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즈와 힙합 : 융합의 역사 [다원예술]

글 입력 2015.04.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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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힙합 씬에서 재즈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어느 새 힙합 비트에서 재즈와의 퓨전은 빼놓고 이야기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 같다. 예전에 EBS공감에서 들었던 피타입의 2집 'The Vintage' 는 아예 실제로 재즈 밴드를 구성하여 그 음악 위에 랩을 하는 것도 있었다. 이 음반에 재즈피아니스트 지나(Gina)도 피쳐링한 '비를위한 발라드'라는 노래를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도 있다. 더 나아가서 일렉 비트라고 할지라도 재즈를 샘플링하거나 재즈 솔로 기법 등을 빌려서 묘미를 살리는 음악들이 매우 많다. 재즈힙합이라는 장르도 나타나서 여기저기서 듣기 좋은 재즈힙합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재즈 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애시드재즈'라던가 '누재즈'와 같은 장르는 그나마 '현재'의 재즈로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재즈도 온갖 장르의 영향을 받고 또 주는 과정에서 힙합도 어느새 자리잡아서 이젠 재즈 공연에서 힙합을 한다고 해서 '놀랄'사람 아무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나 역시 '재즈곡'에 노래나 랩만 있고 즉흥 솔로가 없어도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 '쿠마파크'는 재즈 아티스트들과 DJ Noah, 그리고 팔로알토등의 래퍼가 합작해서 힙합-재즈 퓨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장르 구분조차 의미없는 시대가 되었다. 언젠가 '재즈수첩'이라는 책에서 퓨전 재즈를 논할 때 그 장르 구분이 너무 어려워서 그 아티스트의 의중이야말로 장르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힙합씬의 아티스트 프라이머리가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재즈 뮤지션으로 불리고 싶다고 얘기한 걸 들었는데 그럼 그의 음악을 재즈 장르로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재즈와 힙합의 융합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정통재즈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요물스러운' 음악이 생기게 된 건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의 공이 클 것이다. 마일스는 당시 정통재즈였던 밥 장르(Bop Jazz)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쿨재즈(Cool Jazz)라고 불리우는 스타일의 길을 열고, 점점더 난해한 밥 재즈음악을 도전하며 재즈를 한단계 진보시켰다. 그리고 더 이상 새로운 걸 하기가 어려웠던지 그는 신디사이저와 일렉기타를 갖다놓고 (당시 재즈의 관점에서) 락(Rock)같은 음악을 한다. 지금 들어보면 즉흥 솔로도 그렇고 하나같이 재지하지만, 당시에는 아마 큰 파격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재즈록(Jazz-Rock)퓨전으로 발을 담근 이후에는 다시는 스탠더드 (심지어 자신의 옛날 곡도)를 무대에서 선보이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밥재즈를 하던 젊은이였는데, 너무 어릴 때 이미 밥재즈를 마스터해서 그것만 평생 할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도 신디사이저를 같다놓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3년 유명한 "Rockit" 에서 스크래칭과 같은 디제잉 기법과 온갖 기계음으로 새로운 재즈의 길을 연다. 다른 앨범 수록곡들은 재즈 솔로도 많았지만 타이틀 곡이었던 Rockit은 지금 들어도 재즈 같지 않다. 스크래칭으로 하는 솔로만이 계속될 뿐이다.


▲ 허비 행콕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연주한 Rockit 

 마일스 데이비스는 줄곧 재즈록 퓨전에 몰두하다가 유작으로 남긴 미완의 앨범 'DooBop'(1992) 에서 정통힙합의 요소를 상당수 빌려서 비트를 찍고 랩을 피쳐링했다. 그는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한 사람으로는 재즈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 마일스 데이비스의 'Doo-Bop'음반 수록곡 'Fantasy' 


 마일스 데이비스 사후에는 재즈와 힙합의 퓨전은 꽤나 자주 일어났다.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듣기좋은 스윙 재즈와 랩의 결합, 정통 밥 음악의 스타일에 랩만 붙인 음악.. 등등 경우의 수는 늘어났다. 


 힙합계에서는 Guru가 Jazzmatazz vol.1 을 1993년에 발매했다. 재즈 앨범같은 커버를 내걸고 이전의 융합 시도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갈하게 재즈와 랩을 담아내었다. 재즈음악을 샘플링해서 '비트'의 개념으로 적용하였다. 이 뒤로 이러한 계열의 음악은 우후죽순처럼 지금까지 힙합계에서 발매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결과로 재즈힙합이라는 말도 생겨나고 이러한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MC들까지 생겨났다.


▲ Guru의 "Jazzmatazz"에서는 재즈 음악을 샘플링해서 비트로 활용했다. 



 실제 50-60년대 스타일의 밥 재즈 연주에 랩 가사를 붙이거나 30년대 스윙재즈를 샘플링하는 등 힙합과 재즈의 새로운 융합시도는 재즈에서도 힙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두 개의 장르를 모두 즐겨 듣는 만큼, 이러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시도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지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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