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판소리 단편선 <추물/살인>을 관람하였다. 이 공연은 주요섭이라는 작가의 소설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이자람 작창, 감독하에 구성되었다. 이전부터 이자람의 명성은 자자히 들어왔으나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이 처음이기도 하였고, 창작판소리 공연을 관람한 경우는 손에 꼽기에 그 설레임과 기대가 배가 되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극은 주요섭의 휴머니즘을 얘기하는 소설들을 바탕으로 재구성 되었다. 1부 추물은 태어날 때부터 못생긴 추녀의 성장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2부 살인은 어린나이부터 몸을 팔며 살아가게 된 창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3명의 고수와 1명의 창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엔 이 구성이 의아했으나 공연이 진행되며 창자와 3명의 고수의 소리가 부딪혀 뿜어내는 음악적 효과와 영향력은 엄청난 신어지를 자아냄을 느꼈다. 1부는 기존에 전해지고 있는 판소리의 유형을 많이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권선징악의 형태는 아니나 해학적인 코드와 교훈을 주는 점이 전통적인 판소리와 이어지는 맥락이 느껴졌다. 반면 2부는 전통적인 형태를 고집하기 보다는 서사적인 것에 더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 보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하얀 소복을 입은 창자와 붉은 조명의 대비를 보였고, 창자의 다이나믹한 연기와 밀집도 높은 타악연주가 보여졌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인 2부의 공연이 더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쨍한 빨간조명이 쏘여졌던 클라이막스는 강렬하고 굵은 인상을 남겼다.
‘국악’이라는 장르의 본질적인 부분을 파고들며 옛것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은 그러한 의미에서 가치가 있는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창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새로 만들어나가는 작업보다는 계승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소리를 하는 사람도 한명의 좋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적인 공연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국악에 쉽게 다가갈수 있는 문을 열어준것같아 좋은 시도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