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한 인간의 생을 들여다보는 연극. 이윤택 연출의 '어머니'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2.16 22: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50102182808_6046.jpg


연극 〈어머니〉2015
이윤택 작·연출
손숙, 김소희 등 출연 


〈오구-죽음의 형식〉, 〈문제적 인간 연산〉, 〈혜경궁 홍씨〉등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창작한 작가이자 연출가 이윤택은 연극 〈어머니〉가 예술극과 대중극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초연 이후 올해로 20년이 되었고, 손숙 배우와 연희단 거리패 고정 레파토리로써 15주년을 맞이했다.

2015020500118_0.jpg



연극 〈어머니〉를 보면서 12월에 보았던 이윤택 연출가의 〈혜경궁 홍씨〉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혜경궁 홍씨〉에서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였던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았던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김소희 배우가 연극 〈어머니〉에서는 주인공인 황일순의 며느리와 어머니의 역할을 동시에 맡았던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또한, 음악극의 형식을 기반으로 한 사람의 기억을 따라서 서사 구조를 해체하는 극의 전체 구성과, 무엇보다 이윤택 연출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의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두 연극의 접점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영상으로만 봤던 〈오구-죽음의 형식〉 또한 어머니의 임종을 하나의 의식을 치르듯이 준비하는 아들과 어머니가 극의 중심인물이다. 여러 작품에서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서사를 풀어낸 이윤택 연출가의 창작활동의 원동력은, 어떻게 보면 '어머니'라는 존재로부터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윤택 작품 속에 나타나는 여러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도 연극〈어머니〉는, 이윤택 연출가의 어머니에 대한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싶다. 실제로 이윤택 연출가는 연극 〈어머니〉의 모델이 바로 탁월한 이야기꾼인 자신의 어머니라고 밝혔다. 극 중 죽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슬픔, 한 여인의 애환이 담긴 '신주단지'라는 상징물은 실제로 이윤택 연출가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신주단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가족 구성이 해체되면서, '보편적인 어머니'에 대한 통념 또한 해체되고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사정에 따라 개인에게는 각기 다른 모습의 어머니가 존재한다. 연극 〈어머니〉속에 나오는 어머니는 한국 근대수난사를 겪어온 인물임에도 흔히 '한'과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어머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한 연극〈어머니〉가 지니는 보편성은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각자 개인의 고유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 관객들이 손숙 배우가 연기한 어머니를 마주하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릴 때,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내력을 떠올린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그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관객들이 한 걸음 떨어져서 어머니의 인생을 개별적인 '인간의 생'으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극 중 어머니인 '황일순'이 자신의 이름을 잃고 '황두리'로 살아오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 '황일순'을 스스로 쓸 수 있게 되는 결말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i.jpg


연극 〈어머니〉는 연극 도입부부터 죽은 남편이 일순이를 찾아오는 것부터 환상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또한 서사의 흐름 또한 순차적이지 않고 기억을 따라서 과거에 사랑했던 한 남자와 이별하고 다른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고, 여자라는 이유로 글공부도 못하고 팔려오다시피 시집을 왔던 어머니의 인생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그리고 불륜 속에 태어난 첫 아이를 전쟁 중에 잃게된 에피소드 뒤에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아이의 재가 들어있는 신주단지를 깨는 장면이 따라오면서 극중 인물의 감정은 절정에 이른다. 

이런 연극〈어머니〉에 대해서 이윤택 연출가는 "한국 근대수난사를 가로지르는 3세대 가족사를 배경으로 문맹의 여성이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존재론적 성찰의 극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기억이란 이름으로 시간, 공간, 심지어 인물까지 해체되는 해체극이라는 점에서 포스트 모던한 극적 장치가 적용되고 있지만. 가족을 지켜내는 어머니의 감성이 극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대중적이다."(2015년도 연극 〈어머니〉 프로그램 북 중에서)라고 말한다. 연극 〈어머니〉에서 어머니라는 한 인간의 존재를 밝히는 일이 실로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도전이면서도, 대중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결과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포터즈3기-임슬기님-태그1.png

       

[임슬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