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폴란드, 천 년의 예술전’을 관람하기 위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그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처음 가는 곳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비를 뚫고 도착했더니 이게 왠걸 뭔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약 9년 전에 와봤던 곳이라는 걸 떠올렸다. 설레기도 하고, 또 반갑기도 한 마음으로 전시회장으로 들어갔다.
폴란드 예술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느낌의 예술은 아니었다. 프리뷰에서도 밝혔듯 내가 워낙 음악가 쇼팽을 좋아하다 보니, 너무 그것 하나만 보고 다른 배경지식은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뭔가 아쉬운 마음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폴란드라는 나라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나라로서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내가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1부 폴란드 예술의 기원, 중세의 미술인 교회 건축 장식이나 예배를 위한 건축물들부터 시작하여 2부 “사르마티안 시대”의 예술, 코페르니쿠스, 쇼팽, 그리고 4부 “젊은 폴란드”시기의 예술, 5부 20세기의 폴란드 예술까지 쭉 관람하며 내가 제일 많이 오랜 시간 머물렀던 부분은 바로 억압의 시대에 핀 영혼의 왕국, 그 당시의 예술과 쇼팽의 왼손 캐스트 앞이었다.
얀 마테이코, <폴로니아 – 1863년> 1864년, 캔버스에 유채, 158x232 cm
크라쿠프 챠르토리스박물관 소장
<작품소개>
1863년, 반(反) 러시아 봉기의 실패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누더기가 된 상복을 입고 족쇄를 한 여인은 봉기에 실패한 폴란드를 상징한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 얀 마테이코는 이 봉기를 계기로 폴란드의 역사와 현재를 비판하는 일련의 작품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들에게 발표되지 않았던 이 작품은 국가의 독립을 위한 희생을 상징적으로 제시하여 패망한 나라의 고통을 보여준다.
작품소개를 읽고 난 후 상복을 입고 족쇄를 한 여인을 보는데 갑자기 문득 나라 잃은 아픔이 내게도 느껴져서 마음이 찌릿했다. 나는 저 여인이 살았던 시기를 살지 않았기에, 그리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의 역사, 일제강점기를 살아보진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기분이 어떠한지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사를 배우고 자료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을지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그러니, 저 여인의 모습은 너무 가엾었고, 그녀가 차고 있는 족쇄, 그리고 옆에 너무나도 어린 아이들이 잠들어있는 모습,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보이면서 주권을 잃는다는 것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편,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보았던 쇼팽의 전시 중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그의 친필 악보, 그가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 또 그의 흉상, 그리고 그의 손을 본 딴 왼손 캐스트 뿐이었으니, 그의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팬들은 나와 같이 다소 안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특히나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피아노 작품을 들으면, 정말 무척 감미로워서 도대체 그는 어떤 감성을 가진 사람일까 언제나 궁금했다. 그래서 그의 손을 본 딴 캐스트를 봤을 때, 생각보다 조그맣고 그리고 손이 예뻐서 감탄했다. 저 조그마한 손으로 그렇게 엄청난 작품들을 쓰고, 연주했다니! 친필 악보로 소개된 “마주르카” 이외에도, 그의 소나타, 연습곡, 협주곡 등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들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작품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 만큼 나만 알고 있기엔 정말 너무나도 아까운 예술가이니까 말이다^^
“Sometimes I can only groan, and suffer, and pour out my despair at the piano!”
(Frederic Chopin, 1810-1849)
그런 아름다운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그의 잃어버린 조국을 향한 마음까지도 감명 깊은 연주가라 생각하며….
내가 기대했던 전시, 그리고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썼던 프리뷰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시를 관람하게 되어, 전시를 보기 전 그리고 보기 후의 감상을 이렇게 정리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또 의미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전시와 문화예술을 통해 작품을 보는 나의 시야의 폭이 넓어지길 바라며 리뷰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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