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유랑 [다원예술, 갤러리175]

글 입력 2015.06.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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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流浪): Site Explor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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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流浪): Site Explorers


일자 : 2015.6.20.-7.3

시간 :  관람시간 / 12:00-18:00  월요일 휴관/입장료 없음

장소 : 갤러리 175

티켓가격 : 무료

주최 : 갤러리 175




문의 : 02) 720- 9282





<상세정보>


공간과 시간, 그 사이를 떠도는 유랑가이자 동시에 탐사자인 예술가들은 머물지 않는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이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장소-사이트(site)-를 떠돌며 탐구하고 재현한 이야기들이다. 예술가들은 사이트에 개입하여 특정 장소 혹은 인간의 역사와 삶에 관여한다. 장소와 장소, 시간과 시간, 개념과 개념의 사이를 유랑(流浪)하며 탐사(探査)하는 이들은 장소에 관한 탐구로서 특정 이야기를 재생해내기도 하고, 현실 속에 존재해왔던 사물에 개입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도 하며, 물리적 장소를 해체하거나, 상상의 이야기를 덧붙여 환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들에 의해 발현된 사이트는 현실과 허구가 적절히 혼재된 장소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근간이 되는 장소(site)에 유랑(流浪)이라는 행동양식을 부여하여예술가의 시선을 물리적인 장소를 벗어나 장소가 생산하는 개념들 사이를 부유하는 것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예술가와 함께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혼합된 바탕 위에 세워진 새로운 사이트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첫번째 사이트로 유랑을 떠나보자. 자본주의적 환상의 실체, 신화의 주인공은 실재하는가? 안산시 원곡동이야말로 소문과 환상을 쫓아 모여든 사람들의 장소일 것이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것까지야 있겠냐마는, 대한민국 이주민 현실의 집합체이니 말이다. 쫓겨난 고려인의 후손으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여 살았지만 한국에 오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안산에 정착하게 된, 어느 다큐멘터리의 알렉스 김 이야기와 마찬가지의 것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알렉스 김의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곳에는 어김없이 ‘성공신화’가 탄생한다. <세멜레:Semele>는 원곡동 이주민들과 지역민들에게 공공연히 회자되는 성공한 사람의 소문을 쫓아가는 영상 작업이다. 과연 원곡동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장 건물이 많은,성공신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프로젝트 커뮤니티 찌찌뽕의 작가 박승원과 송지은은 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출발한다. 그 질문은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집된 소문들을 들려준다. 과연 그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인지 의구심마저 드는 이 허구적 ‘성공신화’의 인물은 <세멜레:Semele>를 끝까지 지켜보더라도 결국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성공신화는 곧 자본이다. 아마 이곳에서 자본은 결국 허상일지도 모른다. 


<세멜레:Semele>가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듯한 허상을 쫓는다면, 안건형 감독의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는 한 장소가 시간의 축적과 함께 쌓아온 역사의 기록을 쫓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전시의 두 번째 사이트 홍제천 일대는 오랜 시간을 거쳐오는 동안, 시대의 요구에 따라 다른 목적을 가지고 변화해왔다. 이 다큐멘터리는 홍제천 복원의 역사를 ‘기록’에 근거하여 추적한다. 기록(텍스트)과 장소(이미지)가 책장을 넘기듯 번갈아 등장하는 이 영상은, 관람자로 하여금 ‘기록된 현실은 곧 실제와 다름없다’라고 하는 선입견을 투영하도록 한다. 그러나 감독은 기록과 복원의 현실성에 의문을 던진다. ‘이 세검정은 과연 그 세검정일까?’라는 질문은 이 작업을 관통하는 맥락이다. 우리가 보고 듣는 기록과 복원의 실제는 당대의 관점에 따라 재해석된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어느 시대를 고찰한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홍제천은 시대에 따라 물이 없는 곳으로 불리기도 하고, 하수처리를 하기 위한 곳이기도 했고, 물을 끌어온 곳이기도 하였으며, 시민공원이 되기도 했다.홍제천을 대표하던 일대의 장소들, 신영상가나 유진상가, 백석동천, 세검정은 해체되거나 복원되었다. 세검정의 역사와 홍제천 일대의 역사는 복원된 것이고, 다큐멘터리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리얼리티 역시 일종의 복원일지 모른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홍제천의 역사는 유령처럼 이곳을 떠도는 허필의 생지명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와 같은 것이다.


 현재의 시간에 유령처럼 남아 있는 과거 역사의 흔적은 사이트에 시간과 시간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비현실적 이미지를 부여한다. 우리가 유랑할 세번째 사이트는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진 채 현재를 살아가는 장소이다. 이 과거의 흔적은 우리가 <세멜레:Semele>에서 쫓던 허상, 즉 자본이 남겨놓은 흔적이다. 이다슬의 사진 작업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장소, 석탄 산업으로 큰 영광을 누렸던 강원도 정선의 사북은 전설의 황금향 엘도라도와 같은 장소였다. 그러나 석탄 산업의 하향세와 함께 광산은 문을 닫고, 거대한 석탄 더미와 갈빛의 오염된 강은 방치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려진 석탄 더미에 풀과 나무가 자라났다. 초록의 잎을 반짝이는 검은 산, 그 비현실적인 풍경은 사북의 현재이지만 그 어딘가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 버려진 장소에 남아있는 엘도라도의 전설은 강원랜드와 같은 카지노 건설로 인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온 도시에 금을 칠했다더라는 소문의 엘도라도를 찾아 수많은 피를 흘리며 몰려든 16세기 스페인인들은 결국 엘도라도에 입성하지 못했다. 존재한다고 여겨지지만 허상일지도 모르는 엘도라도, 그 것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사북을 유지해온 그 것, 자본이다.


일본작가 츤의 동화같은 마을 <오히사마 단지お日さま団地>는 현실의 허를 찌르는 허상의 사이트이자 이 전시의 마지막 유랑공간이다. 아파트 단지란 외양상 모두 같은 모양의 공간에 존재하는 같은 모양의 삶을 역설하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 그 각각의 방 안에는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개별적 현실이 존재한다. 어느 장소나 그러하듯 당연한 이야기이다.작가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새롭게 하나씩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주민명부’로 기록하여 작은 그림책을 완성하였다. 각 방에 놓여진 각각의 그림책을 펼치면 무수히 많은 삶이 펼쳐진다. 방의 주인은 사물일 수도, 동물일 수도, 인간일 수도 있다. 모두 똑같아 보이는 백 개의 방과 그 안에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이야기는 삶을 유랑하는 인생 과정에서 겪는 교훈일 수도, 부끄러움일 수도, 오만과 편견일 수도 있다.
  현실이라 믿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현실적 장소와 허구적 장소의 혼재를 경험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쫓는 것은 실재(實在)하는 허상(虛像)이다. 실재하는 허상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다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예술작품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자유로이 유랑하며 이 ‘실재하는 허상’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기획/글   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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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형_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_다큐멘터리 영화_01:03:20_스틸컷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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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커뮤니티찌찌뽕_세멜레 semele_비디오 설치_00:08:20_스틸컷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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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_I know_edition 1-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20×152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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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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