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랭드보통, 영혼의 미술관 [독서리뷰]

글 입력 2015.03.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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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미술이란 친숙하고도 멀고 먼 미지의 세계에 눈을 떴을 때, 헤매었을 때.

미술이라는 개념을 지칭할 수 있는 그 모든 단어에 관심이 번쩍 생겼을 때.

그러나 자신 없고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일 뿐,이라고 부정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백과사전 느낌의 그저 재미없어 보였던 책. 심지어 알랭드 보통의 다른 책들도 관심 무였던 상태.

그냥 한번 재미 붙여보고자 읽기 시작했다. 큼직큼직한 글씨로 써져있던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도구로서의 예술' 그 제목들을 찬찬히 읽어보니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오히려 익숙하다.

어딘가 논문 소제목으로 많이 접했던 기분이 들었다. 뒤에 첫 타이틀로 등장하는 '방법론'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실망을 하고 책을 덮었다면 나는 이 친절하고도 상냥한 책의 진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나처럼 '예술'이란 것을 좋아하고 싶지만 좋아하기도 전에 약간의 두려움과 소심한 가득한 눈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게 되는 탓에,끝내 좌절하고만 만 예술 감상 입문자들을 위한 친절한 기본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기네들의 언어와 개념들로 접근하면서 우리에게 진정한 예술을 대하는 방법을 원하는, 기대하는 책은 아닌 것이다.

알랭드 보통은 소설가로 많이 알려져 있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집필한 것부터 아, 그가 얼마나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졌는지 잘 알 수 있다. 그이 이력과 에세이 종류들만 봐도 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아주 방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예술은 우리의 도처에 존재하지만 그래서 요즘 시대 사람들의 취미생활 영역으로도 자리 잡히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예술은 멀게만 느껴지고, 현학적이며 나름 감상하고 나서는 왜 어리둥절함과 어지러움만 남는 것인지..

결국은 자신의 무지와 무능함으로 결론 내리고 마는 대중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 알랭드 보통이 주장한다.

문제의 근원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류 예술계가 예술을 가르치고, 팔고, 보여주는 방식에 있다고.

여전히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칭송의 대상일 뿐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좋은 가치를 심어주고 도움을 주는지는 아무런 설명은 못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예로, 나는 현대미술을 들고 싶다. 꼭 그것의 의미를 찾고 알아야만 그것이 진정한 예술 감상의 방법인 것은 아닌 것을 나도 안다. 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저 받아들이기엔 왜 불편하기만 한 걸까. 정말 '무의미'한 건 그러한 감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알랭드 보통은 우리를 그저 편하게 의자에 앉히고 말하는 것 같다. 예술은 그저 칭송하는 대상으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도움을 주고 어떤 예술이 훌륭하며, 예술가와 학예연구자, 미술과 등 예술을 가까이하고 있는 자들에게도 친절하고 상냥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나와 같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 예술에 종사할 예비자들에게도 '예술'을 창조하고 보여줌에 있어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긴다면 백과사전 같은 생김새에 지레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길 바란다. (오히려 큼직큼직한 크기에 큼직한 글씨가 눈에 더 잘 들어올지도 모른다.)

예술을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예술을 우위에 두고서 예술 → 개인으로 설명하진 않는다.

오히려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이라는 소제목처럼 우리가 예술로 어떤 걸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편히 내가 받아들이기에도 훨씬 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좋았던 또 한 가지는 목차에도 나와있듯이, 예술을 정치적으로도 돈 적으로도 직업으로도 다 연관 지어서 설명을 해주는데 그것이 나는 교양 교수님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했다는 데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마땅한 것들(예를 들어, 우리의 일상 속 부딪히는 인간관계라던지, 내면의 갈등 문제의 해소, 삶의 철학적인 부분)을 미술이라는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을 통해 이야기해준다. 책의 제목이 '영혼의 미술관'인 것이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개인의 내면, 욕망, 우리의 삶, 사회, 정치, 자본.. 그리고 진정한 예술의 방향.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예술이 덜 필요하고 덜 예외적인 세계를 창조하는데 있다.

예술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데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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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우리가 보았을 때 '예쁘장한 그림'은 (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그런 예쁜 그림은 우리의 복잡한 삶을 마비시킨다. 좋은 인생은 그저 꽃 그림으로 아파트를 화사하게 꾸미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앙리 마티스의 <춤>그림은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용기를 줄 수 있다. 꼭 예쁘거나 화사하거나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만으로도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 받을 수 있는 것. '희망은 이런 모습일 수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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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주디스 커의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어쩌면 우리는 두렵다고 생각하는 많은 상황에서 분별력을 잃고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을지 모른다.
불운하고도 아주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

문제에 맞는 해결책은 어딘가에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은 적응하면 된다. 어려움은 기회로 바뀐다.

난 작은 문제에 흔들리지 않아.
난 호들갑 떨지 않을 거야.
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이고, 중요하지 않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 이 역시 사랑이다.
 

​그 외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발췌해보자면..


〈20세기 말의 역사가 던져준 놀라운 교훈은 자부심의 결핍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에 소설이나 그림 같은 것을 하나씩 품고 있다.

문제는 순간의 통찰을 하나의 작품으로 변환시킬 만큼 끈기와 인내를 키울 수 있느냐다.


직업의 문제는 종종 기묘한 느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살면서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는 안다. 하지만 우리의 꿈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해선 막연히 갈망할 뿐, 분명한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한다. 현상황을 바꾸고 싶고,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자신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현실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당황하고 허둥댄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경쟁의 장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자신의 부족함을 과장하거나, 가장 가까이 있는 '안정된'직업. 우리의 내적 욕구에 아무런 답을 주진 못하지만, 최소한 돈을 벌 수 있고 권력자들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그런 직업에 안착한다.

​​인내심을 조금 발휘해, 방향 때문에 겪는 혼란은 진정한 직업을 찾는 정당한 행위에 꼭 필요한 과정임을 깨닫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개의 신호. 부러움과 감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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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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