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헤드윅이 말한 진짜 숙제는 무엇일까?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3.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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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초연 이후 1400회 공연 기록, 전회 매진 신 기록 수립

한국 뮤지컬 대상 8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3개 부문 수상


유독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공연이 있다.

헤드윅이 바로 그렇다.





줄거리

동 베를린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에 심취하면서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음악에 열광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좁은 아파트에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엄마를 피해 오븐 속에서 미국의 락 음악을 듣는 것.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미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미군 병사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결혼을 제의한 것. 이에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하지만,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에게는 여자의 가슴 대신 일인치의 살덩어리만이 남게 된다.


  몇 년후, 캔사스 트레일러에 사는 '헤드윅'은 <미녀 삼총사>의 주인공 '파라 포셋'의 가발을 쓰고, 록 밴드인 '엥그리 인치'를 조직하여 변두리의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불러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16세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토미'는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가 만든 곡들을 훔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대스타로써 성공한 '토미'는 백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 기록인 플래티넘 레코드 기록을 세우며 전국 콘서트를 개최하고, '헤드윅'은 '토미'를 따라다니며 그가 공연하는 공연장의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곤 하는데.






과장된 메이크업에 화려한 금발 가발까지 쓴 수수께끼의 주인공.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뮤지컬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렌스 젠더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수적이고 유교 문화가 깃든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를 내세운 작품, 그것도 락 뮤지컬의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영화나 뮤지컬을 볼 수록,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 성 소수자,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 감독은 헤드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울부 짖고 있다.


헤드윅 - Angry Inch


여자의 가슴 대신 일인치의 살덜어리만이 남게 된 헤드윅. 그녀는 이것을 Angry Inch, 풀어야할 숙제라고 한다.

여성의 상징을 갖지 못한 채, 실패한 1인치만 남은 헤드윅의 숙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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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감독이자, 주연인 존 케머런 밋첼 (John Cameron Mitchell)

물론. 제가 쓰는 모든 것에 아마도 조금씩은 제 자신이 들어가 있겠죠. 전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전 세계의 미군 부대를 돌아다니며 컸어요. 그게 떠도는 인생을 사는 캐릭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 게이라는 설정 역시 제 정체성과 맞닿아 있을 테고요. 헤드윅이란 캐릭터에게는 성 정체성이 그가 겪는 고통의 중요한 요인은 아니지만. 그리고 전 젠더와 파워, 사회적 억압과 정치적 강압, 이런 문제들에 항상 관심이 있었어요. 만약 남성우월주의가 없다면, 게이라는 정체성이 문제되지 않겠죠. 호모포비아도 결국엔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이 바탕이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헤드윅]은 힘이 센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헤드윅이 자기 스스로 파워를 갖기 위해 애쓰고, 그걸 남용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루터에게 학대받고, 그 행동을 똑같이 이츠학에게 되돌려 주려고 하다가, 모든 순환고리를 끊음으로써 자신을 용서하는 이야기. 말하자면, [헤드윅]은 감정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예요.

-2014.06 The Musical 그의 넓고 깊은 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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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헤드윅을 단순히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렌스 젠더의 사랑 이야기라고 한정 짓지 않는다. 우리가 간과한 헤드윅은 힘이 센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의 상징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 트라우마가 과연 진짜 그녀가 말한 숙제일까? 위에서 알 수 있듯이, 헤드윅은 스스로 이 트라우마를 남용했고, 또 용서했다.



내가 생각하는 헤드윅이 제시하는 숙제란, 다르다와 틀리다를 알아달라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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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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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프리실라'


분명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역시 보수적이던 문화에서 점차 솔직하고 개방적인 문화로 변화 중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프로그램 '마녀사냥'만 보아도, 다루는 주제나 오가는 대화가 무척 솔직하다. 만약 우리나라가 여전히 보수적이었다면,쉬쉬하거나 비난받아 마땅할 터. 하지만 여론과 반응은 정 반대로 폭발적이었다. 그 외에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 '프리실라' 역시 성소수자를 내세우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작품이 많아지고, 개방적인 시각과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 해서, "나는 깨어있다" 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그것은 억지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다르다. 그러므로  헤드윅에 관한 개인의 취향이 곧 '나는 깨어있다'로 연결될 수 없다.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는 명백해질 필요가 있다.




헤드윅 - Midnight Radio


뮤지컬의 엔딩을 보면, 헤드윅은 가슴 속 들어있는 토마토를 꺼내 으깨고 던지고 먹어버린다. 그리곤 과장된 분장이나 옷을 걸치지 않은 완전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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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된 그 모든 족쇄를 풀어버리는 헤드윅의 몸짓은, 나로 하여금 그리고 우리 사회로 하여금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알려준다. 얼핏 보면 비슷한 의미지만, 다르다와 틀리다가 혼동되어 질때, 수 많은 의미가 파생된다.

우리는 다른 헤드윅을 틀린 헤드윅으로 잘못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나는 무언가 이질적인 두 가지를 말할 때, 항상 조심할 것 같다. 그 두가지의 성질이 틀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첫째고, 두번 째는 나의 말이다. 판단이 제대로 섰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것은 틀려" 가 아닌

"이것은 달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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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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