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그들의 결혼 프로젝트

글 입력 2015.05.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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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그들의 결혼 프로젝트 '피가로의 결혼'


사본_-피가로.jpg




제목 : 피가로의 결혼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간 : 2015.5.08 ~ 2015.05.10

시간 : 8,9일 오후 7시 반 / 10일 오후 3시

관람료 : R석 18만원 / S석 15만원 / A석 10만원 / B석 5만원 / C석 3만원 / D석 만원

러닝타임 : 180분(인터미션 20분)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 널리 알려진 피가로의 결혼. 게다가 메트(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로 유명한 소프라노 홍혜경의 등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오페라는 어버이날을 맞이해서인지
오페라의 티켓 가격 때문인지 다양한 연령의 '가족'관람객으로 붐볐다.
그간 여러차례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공연을 진행했던 무악오페라와 화려한 캐스팅의 만남은 오페라를 보러 가기 위한 발걸음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오페라 하면 생각나는 '교양', '귀족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피가로의 결혼은 유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어 누구나 극을 따라가기 쉽다. 특히 처음 오페라를 접한다면
기존의 오페라에 대한 어려움을 탈피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다.


알마비바 백작을 모시는 피가로와 수잔나는 결혼을 약속하고 알마비바 백작이 이들의 결혼을 지원하지만, 사실 검은 속내를 지니고 있었다. 백작의 잦은 외도로 상심한 백작부인과 백작의 흑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피가로,수잔나.
강자인 백작으로부터 약자인 백작부인과 하인들이 모여 선을 쟁탈하는 권선징악 스토리를 생각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유쾌하다.
 '초야권' 등 백작을 비롯한 권력층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주제의 무게감을 돋보이기 보다 '풍자'의 모습으로 철없는 소년과 같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피가로 측도 마찬가지다. 백작을 골탕먹이기 위해 케루비노를 여장시키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백작에게 꼬리를 잡혀 오히려 백작부인이 외도 현장을 들킨 듯한 어설픈 이들의 모습은 웃음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케루비노를 들킨 허당의 모습과 이를 기지로 넘기는 수잔나의 재기발랄한 모습.
게다가 케루비노를 향한 증거가 나왔을 때 보이는 피가로의 뻔뻔한 모습까지. 어설프지만 결혼을 위한, 백작으로부터 수잔나의 순결을 지키고 백작을 깨우쳐 백작부인에게 되돌리기 위한 이들은 철두철미하지 않고 순수하여 더욱 보기 좋았다.


사실 극을 달리 연출한다면 충분히 어두운 분위기로도 표현할 수 있었을 소재들이 다분하다. 백작과 수잔나라는 위험한 관계(?)라던가 케루비노와 여성들의 모습도 보기에 따라서는 퇴폐적인 모습으로 묘사할 수 있고, 피가로를 백작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야망을 품은 인물로 둔갑할 수도 있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권력과 성'이라는 소재가 스토리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를 어둡고 냉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친구에게 장난을 치듯 허둥지둥하고 들킬까 조마조마한 모습은 순수한 이들의 목적과 마음을 돋보이게 한다.


관람한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다면 백작부인 홍혜경의 아리아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극 중에서 백작부인은 백작에게 사실상 버림받은 듯한 비련의 여주인공 느낌이지만 이번 오페라에서 백작부인은 어떻게 남편의 마음을 돌릴까 궁리하는 꽤나 발랄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남편을 위해 '새신부'로의 변장을 마다않는 그녀는 결혼할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그녀는 남편을 쿨하게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그 캔디같은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던 그녀의 아리아는 발랄한 겉 이면에 곪아있는 그녀의 속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눈길이 가는 배역은 케루비노였다. 감초의 역할 처럼 극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해학적인 포인트와 극을 달구는 그는 수잔나와 백작부인을 비롯한 여러 여성들이 그렇듯 미워할 수 없는 말썽쟁이의 모습을 그려냈다. 케루비노를 맡은 김선정은 중성적인 소년의 모습과 호기심많고 사랑에 열정적인 케루비노의 모습을 큐피드의 이미지로서 너무나 잘 소화해서 끝까지 웃음과 박수를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피가로의 결혼은 학교에서 배운 시나리오의 양식, 서서히 고조되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구조와는 맞지 않는 듯하다. 대신 순간순간 휘몰아치듯 상황이 발생하고 아군과 적이 뒤섞이며 극의 웃음포인트와 변화를 이끌어낸다. 
결국 주인공인 피가로와 수잔나가 결혼을 하게 될 것임은 특별히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만 이 결혼까지 연결되는 어려움과 해결방식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와 당황하는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관람객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이뤄진 다른 두 작품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와 함께 다 폰테 삼부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른 두 작품을 하루빨리 서울에서 접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홍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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