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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울타리 '그녀들의 집'

by 정건희 에디터
2015.05.30 12:19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울타리
 '그녀들의 집'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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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굉장히 입체적이다. 
관객과 무대가 마주보는 보통 연극과는 달랐다.
긴 복도가 있고 그 양 옆으로 방으로 보이는 섹션들이 나뉘어져 있는
유연한 구조의 무대.

그래서 극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그들은 무대 좌우로만 움직이지 않고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인다.
또 어쩔 땐 분명 무대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연기한다.

배우들이 각자 다른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관찰해야만 했다.
이런 구조는 밖에서 그 집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뭔가 더 숨죽이고 집중하게 하는? 그런 효과가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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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집'에는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입은 세 딸이 있다.

첫째는 아버지가 가진 욕망을 실현하는 존재다.
음악을 하라면 하고,고시를 보라면 보고 결혼을 하라면 결혼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최고가 되고 싶었다.

아버지는 첫째를 남자아이로 본 것 같았다.
그렇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가
첫째 딸에게만은 '최고'가 될 수 있는 남자의 자격을 주려 했으니.

하지만 그녀의 인생의 그녀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최고였지만 여자로서의 삶은 단 한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음악도 고시도 모두 쓸모가 없어진 지금, 그녀는 이혼녀에 아픈 환자다.


둘째는 그녀는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착한 딸'이 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일하는 둘째에게 가끔 "착하구나." 했으니까.

그래서 모든 수모를 다 참으면서도 집안 일을 하고 양보하면서 산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떤 관심도 둘째에게 주지 않는다.


셋째는 예쁘고 날씬한 자신을 성추행하려 했던 과거의 기억과
이런 자신을 질투하던 어머니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런 어릴 적의 기억은
그녀가 모든 사람들을 불신하는 원인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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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녀들은 아버지가 죽고 난 후에도
아버지의 그늘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녀들은 모두 의사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의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닮아있었다.


의사는 예쁘고 날씬한 막내를 사랑한다.
여자로 인정하며 그녀를 취하고 싶어한다.

또 그는 둘째에게 잘해주고 그녀를 인정하긴 하지만 
결코 둘째가 이성은 아니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하고 싶지 않은 존재다.

첫째는 아버지가 첫째에게 그랬듯,
극중에서 아예 여자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이런 첫째와 둘째는 어머니처럼 막내를 질투한다.


너무나도 다른 셋이지만
모두 아버지에게서 상처를 받았고
증오하며
맘 속 깊이는 치유받고 싶은 여린 마음을 가졌다.

솔직히 극 중에서 자매들끼리 대화할 때
'아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가 등장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으
또 다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결국 죽이려고 까지 한다.
그리고 그 죽음을 또 죽이려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결코 닮고 싶지는 않은 딸들이
그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한번 좌절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세 자매가 부모의 모습을 닮아잇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납득이 되는 그림이면서도 (부모와 자식이니까)
가장 아니었으면 했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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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라시던 아버지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결국 그녀들의 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첫째다.

모두가 사라진 지금,
그녀는 어쩌면 새로운 집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네는 모두 재개발을 진행중이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녀들의 집'마저 철거로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집이 무너져 내릴때의 배경음악은
아버지가 죽을 때 나던 배경음악과 똑같았다.

'그녀들의 집'은 아버지 자체였고,
아버지가 없는 그녀들의 집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토록 싫은 아버지라 할 지라도
아버지의 그늘 안에서만 그녀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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