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전자음악과 공간음악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6.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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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은 독일에서 태어난 전자음악 작곡가입니다. 1950년대부터 전통적인 대위법과 화성법등의 음악에 ‘전자’음향을 도입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음악적 표현을 위해 공학을 융합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공간음악’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기존의 음의 요소인  '음높이', '음가', '강도', '음색'에 제5의 요소로서 '음장(音場, tonort)'을 추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음이 나오는 공간의 방위나 운동성을 뜻하는 것으로 그의 1956년 작품 <소년의 노래>에서 처음 실현되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청중을 둘러싼 5채널의 스피커를 이용해 음이 스피커 사이를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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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의 옆에 슈톡하우젠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1961)


 그의 이러한 음악관은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가 제창한 ‘구체음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는 '자연의 소리와 기계의 음향(objet sonore)'을 재료로 그 소리를 조작하고 조합해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악기법을 말합니다. 녹음된 소리를 역순으로 재생시키거나 테이프를 짧게 자르거나 확대하기도 하였고, 에코 효과를 집어넣거나 음높이와 강도를 변화시키는 것들이 이에 속했습니다. 슈톡하우젠은 이러한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전자음악에 도입하였습니다.  
 슈톡하우젠은 그의 음악의 공간성을 무대에서 실현하기 위해서 Fritz Bornemann, Fritz Winckel 등의 건축가와 Max Mengeringhausen 등의 공학자들과 함께 전시장과 공연장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실험 정신은 전위음악가이기도 했던 백남준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백남준은 1957년 다름슈타트 신음악 강좌에서 슈톡하우젠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그는 1961년에는 ‘슈톡하우젠의 괴짜들’이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으로도 그와 교류하였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음악은 공학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서 탄생되었습니다. 전자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발진기에 의해서 음의 원소재인 정현파나 구형파, 백색잡음등을 제작하고, 필요음역을 적출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변속 테이프 레코더를 통해서 음높이를 변화시키거나 대역여파기를 이용해 음색을 변화시켜서 음을 가공합니다. 이 때에는 강도나 잔향등을 조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테이프 편집 과정을 거쳐서 다시 몇 개의 테이프를 합성하여 녹음하였습니다. 이러한 제작과정에서 다양한 기계들이 사용되었으며, 슈톡하우젠은 음향학과 공학에 대한 지식을 쌓아서, 공학자들과 함께 작업하거나 직접 기계들을 고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무대의 제작에도 건축공학 기술이 동원되었으며, 물리학적 원리들을 이용해서 스피커를 원형으로 배치하거나 오케스트라의 배열을 사각형으로 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도 감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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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톡하우젠과 그의 장비
 

 이러한 슈톡하우젠의 융합적 시도는 후대의 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슈톡하우젠이 전자음악에서 시도했던 음높이, 잔향, 음강도의 조절 같은 기술은 컴퓨터음악 창작방식에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현재 곡을 제작할 때, 이러한 편집과정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슈톡하우젠의 ‘공간음악’ 역시 현재에는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가 되었습니다. 스피커 출력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서 스피커나 이어폰을 통해서도 음의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중가요를 제작할 때에 각 음에 공간적 위치를 지정하는데, 이러한 기법은 슈톡하우젠의 공간음악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슈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 (1956)


[우지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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