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연극 < 기억의 체온 >

"자기 자신을 만나본 적 있나요?"
글 입력 2015.07.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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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연극 <기억의 체온>
 

기억의 체온(201507꼴통) 포스터.jpg
 

<공연 안내>


공연기간 : 2015년 7월 17일 (금) - 7월 26일 (일)
공연시간 : 평일 8시 / 주말 4시 / 월요일 공연 있음
공연장소 : 예술공간 서울


장르 : 코미디 추리극


관람료 : 전석 20,000원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주최/주관/제작 : 꼴,통 프로젝트
후원 : 극단 종이로 만든 배
 

공연문의 : 010-2415-4279, sunorlove@hanmail.net


티켓 예매 : 인터파크 티켓(1544-1555), 클립서비스(1577-3363)
문의 및 예약 : 010-2415-4279/010-4937-3537/010-8663-4620
 


<줄거리>
(※스포주의※)


이 가게의 불가사의 한 힘은 
믿음을 그대로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가나메는 자신의 통장으로부터 큰 돈을 빼와 이를 업소에 사용한 남편 시게루와 이혼을 결심하고, 그녀의 고향 가나와초로 내려온다. 그러던 중, 가나와초의 어느 한 가게에 가나메가 다급히 들어와 별거 중인 시게루를 찾는다. 그러나 저주가 내린 듯 입주하는 상점들마다 모두 망하거나 나쁜 일이 생긴다는 바로 그 가게였던 것. 시게루가 자신을 쫒아온 줄로 착각한 가나메는 그에게 도쿄로 다시 돌아가라고 화를 내지만, 이상하게도 시게루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며 가나메에게 호소한다. 이에 시게루는 도쿄로 올라갔다 온 후 다시 가나메와 가나메의 오빠인 데루오를 찾는다. 시게루는 혼란스러워 하며 누군가 자신으로 둔갑 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빼앗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낀다며 가나메와 데루오에게 절박하게 말한다. 호기심 많은 데루오는 몇 번의 확인절차 끝에 가나메 앞에 있는 시게루 뿐만 아니라 도쿄에서 아무것도 모른채 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게루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되고, 이를 도플갱어라고 확신한다.

 이 기묘한 현상의 근원을 찾아 데루오는 가나메와 시게루가 처음 만난 가게로 향하고 거기서 데루오의 동창이자 가게 주인인 에구치와 새로운 가게 영업자 시마를 만난다. 여러 대화를 나눈 후 시마와 동업자인 후지에다 교코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으며, 이같은 여러 가지의 단서로 가계의 불가사의한 힘을 밝혀내게 된다. 그것은 '진짜라고 믿는 힘',바로 '믿음'을 그대로 현실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믿음'은 의심없는 정말 순수한 '믿음'을 말한다. 즉, 본래 가게에 있지도 않았던 시게루가 있다고 확신한 가나메의 믿음으로부터 새로운 시게루가 탄생하게 됬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도쿄에서 일하고 있던 원래의 시게루로부터 오로지 가나메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시게루가 빠져나와 시게루2가 된 것이다.

 하지만 분리된 두 명이 만나면 서로가 기억의 혼란을 일으켜 온전한 한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이에 시게루를 온전한 원래상태로 되돌려놓기 위해 대책을 세우되고, 결국 시게루와 시게루2를 합친 후 새로운 시게루3을 만들어 없애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가나메는 단순한 기억에 불과할지 모르는 존재이지만, 도저히 인간 시게루3를 죽이지 못한다. 결국, 가나메는 시게루3를 그녀의 기억 속에서 잊어감으로써 자연스럽게 없애기로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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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전까지는 가짜였어요. 저는 늘 나를 대신할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누군가의 가짜로 만족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사실 그런게 아니라는 걸 최근에 알게 됬어요.
데루오 오빠도 저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고 말씀해 주셨고.....
어, 저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게루씨를 대신할 사람도 절대로 없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연극 <기억의 체온> 中 모모세 유카리 
(가나메와 데루오의 가정부)



 이 연극에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 그 중 한가지는 바로 '자기자신'에 대한 것이다. 대게의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는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볼때,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가장 잘 캐치해낼 수 있다. 하지만 삭막한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들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보단 스스로 일을 해내길 바라며, 진정한 '자기 자신'을 모른채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대신할 사람이 없는지를 잘 모른다.
 연극 <기억의 체온>은 바로 이 사실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우리 모두는 '나' 혼자만의 존재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과 기억으로부터 진짜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극 중 유카리의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맴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대사였다.



잊는다는건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능력이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진짜가 되는 기억이라면 지울 수 없어.

연극 <기억의 체온> 中 아즈마 가나메
 


 가장 의미있는 장면은 아마 연극의 마지막 부분일 것이다. 가나메가 시게루3를 차마 죽이지 못한채, 끌어안으면서 천천히 잊어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도 이와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기억을 다 지니고 있을 수도, 기억해야만 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잊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기억을 지우지 못한다. 왜?
 기억도 체온이 있기 때문이다. 연극 속 시게루와 같은 존재는 아니겠지만 기억은 마치 사람처럼 우리들의 머리 속에서 살아 숨쉬며 나타난다. 갑자기 튀어나오며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잊혀지는게 바로 기억이다. 어렸을적 배웠던 피아노 곡 중 우리가 기억해 내는 곡이라곤 젓가락 행진곡밖에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잊음으로써 새로운 기억을 쌓고, 추억을 만들어감으로써 새롭게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다. 즉, 이 연극은 잊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기억에 대한 중요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신이 있는 건 아냐. 그런데 이렇게 가짜 신을 갖다 놓으면  
사람들이 여기에 신이 있다고 믿어주는 거죠. 그리고 누군가가
소원을 빌기 시작하고 어느 새 공간에는 신이 깃들여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쓰레기 같은 건 아무도 안 버리죠.

연극 <기억의 체온> 中 에구치 도지
 


 우리의 눈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단연 연극 시작 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쓰레기들이다. 그때 연극의 주인공들이 나와 쓰레기들을 치운뒤, 가짜 신이라 지칭하는 비석을 세운다. 연극의 시작과 끝에 이와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연극의 주제인 '진실된 믿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신 끝에는 사라져 버린 기억 속의 또 다른 시게루와 교코가 나비가 되어 비석 위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간다.
 즉,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믿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대로 이루어지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가게처럼, 세상은 '진실된 믿음'이라는 강력한 힘에 따라 좌우된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시크릿>도 이같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땐,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이미 이루어졌다고 믿어라!"라고 말이다. 아마도 우리는 안 될 꺼야라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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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기억의 체온>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달콤씁쓸한 연극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웃고 나올 수 있던 연극이자, 기대 이상이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연극에 반한 이유는 단연 창의적인 소재와 주는 깊은 의미에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연극이라는 제약이 있다보니 어설픈 장면들도 있었다. 도플갱어를 만나는 장면에서 대형 거울을 사용한 점이 그렇다. 그래도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고안한 점이 눈에 뛴다. 특히 상자 속의 슈크림. 지금도 어떻게 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이 연극을 추리 스릴러 영화로 만들게 된다면 더욱 흥미롭고 긴박하게 표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SF, 스릴러, 추리물 이여서인지 더 이런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또한 코미디 장르이다 보니 중간 중간에 연출된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연극 시작 전에, 미리 주의 사항을 일러주어도 될텐데 노래로 코믹하게 연출한 것이나, 시게루가 제자리 걸음으로 달려가며 가나메를 찾는 부분 등 장면이 전환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재미난 장면을 삽입하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은 점이 참 특별하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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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데루오 역을 맡은 김태완 배우를 비롯해 다른 나머지 조연들이 이 연극을 제대로 살렸다고 생각된다. 후반부의 인상적인 독백을 통해 연극의 주제성을 강화하는데 한 몫한 가정부 유카리, 매 순간마다 유쾌하고 엉뚱한 와키사카 아줌마, 재미난 한 편의 또 다른 연극을 보여준 시마와 교코, 순수하고 귀여웠던 이웃 가즈오, 특히 능청스러운 태도로 수수께기를 풀어나가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니트족 데루오와 같은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나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펼쳐준 것 같다.





힐링과 위로를 받고 한바탕 웃고 가고 싶은 많은 분들께 연극 <기억의 체온>을 권한다. : )
진짜 '나'와 주변 사람들의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서포터즈5기_박정은님.jpg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 )
 


[박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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