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가을의 그림보기- 벤 샨, 피터 도이그와 존 앳킨슨 그림쇼 [시각예술]

가을에 어울리는 화가들은 누가 있을까?
글 입력 2015.09.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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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 왔다.
나에게 가을은 다시 태어나는 재기의 계절이다. 
희끄무레한 봄과 긴 여름을 지나며 둔탁해졌던 감성은 ‘가라앉음’으로서 생동감을 얻고 다시 살아난다. 
이를 통해 가을은 ‘깊어짐’의 본연의 의미를 온 몸으로 증명해 보인다.
 

 가을은 또한 이성과 감성의 융화라는 자연의 이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성과 감성은 역사적으로 서로 단절된 대립항으로 놓여져 왔다. 그러나 이성을 규정하는 아이덴티티에 부여된 이미지는 곧 생동하는 대기이자 감성이다. 감성은 이성을 둘러싸고서 우리에게 이를 인지시켜준다. 감성의 바다 속에서 이성에 이르고 이를 발견해가는 것이다.
 이성이 갖는 지성과 총명함의 언어에는 감성을 통하여 흐림과 안개, 청명함과 영랑함이라는 색이 덧입혀진다. 색의 혼합은 서로를 중화시키면서 하나의 완전한 형태를 구현해낸다. 지성에 대하여 감성은 모호함과 생동감, 순수함의 정서를 안긴다. 감성이 드리움으로서 '지성'은 마치 안개처럼 ‘고요‘와 ’혼란‘의 정서를 동시에 자아내며, ’총명함‘은 ’청명함‘으로 거듭난다. 
 이처럼 이성과 감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인간과 자연, 현실과 자연의 경계가 허무는 것과 같다. 우리가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인위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성과 순수의 감정과 융화되는 것이다.

 
 계절이 갈수록, 땅이 식고 달이 기울어갈수록 그늘의 색은 원색, 청명한 파랑에서 무채빛으로 짙어진다. 이러한 자연의 모습은 영혼의 이치와 같다. 우리는 사물, 세계와의 관계에 있어 서로의 심연의 그늘로서 묶이게 된다.
이처럼 가을은 우수와 고독에 젖고, 현실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멍하니 다른 세계에 젖어들기 쉬운 계절이다.
 이러한 가을에 어울리는 화가들은 누가 있을까?
 




벤 샨 - 겨울을 살아내는 동력 지피기.


 벤 샨(1898.9.12.~1969.3.14.)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로서 미국 땅에서 이주민으로서의 삶과 세계 대전, 경제 대공황이라는 혼란기를 겪으며 시대의 광풍 속에서 억압 받고 소외당하는 민중의 삶을 예술로서 기록하였다. 
 그의 그림 속에는 닥쳐온 겨울을 직시하며 이를 살아내고자 하는 에너지가 태풍, 구름과 같은 템페라화 특유의 혼탁하고도 담담한 색채, 거친 붓터치를 통해 내재해 있다.
 

 샨은 미국으로 망명한 유태인 집안 출신으로 드레퓌스 사건, 톰 무니 사건, 사코 앤 반젠티 사건 등 미국과 유럽에 만연했던 유대인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는 사건들을 소재로 삼아 그렸으며 직접 이를 위한 시위와 활동에 도 참여하였다.
 또한 그는 1929년 경제 대공황에 대처하여 뉴딜 정책을 내세운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농민 생활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FSA(농업안전국)에도 직접 가담했으며 그곳에서 워커 에반스 등의 사진작가들과 함께 미국 농가를 돌며 농민들의 삶을 사진으로서 기록하였다. 
 이외에도 전쟁에 대한 비판을 담은 그림을 그렸으며 종전 후에는 미국에 불어닥친 메카시즘 광풍에 반하여 그에 희생당하고 억압 받은 민중을 위한 예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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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Shahn,The Passion of Sacco and Vanzetti , mosaic,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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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 Sorrow ,oil on canvas, 1946 

 
 그의 주요한 작업 방식은 템페라 기법을 이용한 벽화와 석판화였다.
 그는 석판화공으로 일하면서 판화와 레터링 기법을 익혔다. 이를 활용하여 그는 포스터적인, 또는 판화적인 구도와 텍스트의 병치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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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Have Not Converted a Man , poster; Photo-offset in black and brown, 1968 

 
 템페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달걀 노른자와 아교를 섞은 불투명 안료를 사용하는 기법이다. 나무 판넬 위에 그린 템페라화의 색감은 물감이 나무의 겉표면에 묻어가면서 색들이 부드럽게 혼합되기 보다는 쌓여지고, 뻣뻣한 느낌을 냄으로서 입체감을 자아낸다. 따라서 색의 혼합에 따른 두텁고 질척한 색감보다도 원색, 밝은 색을 띠며 이는 특유의 누런빛과 나무의 질감과 어우러지면서 맑고 담백한 색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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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Shahn, New York,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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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rl Skipping Rope, Tempera on board,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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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ath of a Miner, Tempera on paper attached to muslin on wood, 1949

 
 그는 여백과 대기를 그려내며 그 속에 거침과 치열함이라 말할 수 있는 무언가, 에너지와 기세 본연의 형태를 담아낸다. 그의 붓질 속에는 척박한 현실을 시대의 풍경 속에 담담하게 그려내면서도 이를 관망하지 않고 직시하고자 하는 집요한 의지가 내재해있다. 이는 현실을 향한 분투의 의지이자 인간과 애정을 향한 의지이다.
 
 



피터 도이그 - 기억과 영혼을 향한 여로.

 피터 도이그(1959~)는 90년대 당시 유행하던 개념미술과 다른 전통 회화를 추구하면서 영국 미술을 선두하였던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몽환적 리얼리즘’이라 일컫여진다. 개인 사진이나 여러 매체의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이로부터 환기되는 기억을 덧입히며 환상과 현실이 겹쳐진 세계를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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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mped, 1990, Courtesy Victoria Miro © Peter Do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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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ght Playground, 1997-98, © Peter Doig. 

 
 몽환적 현실의 구현을 위해 도이그는 복잡한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자연을 그린다. 이 속에는 오두막이나 카누, 이국적이면서도 모호한 인물이 서있다. 이들은 광활한 자연 속 인디언의 삶처럼 신비롭고 민속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며 ‘낯설음’을 통해 관람객들을 환상으로 이끄는 표상이 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들 안에 내재하는 현실 사물들의 기척이 우리에게 현실로 끄는 밧줄을 내던진다.

 또한 그는 그림 표면에 ‘장막’을 덧입힌다. 가는 빗발, 빛의 번짐, 무수한 점들과 얼룩 등으로 이루어진 장막은 영상 매체 혹은 동화 속에서 꿈과 내면세계를 보여주는데 흔히 사용되는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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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House, 1995-96, © Peter Do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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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ch Hiker, 1989-90, Courtesy of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Gallery
London, © Peter Do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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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tter, 1993, Walker Art Gallery, Liverpool,© Peter Doig.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경험은 모호하고도 낯익은 기억을 구성한다. 기억은 현실에 기묘한 색이 덧입혀진 본질을 바탕으로 익숙하고도 낯익은 감각을 갖는다. 
 우리는 풍경 속 사물들에게 차례로 시선을 던지며 마치 길에 내딛는 발마다 기억의 웅덩이에 젖어드는 듯한 경험을 한다. 이처럼 도이그는 동떨어진 자연, 나지막한 환상 세계를 노스텔지어로서 제시하며 우리를 이에 다가서는 여정, 기억에 잠겨가는 여로로 이끈다.



 

존 앳킨슨 그림쇼 - 그림자 잇기.


 존 앳킨슨 그림쇼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화가이다. 그는 비에 젖은, 혹은 석양이 지거나 달빛이 내린 적막한 길가를 그린다. 그의 그림에는 근대인의 고독과 함께 이를 포용하는 온기가 스며있으며 이들은 각기 '적막한 길'과 '빛'으로서 표상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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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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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 The Vegetable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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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rfedale 


 길가의 무수한 가지와 잎들은 그림 속을 걷는 나그네의 발걸음과 그림자로 이어진다. 그림자 길은 속세의 길과는 다른 길로 이끈다. 현실 속에 쳐진 잔거미줄들을 헤쳐낸다.
 
 그림은 나그네의 속내와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그네는 홀로의 여정과 방랑 속에서 고독과 온기를 동시에 느낀다. 달빛과 노을, 새벽빛의 장막에 감싸인 길은 마치 은신처와 같다. 나그네는 고독이 등 뒤의 그림자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마치 길과 자신만이 아는 비밀인 듯 남모르게 은닉의 온기를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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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Wharfe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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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nlight walk
 




참조- 네이버 사전, 두산백과, 위키디피아
이미지
www.wikiart.org
http://hoocher.com/
www.independent.co.uk
arttattler.com


[최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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