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일호 :: 서응원전

글 입력 2014.12.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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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응원 - 일상과 사물을 풀어가는 자유인

예술가의 신분은 특권층이 아니다. 예술가는 소시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본질은 ‘무관심성’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무관심성이랑 달리 기술하면 정관(靜觀)의 뜻도 있다. 정관이란 무엇인가, 모든 관심을 버리고 흔들림 없이 고요히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화가 서응원의 작품적 특성을 나는 ‘일체의 격식을 털어 버린 그림’이라고 쓴 일이 있다. 서응원의 작품에서는 탈속한 선승의 체취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혹은 우리네 민초들의 둔박함이나 너그러움 같은 것, 소박성이 읽혀진다. 그는 일기를 쓰듯, 낙서를 하듯이 평상심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려간다.

서응원의 작품은 그렇다고 산사에서의 고즈넉한 선방 일기도 아니며, 어느 큰 스님이 필묵으로 찍어 내려갔을 법한 달마도사의 화상 같은 고격한 그림도 아니다. 도시에 사는 평범한 보통 사람인 도시민 화가가 그렸거나 만든 생활기록의 편린일 뿐이다.

예술 활동이 인간의 본능적 충동의 하나인 ‘유희 충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그것을 실증이라도 하듯이 놀이의 장난기 넘치는 듯한 어리숙한 그림이나 오브제, 사람의 형상을 회화화[caricature]한 작품이 전부다. 작가의 작품의 저변에 어떠한 우의[寓意]가 담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세상을 폄하하거나 적의가 담긴 패러독스는 아니다. 오히려 편안한 미소띈 시선 같은 감칠맛이 난다.

이 번잡하고 황당한 세상에서 이 화가만큼 솔직하고 정갈하게 정관을 지키며 스스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화가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매번 대하는 그의 작품 발표전은 그의 구김살 없고 변하지 않는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또 그런 만큼 그의 작품에는 어떤 분칠이나 치장도 없이 그림을 감싸주는 테두리 액자조차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서응원의 작품에 구상이니 추상이니 하는 특정한 양식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혹은 회화니 조각이니 하는 분류별 장르개념도 명확치 않은 것 같다. 그는 다만 손에 잡히는 어떠한 재료 매재이거나, 심지어는 쓰다버린 폐품조차 작품의 재료원으로 활용할 줄 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만능 운동선수 같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여러 대학을 번갈아 출강하는 미술 강사로서 그는 귀속된 고정적인 직장이 없는 직업인 예술가이다. 언 듯 보기에는 그이만큼 생활의 제약을 받지 않는 그야말로 자유인인 그의 직업이야말로 거칠 것이 없다. 그렇다. 예술의 본질은 자유인 것이다. 예술가는 선택 받은 자유인이다.

언젠가 미국의 현대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피력한 예술관이 생각난다. 그는 말했다. - “사람들에게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이게 하고 싶다.”라고. 그는 또 “나는 미술을 위한 미술을 하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미술에서 대의명분을 찾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응원도 여기 해당되는 미술가가 아닐까 싶다. 종래의 화가들은 풍경화를 즐겨 그렸지만 서응원의 작품에서는 풍경 따위가 끼일 틈새가 없다. 그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사물로부터 풀어나간다. 회화적 상징과 오브제가 동원 된다. 그의 작품에 있어서의 모든 것들은 전적으로 그의 생활의 일상과 관련되어 있다. 서응원은 그의 일상과 사물을 풀어가는 자유인 미술가다.

-김인환 <미술평론가>-

 
갤러리일호
 
 

 
 
갤러리일호
서응원전
2014-12-17 ~ 2014-12-23
 
[조호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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