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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숨길 수 없어요- 체홉, 여자를 읽다

by 조은지 에디터
2015.05.10 08:52
숨길 수 없어요
- 체홉, 여자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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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연 명 :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

공연기간 : 2015년 3월 7일 ~ 2015년 6월 7일

공연시간 : 화,목,금_20시, 수요일_17시, 주말,공휴일_18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세실극장

관람시간 : 약 9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등급 : 만 15세 이상

티켓가격 : 전석 30,000원


 




기차역에는 여자들이 모여 있다. 약사의 아내와 시골여자, 그리고 귀족으로 보이는 여인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선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불안한 듯, 체념한 듯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은 여행자의 모습보단 도망자의 모습과 닮았다. 그녀들의 가련한 모습은 그들에게 목적지가 있기나 할까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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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여인은 약사의 아내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돈밖에 모르는 나이 많은 약사와 결혼한 후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낸다. 잠 못 드는 그녀는 창문을 통해 달을 보지만 붉은 달은 숲 뒤에 숨었다. 숨은 달은 그녀가 권태감, 그녀의 욕망과도 닮아 있다. 환하게 빛나고 싶지만, 숲에 의해 방해당하는. 그 방해에도 결국 달은 빛을 뿜듯,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밤늦게 찾아온 손님을 통해 발견한다. 약사의 아내가 아름답다는 말에 이끌려 약국을 찾은 군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답답하던 그녀의 마음은 두근거림을 느낀다. 약사가 깨고, 잠깐의 일탈은 일단락되지만, 자신의 욕망을 알아버린 그녀는 더 이상 약사의 곁에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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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차역에 있던 이는 아니고, 남자다. 그는 계속해서 아내를 살해하는 살인마이다. 끔찍한 살인자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유가 있었다며 합리화한다. 시시각각 자신의 옆에 붙어 떠나지 않는 아내, 감정의 폭이 크고 말이 너무나 많은 아내, 지나치게 똑똑한 아내, 사치스러운 아내, 조용하지만 노래만 부르면 신이 나는 아내, 바람난 아내 등등 여러 여인을 거쳤지만 그의 마음에 찬 여인은 없었다. 결점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서 맞춰나가기 마련인데, 그는 그런 방법보다는 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그의 아내들은 스스로의 개성을 숨기고 주인공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었어야 하는가? 여인들이 죽지 않으려 했다면 남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자신의 성격을 숨겼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버렸다면 그것 역시 죽은 것과 다름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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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기차역에서 만난 여인의 이야기이다. 시골 여자이자 유부녀인 아가피아는 사프카라는 한 남자에게 빠져 남편이 없는 틈을 타 주전부리까지 잔뜩 싸들고 남자를 찾는다. 그러나 사프카는 무심하게 반응하며 그녀를 서운하게 한다. 그러기만 했으면 좋으련만 이따금씩 그녀의 발을 닦아주거나 그녀에게 꽃을 꽂아주는 등 갑작스런 호의를 보여 그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아가피아의 마음을 갈팡질팡할 동안, 기차소리가 나고 이는 그녀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또 하나의 주인공인 ‘나’는 아가피아에게 돌아가라 하지만 아가피아는 말을 듣지 않는다. 불안해할 뿐이다. 사프카에 대한 감정과 기차소리에 돌아가라는 ‘나’의 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가피아는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과 같을 것이다. 그녀는 결국 사프카, 즉 욕망을 택한다. 욕망은 즐거움을 주었으나 유희가 끝난 후 그녀는 다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함께 즐긴 사프카는 나몰라라, 다시 무심한 태도를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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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피아가 들었다 놨다 당했다면 소피아는 들었다 놨다를 시전 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과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천박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이기는 하나 결혼생활을 놓아버릴 자신은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구애하는 일리인을 거부하는 것도 괴롭다. 일리인이 계속해서 구애하는 것은 그도 그런 그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소피아는 자신의 마음을 폭탄 마냥 안고 꼭꼭 숨겨두다가 술에 취하자 폭발해버렸다.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자 소피아는 더 이상 남편과 함께할 수 없어 떠난다. 흥미로운 점은 기차역에 일리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소피아가 원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족쇄에서 벗어나게 할 누군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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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파우치 속에 숨겨놓은 욕망은 결국 터져 나와 그녀들과 마주한다. 애초에 꽁꽁 숨겨놓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인들이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던 것은 두 번째 이야기의 살인마를 통해 나타난다. 과도한 억압은 여인들을 병들게 했다. 가슴을 답답하게 했고, 욕망으로 도망치게 했으며, 술을 잔뜩 퍼마시도록 했다. 욕망을 파우치 속에만 있을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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