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사랑하기

글 입력 2015.01.0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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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사랑하기
 
 해를 마무리 하다보면 아쉬운 순간들이 생각난다. “그때 그랬었더라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 말이다. 아무리 되돌려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순간을 느껴보고 싶어 하지만, 아무리 해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느꼈던 분위기는 그때가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순간을 잃지 않기 위해 어딘가에 담아둔다. 그림이나 사진, 글 등을 통해서 말이다. 이런 매개들을 통해, 우리는 기억하고 있던 순간을 정확하게 재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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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 Vittorio Matteo Corcos
 
 
 
위의 그림처럼 그 때 그 순간을 그대로 남기려고 했다. 누가 봐도 첫눈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재현된 것은 금방 지루해진다. 아름다운 그 순간은 멈춘 그 상태이므로,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해서 무미건조하다. 예를 들면, 항상 똑같은 말, 표정인 사람이 있다면 하나도 끌리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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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romenade(Woman with a parasol), Claude Monet, 1875
 
 

 그래서 위의 그림처럼 사람들은 순간의 완벽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보는 것과 같이 완벽하게 재현하지 않고, 마치 어렴풋한 순간을 그렸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보며 어렴풋한 순간을 되새기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독 인상주의 화가들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그림도 지루해진다. 심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에 일생을 바친 고흐의 그림도 보면 볼수록 지루했다. 2013년 고흐 전시회 때도 그림을 다 보았을 무렵에도 사람이 많아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지루하지 않았을 때는 바로 처음 본 순간일 뿐이었다. 그 순간만은 강렬하고 그 뒤는 아무 느낌도 받지 못 했다. 지금 와서 내가 느끼는 건 순간은 기억으로, 추억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어떤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을 봐도 내 머릿속에 있는 추억을 따라오지 못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시간에 따라서 내가 느끼는 것도 변한다. 느낀 그 순간은 그 때일 뿐, 아무리 복원해도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야 한다.
 
 
 
 
 
[홍두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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