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제 22회 베세토페스티벌, 무브먼트 당당의 < 불행 >

글 입력 2015.09.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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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제 22회 베세토페스티벌, 무브먼트 당당의 < 불행 >


베세토 페스티벌 포스터.jpg
 

길을 걷노라면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많은 사람과 마주한다. 무표정한 사람, 인상을 찌푸린 사람, 웃고 있는 사람, 울고 있는 사람, 언성을 높이고 있는 사람 등 그 종류는 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그 인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가령 언성을 높이고 있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이 어떤 일로 인해 얼굴을 붉히고 있을지 고민한 적 있는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겪었을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정확한 추측을 가지고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우리는 다른 것을 듣고, 보고, 말하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무브먼트 당당은 이러한 벽을 불행의 시초라 본다.


무브먼트 당당.jpg


 <불행>은 상당히 독특한 연극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모호하고, 사실상 객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은 의자, 침대, 계단, 술집 등 몇몇 장소가 펼쳐진 무대를 돌며 각각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본다. 등장하는 인물 역시 무대를 돌아다니며, 다른 등장인물과 대화를 하기도, 홀로 무언가에 집중하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이 독립적으로 극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관객은 전시회를 관람하는 마냥 무대 위를 돌아다닌다.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기도 하고, 그저 눈에 걸리는 인물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문득 물건을 요란스레 흩뜨리는 소리, 혹은 화내는 소리, 울음소리 등 무언가의 자극에 의해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연극의 순서 및 구성은 관객 스스로에 의해 결정된다. 

 관객은 등장인물들과 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이 울고, 화내고, 싸우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관객은 이들이 싸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 인물만 집중적으로 보았다 하더라도 그 인물이 갈등을 빚어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컵을 미친 사람처럼 정리하는 등의 모습만을 보고 그 인물을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객이 등장인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장면만 보고서 행위의 의미를 유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관객이 굳이 그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객이 그러했듯, 등장인물은 상대가 화를 내는 모습, 추파를 던지는 모습 등 순간의 일면만 볼 뿐, 딱히 상대의 사정을 생각치 않는다. 결국 이해가 부재한 소통은 갈등으로 이어진다. 즉, 각자의 왜인지 모를 사정에 의해 극중인물들은 갈등을 겪는다. 서로 다른 것을 경험한 것, 이해하는 태도가 부재하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자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무브먼트 당당은 갈등과 불행의 원인에 대한 고찰을 통해 관객들에게 타인과의 소통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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