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이 모이는 곳에서 예술이 태어난다(3)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3.0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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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원의 영향



      메디치 가와 구겐하임 가의 예술 후원에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이익 추구의 목적이 존재했지만, 이들의 후원으로 인해 공익 또한 창출될 수 있었다.

 


3-1 메디치 가문의 후원 결과 


      먼저, 메디치 가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피렌체는 당대 최고의 예술 도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밀라노 등 다른 도시들에 비해 군사적으로 열등했지만, 문화예술의 중심지라는 명성은 피렌체 시민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무시켰다. 또한 메디치 가가 가장 중시했던 ‘수집’은 후대의 귀중한 유산이 되었다. 코시모 데 메디치의 명령으로 지어진 ‘우피치’는 초기에는 행정 종합청사의 역할을 하다가 후에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이 ‘우피치 미술관’은 1737년 메디치 가의 마지막 후손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가 ‘공익’을 위해 국가에 기증하면서 소장품들이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고, 이러한 대단한 가치를 지닌 예술품들을 보기 위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찾아옴으로써 경제적 이익도 창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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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갤러리의 외부 모습]



3-2 구겐하임 가문의 후원 결과


      구겐하임 가문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으로 대중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더 나아가,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지 문화 공간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를 변화시켰다. 1937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세워진 후 구겐하임 재단은 전 세계에 분관을 내는 계획을 세웠고, 1997년 스페인의 빌바오에 다섯 번째 분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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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는 스페인의 바스크(Basque) 지방에 위치한 낙후된 탄광 도시였지만, 미술관 건설 이후로 관광 0순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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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빌바오 관광객 동향 자료>, 네이버 캐스트 2013


[그림 5]에 나와 있듯, 빌바오의 관광객 수는 급증했으며 미술관 사업으로 약 1억 7천만 규모의 GDP 가치를 창출하였고 4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바스크 정부와 구겐하임 재단의 협력으로 세워진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지역사회의 경제를 되살려놓았으며 시민들의 자긍심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대중문화에 잠식되어가는 문화적인 가치를 되살려주기도 하였다.
    덧붙여, 메디치 가가 교육 기관을 세워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예술가들을 길러냈다면 구겐하임 가문은 전위적인 신진 작가들의 성향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이러한 수용은 미국의 독자적인 추상표현주의, 즉 미술사 내에 새로운 미술 사조를 탄생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4. 현대의 예술과 자본


4-1 현대 후원의 양상

     

      앞서 말한 메디치 가와 구겐하임 가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차이점을 보인다. 메디치 가가 존재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미술의 틀이 있었다. 따라서 획일적인 형식의 예술작품만이 후원의 대상이 되었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작품은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근대의 구겐하임 가문은 적극적으로 전위예술을 받아들였다. 기존의 미술 사조는 물론 미국 내의 무명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후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추상표현주의라는 커다란 변혁을 불러 일으켰다. 현대의 후원 또한 시대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본은 예술의 토대라는 점은 현대에도 유효하므로, 메디치 가와 구겐하임 가처럼 거대 기업들이 주요한 예술 후원자이다. 그들은 앞선 두 가문의 ‘수집’에 영향을 받아 예술작품들을 열광적으로 사들여 대중에게 공개하는데, 삼성의 리움 미술관이나 현대의 현대 미술관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현대에서는 대중들의 후원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팝아트가 미술과 대중예술과의 공존을 표방한 후부터, 예술 향유자는 더 이상 소수의 상위계층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예술 후원은 현대에 와서 더욱 다양한 방식을 띠고 있다. 대중들은 디즈니 만화 같은 대중예술을 소비하며 간접적 후원을 하거나, 텀블벅 등의 직접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개미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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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시각적 대중예술 중 하나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오: 텀블벅 후원 사이트 로고] 



4-2 현대 후원의 문제점

   

      하지만 다원화된 후원이 결코 긍정적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현대의 예술은 대중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양상을 띤다.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고 대중과 친근한 예술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는 ‘예술의 전체주의와 상업화’ 라는 부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예술의 순수성과 작품세계를 보존하지 못하고 대중의 입맛에만 맞춘 상업예술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다음으로, 거대 기업들은 예술을 투자처로만 바라보기도 한다. 기업은 예술 후원을 통해 소득세, 상속세 등 경제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자금’의 명목으로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삼성의 <행복한 눈물> 스캔들이 바로 그 예이다. 이와 같은 ‘투자’ 목적만을 위한 예술 후원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국내에 ‘미술품 양도세 제도’가 제정되었으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양도세 제도가 뇌물이나 탈법적인 상속 수단으로 오용되어 왔던 잘못된 후원들을 효과적으로 바로잡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덧붙여, 예술 후원이 ‘수집’에만 집중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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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의 주인공, <행복한 눈물>]



5.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술과 자본은 필수 불가결한 관계이며 자본이 예술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인 ‘후원’ 은 시대적 환경에 따라 다른 양태로 표현되어 왔다.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가는 정치선전을 목적에 부합하는 예술가를 양성하고 작품을 수집한 반면, 20세기 초 구겐하임 가문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를 배제할 수 없지만 보다 혁신적이고 다양한 사조의 예술 작품을 후원했다. 현대에는 자본의 흐름이 거대 기업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넘어감에 따라 후원에서 대중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자본을 토대로 탄생하고 성장해 왔다. 이는 예술가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였으나 예술의 획일성과 자본과의 무분별한 결탁 등에 문제점 또한 낳았다. 현대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미술품 양도세 제도’나 sns 등 다양한 예술 소통의 창구 등이 등장하였으나 아직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제도적 확충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면, 예술과 자본은 보다 이상적인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윤난지, 20세기 미술과 후원, 2003.

이동연, 문화자본의 시대(한국 문화자본의 형성 원리), 문화과학사, 2010.

이성휘 저,다큐멘터리 미술, 예담, 2011.

제이 에멀링, 김희영 역, 20세기 현대예술이론, 미진사, 2013.

팀 팍스, 황소연 역,메디치 머니, 청림출판, 2008.

[최한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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