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 시에나, 안녕 시에나 > -제 1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글 입력 2015.03.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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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제 1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 
시에나, 안녕 시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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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는 첫 번째로 본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부모로부터 과거에 커다란 상처를 받고 삶의 한계에 다다른 시에나가
 
그를 극복하기 위해 기억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원래도 관심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관심을 갖게 된 심리학책을 읽고 있어서인지,
 
​ 공연 시작 전 프로그램 북을 보고 이 극의 주인공인 시에나가
 
'경계선 성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연극의 전체적인 내용과 '상처로 생긴 후유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매우 궁금해졌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제대로 치료해내는 상담자는 다른 어떠한 심리학적 문제들도 제대로 치료해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료가 어렵다고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
 
 
공연이 시작되고, 1장은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비뚤어진 액자들은 기억, 환상 속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닫힌 문, 하나의 공간이지만 두 부분으로 나눠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은 소통이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많이 쓰인 '초록색'은 더욱 음산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배우들은 패치워크로 된 의상을 입고 나왔는데, 기억의 파편들을 모은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상처받았던 기억, 사랑받았던 기억. 서로 섞이지 못하고 각각 그대로 붙어있는 조각들은
 
시에나의 기억 속에 그녀가 부모에게 받았던 양가적인 감정을
 
정리되지 못한 모습으로 표현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배우들은 과장된 행동과 몸짓, 딱딱하고 감정을 누르는 과장된 말투로 연기를 한다.
 
어린 시에나의 기억 속에서이기에 가능한. 실제 과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기억 속에는 그렇게 남아있을 지 모른다.
 
어울리지 않거나 어색한 모든 동작들과 행동들은 그녀의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주관적'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3장에서는 똑같은 장면에서의 대사가 다른 말투와 표정으로 나오는데, 연극 <별무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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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상반된 기억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분노와 폭력 그리고 공포로 변질되어 시에나의 감정이 폭발한다.
 
​어린 시에나의 섬뜩한 연기와 어른 시에나가 자신이 자신의 과거를 분노하고 오열하는 연기는
 
극 속으로 더욱 더 빠져들게 했다.
 
 
​ ​감정을 언어로 혹은 다른 무엇으로라도 표현해내는 것에 부끄러워하고 어색해하던 시에나가
 
조금씩 감정을 말로 풀어내기 시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숨겨온 상처를 털어놓는 순간
 
왠지 모르게 내 속에 있던 내가 기억 속에서 묻어두려고 했던 상처들을 다 털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뭉클해지면서도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분노에 가득 찬 시에나의 모습을 보다가​
 
​시에나의 부모가 시에나를 안아주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약간은 무슨 느낌인지 알 것도 같은데 하면서.
 
 
현실로 돌아와서​
 
이혼한 시에나가 용기를 내어 집으로 찾아왔을 때
 
자신의 기억 혹은 상상과 달리 자신이 이때까지 느꼈던 감정을 부모에게 그대로 말하고
 
서운하지만 후련한 마음으로 어린 시에나. 자신과 화해하고는 극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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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배우들은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반복되는 구절에 대해 말로써(서) 처음부터 너무 직설적으로 주제를 들어내는 것 같아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연극이 진행되어가면서 그 문장의 의미를 점점 깨달아가는 묘미가 있다.
 
​​
 
감정을 다른 무엇으로 표현하기보다 언어로 정의내리는 것에서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타인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설명하고 이해받을 수 있다.
 
분노를 느끼는 감정을 행복했던 감정으로 덮으려 한다면,
 
후에 더이상 덮어지지 않는 분노는 밖으로 터져나오게 되고
 
자신도 수용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지치게 된다.
 
 
물론 극이 말하고 싶은 것처럼 이대로만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쉽지는 않지만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낸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좀 더 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괴물의 먹이가 되는 감정으로 변질되지는 않을 것이다.​
 
 
​​연극을 보면서 시에나는 '극복'하기 위해서 기억 속으로 떠났다기보다는
 
'과거에 얽매이는 자신이 싫어 지우러' 떠난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시에나에게는 괴물의 크기를 줄이는 큰 극복이 아닐까싶다.
 
 
상황이 바로 바뀌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 전의 삶보다는 조금 나아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던지고, 대리해소를 할 수 있는.
 
보고나면 시원하면서도 먹먹하고, 많은 물음을 던져주고,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같이 간 친구와 함께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귀가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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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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