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일본 작곡가들에 의한 일본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퓨전 (2)

글 입력 2015.04.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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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 음악과 서양음악을 융합하는 시도에서 두드러진 작곡가는 코사쿠 야마다(山田 耕筰)와 요리츠네 마쓰다이라 (松平 頼則) 등이었다.
 코사쿠 야마다는 일본 역사상 뛰어난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뛰어난 지휘자이기도 하였다. 됴쿄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합창과 오르간 연주자로써의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작곡과가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곡을 공부할 수는 없었지만 베를린으로 유학을 가는 데에 성공하였다. 독일에 가서 야마다는 교향곡이나 관현악 소품등과 함께 대편성 관현악단을 위한 교향시를 작곡하였는데 이는 일본 작곡가로서는 최초였다. 일본 고유의 작곡가로서 일본의 특징을 서양음악에 잘 살리고자하는 바람으로 그는 작곡기법을 지속적으로 연마하고 개선한 끝에 1921년 "Inno Meiji" 라는 곡을 작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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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사쿠 야마다 (1939년) 



 "Inno Meiji"는 야마다가 직접 지휘하였으며 도쿄에서 초연된 후 베를린과 런던 그리고 모스크바에서도 연주되었다. 교향곡보다는 교향시에 가까운 이 곡은 단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850년대부터의 일본을 묘사하고 있다. 이 곡에서 제시된 두 개의 주제는 각각 ‘일본의 문명’과 ‘서양의 문명’이며, 이 두 주제 사이의 갈등과 조화를 곡 내내 보여주고자 하였다. ‘메이지’ 는 1868년부터 1912년까지 메이지 천황이 다스리던 시대를 의미한다. 이 곡의 경우에는 악기 편성은 일본의 전통 악기를 사용하고는 있지 않지만 제1주제에서 나오는 멜로디의 경우에는 일본 전통 음악에서 따온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 동양적인 선율인 5음 음계가 활용되어 ‘일본’ 의 주제를 잘 표현하였다. 이 곡 이후 코사쿠 야마다는 가부키와 노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의 전통 음악을 좀 더 세련되고 비중있게 자신의 작품에 융합하고자 하였다.
 그 이후에 쓰여진 곡들은 이러한 코사쿠 야마다의 경향이 잘 드러난다. 1934년 초연된 ‘Nagauta Symphony’ 도 그 중 하나이다. Nagauta는 한자로 쓰면 ‘長歌’ 로 긴 노래라는 뜻이다. 일본의 전통 음악인 ‘츠루카메’ (학과 거북이) 를 전통 악기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한다. 이러한 코사쿠의 시도는 거의 최초로서, 일본의 전통음악에 서양의 오케스트라가 아주 잘 녹아드는 편곡을 보여주었다. 나가우타를 부르는 가수와 이를 반주하는 샤미센을 중심에 편성하고 관현악단은 사실 배경에서 이를 뒷받침하는데에 집중하였다. 이는 마치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과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후에’라고 불리는 일본 피리와 일본 전통 타악기들이 그대로 편성되었다. 이러한 야마다의 시도는 야마다가 가부키와 같은 일본의 극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그의 ‘나가우타 심포니’는 일본의 교토 지방의 속요인 ‘지우타’(地歌)와 긴 나래이션과 샤미센 반주가 곁들어진 음악극인 ‘조루리’ 같은 장르를 함께 융합한 것이다.    
 ‘나가우타 심포니’ 외에도 코사쿠 야마다는 ‘아야메’ 와 ‘새벽’ 이라는 오페라를 1931년과1941년 작곡하였는데, 이러한 작품에서도 가부키와 노의 영향을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이 곡의 무용 역시 일본의 전통과 서양 음악의 조화를 잘 표현하여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 코사쿠 야마다가 1920년대 직접 지휘한 <일본 모음곡>. 그는 이러한 일본의 전통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편곡하여 연주하는 시도를 자주 하였다.

코사쿠 야마다의 이러한 시도는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에도 야마다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시도들이 조금 더 발전된 방법으로 이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중 요리스네 마스다이라는 이러한 시도를 가장 잘 표현한 작곡가들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가가쿠’ 라고 불리우는 일본의 아악에 영향을 받아서 이러한 곡들을 오케스트라와 같은 서양식 편곡을 통해 새롭게 창작하는데에 집중하였다. 난부 (일본의 북동부 지방) 의 민속음악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작곡하는 것으로부터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시도한 마스다이라는 가가쿠로 그 주제를 옮기고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스트라빈스키와 라벨과 같은 작곡가들도 원래부터 존재해온 음악적 소재들에서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그는 가가쿠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가가쿠는 5세기부터 시작되어 9-10세기까지 이어져온 궁중음악이었다. 주로 기악음악이었기 때문에 마스다이라의 음악적 시도에 더욱 걸맞았을 것이다. 또한 민속음악에 비해서 인간의 감정을 절제하고 있는 점이 마스다이라의 음악적 특징에 잘 어울렸다. 가가쿠에서 쓰이는 악기는 쇼, 히치리키, 류테키, 비와 같은 관악기와 소 라고 불리우는 현악기 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악기들의 표현을 잘 살리기 위해 마스다이라는 노력하였다. 마스다이라는 이러한 가가쿠에서 영감을 얻어서 아방가르드한 곡들을 많이 작곡하였다. 그는 악기 뿐만 아니라 곡의 순서 구성이라거나 형식과 같은 측면에서도 일본의 가가쿠를 상당히 참고하여 잘 표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마스다이라의 음악들은 일본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었으며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유명한 작곡가인 메시앙의 ‘Sept Ha Ka' 와 불레즈의 ’Rituel' 은 마스다이라의 영향을 받아 쓰여진 곡이었다.


▲ 마스다이라의 "Sa-mai" (1958). 그는 일본의 전통음악인 가가쿠를 서양음악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두 작곡가의 시도를 필두로 20세기 초 중반에 일본의 작곡가들은 서양음악의 방법으로  일본 전통 음악을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들의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일본 전통 음악과 다른 장르의 퓨전도 늦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민요인 ‘사쿠라 사쿠라’ 가 재즈로 자주 편곡되어서 연주되고 있는 것이나, 서양의 몇몇 작곡가들이 샤미센 등의 악기를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는 등 현재의 퓨전 시도에서 코사쿠와 당시의 작곡가들의 영향이 보이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 코사쿠의 유명한 가곡 "Akatombo" 는 일본 민요적인 멜로디로 사랑받았으며 재즈등으로도 자주 편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악을 서양음악과 조화시키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다. 안익태가 ‘강천성악’이나 교향시 ‘논개’ 와 같은 작품에서 아악과 민요등 국악적인 소재들을 융합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안익태는 한국 환상곡을 작곡 한것 이외에 이러한 국악과 서양 음악의 조화를 시도했다는 점도 다시 연구되어 높이 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곡가들의 시도가 비록 제국주의적인 이념 아래에서 민족주의적인 사고에 입각하여 수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있는 지금 그러한 ‘퓨전’ 시도를 선구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다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것이다.

[우지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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