 다른 인생들이 한 공간에서 전시되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불행한 세계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의지 그 자체라고 한다.
 
우리, 참 힘들게 산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참 힘들고 어렵다. 그래도 어떡하나.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사랑하고 실패하고 먹고 울고 노래하고 그러다 분노하기도 하는 것인데. '내 안에 어떤 관객이 있어주기를 믿으면서 더 잘 살아야지' 싶다.
 
 

 

ART insight
Art, Culture, Education - NEWS
http://www.artinsight.co.kr/


[서지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