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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덜 무해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길 -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도서]
모두에게 무해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덜 무해한 사람'으로 남을 순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을까. 난 자신 있게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불행하고 무력한 사람이라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믿는 건 자기기만이자 오만함이다. ‘상처받은 나’에 취해 타인에게 준 상처를 보지 못하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건, 너무 끔찍하다. 모두에게 무해한 사람은 없다. 그 누구도 공격할 수 없는 둥그런 것들만
by
한수민 에디터
2024.04.26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왕국의 경사
한 왕국에서 벌어진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의 새벽, 왕국의 하늘에는 빛 대신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런 왕국의 길거리는 곧 떠오를 태양을 마주할 준비라도 하듯, 벌써 사람들로 붐볐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 사람들 사이를 분주히 걸어 다니는 상인들까지 사람들은 다양했다. 그 사이에는 중요한 일에 대한 준비, 그리고 기대감이 서려 있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하늘은 점점 푸릇
by
하지석 에디터
2024.04.19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노방일기
노방(路傍) : 길의 양쪽 가장자리
꺄드득- 꺄드드득-. 잘 익은 호두 두 알이 손아귀에서 부딪히며 건조한 소리를 낸다. 거친 굳은살 사이사이를 비집은 호두 두 알이 애처롭게 운다. 그는 갈 곳이 없다. 그의 발바닥은 더러운 아스팔트 위를 나뒹군다. 그러고는 이내 마치 세상을 향해 자신을 보호하듯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둥글게 웅크린다. 폐차장 건물 안, 대로변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by
이다영 에디터
2024.04.03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잊혀진 것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도시. 그곳에서 벌어진 작은 이야기.
제 1장 ‘Get High!’ 멀지 않은 미래의 런던, 53구역. 거리의 낡은 벽에는 형형색색의 그래피티들이 그려져 있었다. 허나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래피티는 이것이었다. 겟 하이. 그래피티 뿐 아니라 크고작은 낙서들로 더러워진 벽은 길거리를 따라 끝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 앞에서는 기다란 코트를 입은 갈색 머리 여성이 그래피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by
하지석 에디터
2024.03.31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그녀의 비밀
해가 뜨기 직전 새벽녘, 바닷가 옆 여관에서 잠을 자는 남녀의 이야기
고요한 파도 소리가 이따금 들리는 단아한 바닷가에 새벽이 찾아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지만 곧 얼굴을 드러낼 태양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하늘에서는 밤의 어둠이 점점 사라지고 희미한 푸른빛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이른 새벽의 짙푸른 하늘은 그 아래 펼쳐진 광활한 바다와 비슷한 색감을 띠었다. 바다 앞 해변가에는 작지만 고급진 여관이 있었다.
by
하지석 에디터
2024.03.14
리뷰
도서
[Review] 부서진 세계를 그려낸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도서]
현실의 조각난 틈을 파고드는 환상 호러 소설집
사라진 사람들, 편집증, 정신병.. 에븐슨은 독자를 미로와 함정에 끌어들이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 이렇게 일관적으로 두려움을 선사할 수 있다니, 믿기 어렵다. -뉴욕 타임스-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미국 사변소설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브라이언 에븐슨의 단편 소설집이다. 기묘하면서도 공포스러움을 자아내며 때론 SF 소재까지 능숙하게 오가는 작가의
by
정선민 에디터
2024.03.12
리뷰
도서
[Review] 기묘하고 기괴한 꿈같은 이야기 -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기묘하고 기괴한, 그래서 빨리 깨어나고 싶은 꿈 이야기
기묘하고 기괴한 꿈같은 이야기 기묘하고 기괴한, 그래서 빨리 깨어나고 싶은 꿈 이야기 종종 ‘꿈’이라는 것이 나를 초월하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는 깨어 있을 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때때로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말도 안 되는 아포칼립스 상황에 방치되기도, 인외적인 존재와 대화를 하기도 하는 꿈
by
곽미란 에디터
2024.03.10
리뷰
도서
[Review] 빛나는 세계 속 방랑의 시간 -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도서]
브라이언 에븐슨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호러의 세계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작가 브라이언 에븐슨이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단편 호러 소설집이다. 브라이언 에븐슨은 교묘하게 현실을 뒤틀고 기이한 생명체를 창조하면서 독자들을 자신만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의 이야기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함께 독창적인 충격을 선사하며 섬뜩한 공포를 보여준다. 브라이언 에븐슨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각종 언
by
황시연 에디터
2024.02.28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 이토록 평범한 미래 [도서]
작가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쓴 단편소설 8편을 묶은 책이다. 단편 소설 8편으로 구성이 되어있어서 부담 없이 읽기 편했다. 각 단편별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나타나는 주제나 복선 등이 총 8편의 단편 영화를 본 것만 같은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난해한 내용의 단편 또한 있었지만 저자가 이끄는 대로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영화는 끝나있고 깊은 감상에 젖게 된다. 부모님께도 적극 추천할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했던 책이다.
반복적인 일상을 견디기 위해 꾸준히 소설을 읽는다.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서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게 되면 압축적인 시간 속에서 다른 삶을 관찰해 볼 수 있고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특히 한국 소설을 좋아한다. 외국 소설은 정서적인 차이 때문에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다.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한
by
노세민 에디터
2024.02.15
작품기고
The Writer
[The Writer] 우상 숭배
날 숭배해 줘
“난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 운비는 늘 말한다. 그렇지만 귀신 보는 애가 보이는 것만 믿는다니, 나에겐 퍽 우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네가 보는 걸 난 못 보는데, 그럼 난 네 믿음은 평생 못 본다는 거잖아.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미신 타령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갓난아기 때, 온 병원을 돌아다녀도 열이 떨어지지 않자, 종국에는 무당인 외숙
by
주영지 에디터
2024.01.31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체육선생 고제하에 대하여
제하 ; [명사] 1. 행복하지 아니함. 2. 행복하지 아니한 일. 또는 그런 운수.
책을 덮었다. 엉켜있는 수 많은 낱말들을 머릿속에서 곱씹다가 눈을 감았다. 오늘도 결국 제대로 글을 읽지 못했다. 뇌에 녹아내리지 못한 글자 획들은 제하의 호흡기관 안에서 배회했다. 먹먹해지는 목울대를 따라 곧 눈시울이 붉어졌고, 제하는 부르튼 입술을 깨물었다. 제하의 뇌가 문자를 거부한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의사는 이것이 그저 그녀가 지
by
김푸름 에디터
2024.01.14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스물여덟 공영하에 대하여
공영하가 어머니를 원망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날 밤 소리 없는 울음을 터트리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날 갑작스레 열병을 앓고 있던 나에게 어머니는 언젠가 세상이 저버릴 것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따스한 온기가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어느 날 봄기운이 싹트고 발 딛는 곳에 생명력이 흘러넘쳐도 나는 그곳을 차마 밟지 못할 시간이 존재할 것이라고 읊조렸다. 목울대에서 머물러있던 울음은 어느새 화가 되어 내 안에서 응어리지지만, 그
by
김푸름 에디터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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