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상 도시재생 프로젝트 [문화 공간]

고향의 바다, 제주 탑동
글 입력 2015.08.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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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찾지 않는 바닷가, 탑동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는 언제나 당연한 풍경이었다. 특히 탑동이라는 바닷가 동네는 시내에 있었기에 종종 방파제 근처의 탑동랜드(사실 ‘랜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매우 작은 곳이었다)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벽화가 그려진 방파제에 앉아 지금은 돌아가신 솜사탕 할아버지의 파란색 솜사탕을 신나게 녹여먹곤 했다. 제주도를 떠나던 중학교 3학년 시절에도 이 모든 것을 두고 가기 아쉬웠을 만큼 추억이 가득 쌓였던 고향의 바다동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돌아갔을 때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점점 도시의 중심지가 옮겨지고 놀이기구를 찾던 아이들이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탑동이라는 번화가는 완전히 그 활기를 잃고 만 것이다. 제주도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이제 탑동은 가끔 회를 먹으러 가는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또래, 그리고 어른들 모두에게 남아있을 방파제에서의 기억은 과거로 묻히기엔 너무나도 아름답다.



탑동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도시재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온 지금, 짧게나마 이 공간을 재탄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보고자 한다. 방파제, 눈앞에 펼쳐진 바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 제주도의 이미지가 가득 그려진 벽화들 등 탑동은 말 그대로 ‘수변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살리면서 주거, 문화, 공동체를 하나로 잇는 오픈스페이스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시사점은 도심과 재생지역의 연속성 유지 및 도시적 맥락과의 연결이다. 현재 제주도 경제의 거점은 탑동에서 신제주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신제주는 지금도 발전 중인 지역이므로 기존 도심 인프라는 최대한 유지하고, 이 위에 새로운 도시체계를 구축해 탑동과 연계되는 축을 형성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신제주와 탑동의 교통체계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30~40분 거리이기 때문에, 좁은 제주시내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접근성을 상당히 낮추는 요인이 되었다. 제주도의 올레길과 같은 맥락에서 도심으로부터 해안선을 따라 보행로, 자전거도로 등을 만든다면 단절된 지역 간의 연계가 도모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도시이미지를 창출하는 본질로서의 상징 구축이다. 제주도의 대표적 이미지인 ‘바다’와 ‘물’을 탑동에서 한껏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탑동의 역사적 장소를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상징적 이미지는 곧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져버린 탑동의 이미지를 다시금 대표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전의 제주국제관악제와 같은 행사를 개최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국제관악제는 탑동 인근 지역에서 진행되었지만, 현재는 유동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제주 시내의 여러 공연장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시사점은 주거지역과 문화지역의 연계이다. 현재 탑동 주변에 위치한 단독주택들은 주변에 광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지역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놀이터, 공원조차 없기 때문에 광장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 지역의 주민들은 공동체적 문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만약 주택 간의 공용오픈스페이스를 현재 남겨진 벽화와 연결해 녹지공간 및 문화예술공간으로 이용한다면 예술마을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물론, 이웃 간의 일체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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