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영웅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5.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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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2015.04.14-05.31.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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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스퀘어에서 5월 말까지 공연되는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웅’을 주말에 관람하였다. 1909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러시아 만주벌판까지 일본제국주의 세력이 뻗치던 시절, 정부는 비밀조직인 제국익문사를 결성하여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그리고 안중근이 그 요원들과 함께 러시아 자작나무숲에서 단지동맹을 맺는다. 그 후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과 실행, 그리고 그가 1910년 3월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를 뮤지컬로 담았다. 이 날에는 지금까지의 안중근 역 중 최고로 여겨지는 정성화와 가상인물인 설희 역으로는 임정희, 이토히로부미 역으로는 조승룡이 연기하였다.


 무대 전 막에 영웅 영상이 떠 있었는데, 영웅글자 배경으로 먹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에겐 영웅인 안중근이지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던 그의 안타까운 생애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자작나무숲에서 단지 동맹을 맺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된다. 태극기에 혈서 하는 제국익문사들의 모습으로 처음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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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숲에서 단지동맹을 맺는 장면



 안중근 의사를 담은 뮤지컬이라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만 계속 될 줄 알았는데 틈틈이 밝고 유쾌한 장면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왕웨이의 만두를 만들어 먹자는 ‘배고픈 청춘이여’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관객들 모두 잠시나마 어두운 현실을 잊고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만두집에 조직단원들이 모여 만두로 아웅다웅하며 노래를 불렀고, 그 곳에 안중근도 자리에 앉아 함께 만두를 먹으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안중근과 그 외 단원들이 일본를 피해 도망 다니는 장면은 정말 급박했다. 무대에 철조물을 설치해서 이를 타고 내리며 역동적인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아슬아슬한 추격전과 군무가 뮤지컬 ‘노트르 담 드 파리’에서 바리게이트를 이용해서 추격전을 벌였던 장면과 닮기도 했다. 다른 추격 장면에서는 무대 가벽과 영상을 이용해서 생생하게 표현했었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다. 뒤로 가는 영상 앞에 배우들이 달리는 연기를 해서 마치 실제로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서는 조금 해학적인 면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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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안무로 급박했던 상황을 보여주었던 추격 장면



 극 중에 설희라는 가상인물이 삽입되었는데, 명성황후 시해 당시 그 곳에 있었던 궁녀이다. 설희도 독립운동에 가담하고자 일본에 기생으로 가서 이토 히로부미의 애첩이 된다. 그래서 안중근이 거사를 치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타고 있는 기차와 그의 옷에 흰 손수건이 꽂혀있음을 알려주어 안중근이 마침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설희는 그 전에 이토 히로부미를 칼로 죽이려 하다 들키게 되고, 그녀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죽게 된다. 생각보다 설희 역할의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극 초반에 명성황후를 잃고 부르는 노래와 이토 히로부미 앞에서 추는 춤 등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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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를 만나게 된 설희



 이 번 뮤지컬에서 가장 멋졌던 무대 설치는 단연 이토 히로부미가 탔던 기차 장면이라 여긴다. 실제 기차 세트를 무대에 들이고, 앞에 투명 막을 쳐서 눈이 흩날리는 영상이 펼쳐졌다. 그래서 마치 달리는 기차를 실제로 보는 듯 했다. 또한 기차 세트는 이토 히로부미 방의 내부가 보이게 만들어서 안에서 설희와 이토 히로부미의 장면을 볼 수 있었고, 기차가 달리는 장면에서는 영상으로 표현하였다. 단순히 무대 위 공연이라 해서 무대에 설치된 세트만으로 배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함께 무대를 좀 더 입체적이고 다양하게 표현한 점이 기억에 남았다.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극본상, 음악상과 함께 무대미술상도 수상했다고 하니 정말 많은 공이 든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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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설치된 기차에서 내린 이토 히로부미와 그에게 총을 겨누는 안중근



 마지막 장면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집행으로 막을 내린다. 이 장면에 마치 어머니가 안중근의사에게 말하는 장면이 등장해 가슴이 찡했다. 안중근의사는 어머니가 보내 준 수의을 입고 당당히 사형대에 오른다. 저 순간에 아무리 굳건하고 당당한 사람이라도 무서웠을 것이다. 그 복잡한 감정을 잘 나타냈던 것 같다. 안중근 역을 했던 정성화는 안중근 평전과 이문열의 소설 ‘불멸’ 등을 읽으며 인물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의 고뇌가 사형 집행 장면에서 정말 잘 드러났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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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지어주신 수의를 입고 사형을 기다리는 안중근



 당연히 기억해야하고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지만, 이번 뮤지컬을 보면서 그 마음이 무뎌져가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다시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길 수 있었던 뮤지컬 관람이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역사이지만 반드시 알아야할 것이기에 우리는 더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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