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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가장 조용한 절망이 흐르는 곳 [도서/문학]
사랑이라는 위스키에 취해버린 세명의 남녀. 그 종착지를 향해
세상이 무너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누군가는 아주 천천히 금이 가고, 누군가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혁진 작가의 『광인』은 그 금이 가는 과정 전체를 하나하나 정면으로 응시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거대한 폭력이나 비극적인 사건과 다르게 더 조용하고, 더 잔인한 방식으로 인간이 얼마나 부서질 수 있는지에 관한 현실을 다룬다. 그리고 작가는 그 현실 속에
by
손가은 에디터
2025.11.15
리뷰
모임
[아트인사이트 모임] 담대한 사람들
기다릴 줄을 아는, 딱 그 정도의 힘
이내 그녀들은 힘 빼고 편안한 글을 써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딱 전형적인, 일종의 쓰여진 각본 같은 대화의 흐름이었다. 말하자면, 큰 사건이 없는 한 천연스럽게 이어지게 되는 것들. 마치 소설의 대부분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대사들 같이… 그러던 와중 L(지연)이 특유의 수구래하고 커다란 눈을 말똥히 뜨곤 약간 갸웃거리는데, 좌우로 번갈아 고개를 모로 갸
by
서상덕 에디터
2025.11.15
리뷰
도서
[Review]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법 - 의미들
'수잰 스캔런'의 회고록은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삶을 되찾게 해주는 지침서다.
'의미들'의 조금 다른 맥락 나는 모든 순간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세상에 무의미한 일은 없다. 일을 하면서도 많이 느낀다. 문장 하나를 쓸 때에도, 보고를 할 때에도 이유가 필요하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가 없다면 주저리주저리 결론 없는 생각을 늘어놓게 된다. 요즘 일에 대한 나의 고민들 중 하나이며 어쩌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이다. 물론
by
양유정 에디터
2025.11.15
리뷰
전시
[Review] 광화문의 단풍을 지나 예술의 시간으로 -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전시]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 한 번에 펼쳐지는 전시
광화문 광장은 가을 단풍이 짙어졌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한다. 그 옆 세종문화회관은 항상 공연과 전시의 포스터가 크게 걸려져 있고, 그 주제에 따라 계절감을 한껏 더 느끼게 해준다. 풍경들 사이로,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에서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단풍이 든 나무들과 바람, 그리고 서울의 햇빛을 뒤로하고
by
이수진 에디터
2025.11.14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여인의 고백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흐른단다 - 제10회 M 클래식 축제, 로맨틱 리사이틀 #3. 피아니스트 백혜선 [공연]
11월 11일, 드높은 소리로 전하는 마음 – M 클래식 축제 '백혜선 피아노 리사이틀' 감상 에세이
하나 사실 클래식 공연만큼 좌석이 중요하지 않은 공연이 또 있을까 싶다. 당신이 이 고전을 향유하러 공연장에 발을 들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좋아하는 연주가를 보기 위함인가? 그렇다면 좌석은 꽤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들이 펼쳐내는 합을 지켜보기 위해서라면 무대와 가까울수록 좋겠지. 그러나 만약 당신이 어떤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특정 작곡가의
by
장유진 에디터
2025.11.14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제인 캠피온이 다시 쓴 가족적 비극의 원형, '파워 오브 도그' [영화]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는 「오이디푸스 왕」의 가족 비극을 서부극의 심리적 서사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피터, 로즈, 필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과 권력의 긴장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현대적 변형을 보여주며, 고대 비극의 카타르시스가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증명한다.
비극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낯선 이의 불행보다는 가까운 사이에서의 파국이 더욱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비극의 걸작, 「오이디푸스 왕」이 오늘날까지도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 또한 바로 이 지점에 있을 것이다. 저번 글에 이어 이번에는,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를 중심으로 그 비극의 또 다른 심장부 - ‘가장 가까
by
황지윤 에디터
2025.11.14
리뷰
공연
[Review] 연극의 원초적 질감을 되찾아 - 도어 넥스트 헤븐 [공연]
심리적 밀도와 공간적 실험이 만든 독특한 2인극
대학에서 현대 희곡론을 공부할 때, 우리나라의 근현대 초창기 연극들은 카페에서 공연되곤 했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된 극장이 보편적인 오늘날의 관객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로 지하의 한 카페에서 열린다는 연극 <도어 넥스트 헤븐>의 소식을 듣고 자연히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공연 장소를
by
김현진 에디터
2025.11.14
리뷰
공연
[리뷰] 페스티벌의 계절을 기다리며 - Color in Music Festival 2025
포근한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올 페스티벌의 계절을 기다리며 글의 마지막 문장을 적는다.
페스티벌의 매력은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해진 울타리 내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함을 사랑해 나는 페스티벌을 찾는다. 어느덧 11월이 왔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불어오는 찬바람에 당황하면서도 조바심이 난다. 얼마 남지 않은 선선한 날씨를 마음껏 누려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찾았다. Color in Music
by
김인규 에디터
2025.11.14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나를 안아주는 포근한 중력 [영화]
사랑과 구원에 대해 몸짓으로 보여주는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존재하기 위한 몸부림-감각의 전환을 중심으로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주인공 시릴은 두 손으로 전화기를 쥔 채로 숨죽이고 있다. 또렷한 음성으로 송출되는 기계음은 아버지의 부재를 말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잔인한 현실을 통보하지만, 시릴은 완강히 거부하며 프레임 밖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카메라는 시릴을
by
한소현 에디터
2025.11.13
오피니언
드라마/예능
[Opinion] 어린 시절 나의 영웅, 파워레인저 [드라마/예능]
파워레인저의 종영 소식, 그러나 막을 내리더라도 언제나 기억될 영웅들
"너는 여자아이답지 않게 파란색을 좋아했어." 지금도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엄마가 종종 하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난 여자아이를 위한 것, 남자아이를 위한 것 따위의 구분 없이 재밌으면 뭐든 보는 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어린 시절 내가 정말 좋아했던 영웅은 프리큐어, 가면라이더, 그리고 파워레인저였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by
임혜인 에디터
2025.11.13
리뷰
공연
[Review] 담양의 결이 부르는 소리 - 수림뉴웨이브 2025
이번 가을에는 우리는 전통 소리에 집중하고, 상상하고 이 음악을 따라 우리의 결이 완성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지속된 관심만으로도 우리의 전통은 계속되고,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 가족들과 담양에 있는 죽녹원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다. 푸른 여름 날이었는데 아주 더웠지만 눈을 감으면 시원했다. 모든 시야를 까맣게 만든 뒤 소리에만 집중해 보면 대나무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그때 길게 쭉 뻗은 녹색 잎들이 사락거리며 시원한 소리를 낸다. 담양에서 들린 소리는 바람결을 따라 여전히 여름만 되면 내 머릿속을 맴돈다. 수림뉴
by
황수빈 에디터
2025.11.13
작품기고
The Artist
[언어가 머무른 자리] 용서를 위한 기도문
한 송이의 꽃을 건넬 수 있기를
* 본문에 소설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는 동안 무수히도 많은 금이 생겼습니다. 마음의 잔금이 햇살에 찔린 물결만큼 많지만 상처입었다는 이유로 망가지진 않으려 합니다. 나를 강하게 하는 것도 약하게 하는 것도 당신이 아닌 내 자신임을 알기에 그럼에도 나를 미워하는 당신에겐 차라리 꽃을 바치겠습니다. 김영지, <레지나
by
손가인 에디터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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