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리뷰] 노래와 노래 사이, 시대와 시대 사이. 꽃갈피.

글 입력 2015.06.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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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찮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친구의 노래가 정말 좋을 때는 오히려 자기 노래가 아니라 옛날 노래들을 흥얼거릴 때.’라고. 그래서 정말 기다리던 앨범이었고, 오히려 나올 수 없는 앨범이라고 여겼다.
 

정상의 자리에 있는 한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 그 것도 아이돌이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음원이 아니라 음반이다.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듯,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요즘 대중가요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꽃갈피>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그 만큼 희귀한 상품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 풍경이 조금은 낯선 그래서 더 반갑다. 이유는 단순히 갓 스무 살을 넘긴, 아직 소녀 티를 채 벗지 못한 아이돌이 김창완과 함께 나란히 서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바퀴>에 나와서 통기타를 치며, 이문세의 감성을 노래하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서 Toy의 노래를 이어 부르던, 짧은 커트머리의 한 소녀에게 대중은 ‘국민여동생’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야속한 일이었다. 한 소녀의 마음 가까이 있던 그 흥얼거림은 아직 어린 가수의 재롱 정도로 여겨졌다. ‘그저 제법 잘 따라 부른다.’속에 묻힌 박수갈채 몇 번으로 그녀를 소비했다. 그저 제법 볼 만한 장기자랑에 그쳤다. 누군가는 영악한 마케팅의 방식이라고도 말했다.
 

‘내 인생의 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불후의 명곡>에서 아이유는 Toy의 <좋은 사람>이라는 곡을 들고 나왔다. 자신이 느꼈던 그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 자라면서 슬픈 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인터뷰는 그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대한 항변이자, 일회용품처럼 소비되는 대중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슬픈 얼굴에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라는 윤상의 말은 어쩌면 더더욱 그랬다. 90년대 초 ‘흩어진 날들’의 강수지가 스며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후 이 소녀가 만나게 되는 선배가수들은 하나같이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만들고 파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생산구조 외의 영역이 추가됐다. 그럼으로 더 이상 단순한 문화산업은 아니었다. 본인의 욕심의 영역이었다고 말해지지만, 그 부분이 동시에 곡을 함께 만든 이적, 정재형, 김광진, 정석원 등의 욕심이 도기했다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영리한 혹은 영악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 이번 <꽃갈피>의 앨범은 그래서 기다리던 형식이었다. 숱한 평들이 내는 공통점이 있다. 조덕배, 김창완 그리고 이문세를 들먹이며, 이 소녀가 이렇게 ‘부를 줄’ 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 노래들의 감성을 이해했냐며 되묻는 것이다. 사실 굉장히 무의미한 이야기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녹아있는 노래를 들으며 새삼 다시 확인 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르는 이에게 가까운 노래가 듣는 이에게 가까운 법.’ 그리고‘ 노래는 결코 낡지 않는다.’는 것.

‘부른다.’기 보다‘흥얼거린다.’ 그 자체가 그녀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의 말들처럼 이게 그런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바보처럼 소비하는 대중이 되어도 억울하지 않은 그런 노래들이다.


[이도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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