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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봄에는 어떤 것도 게으르지 않기 때문
바질 화분 하나, 잘 다려진 패딩 한 벌, 그 모든 게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작고 묵은 것들이 움직이고, 오래된 마음조차 다시 싹을 틔운다. 어쩌면 내가 나를 바꾸는 계절은 언제나 봄이었는지도 모른다. 봄에는 게으른 것이 없기 때문.
새로운 것에 인색해지는 마음은 대개 그렇다. 나는 안정적인 매일이 좋고 갑자기 어떤 것들이 바뀌면 불안해진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닳고 닳은 말을 당당하게 외친 뒤, 정작 구태의연한 풍경 앞에선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봄에는 오래 누워 구덩이처럼 파인 매트리스가 다시 올라올 시간을 주고 두꺼운 옷을 서둘러 박스 안에 봉하고 봄을 맞이한 새로운
by
조수빈 에디터
2025.04.24
오피니언
사람
[오피니언] 자라나는 초록 [사람]
푸르름이 스며드는 계절과 함께 자라나고 싶은 마음을 담다.
언제 초록색이 생기나 하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길거리엔 푸릇푸릇한 초록빛이 가득하다. 매일 같은 등굣길에서 나는 무심하고 꾸준히 변화를 관찰하곤 한다. 평소엔 덧 없는 하늘과 앙상한 갈색 나뭇가지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노란 개나리가 가지 끝에 매달려 있고, 강의실 창밖엔 짙은 초록의 나무가 창틀을 채우고 있었다. 또, 민들레는 아스팔트 속에서 치열
by
김은서 에디터
2025.04.24
리뷰
공연
[Review] 속마음을 마주하는 여정 - 연극 견고딕걸 [공연]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는 조금 더 서로의, 그리고 자신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연극 <견고딕걸>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수빈이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정확히는 달려오는 열차에 사람을 밀고, 자신도 같이 자살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일 여유도 없이 엄마와 함께 문제 될만한 동생의 유품을 모두 없앤다. 그렇게 수빈의 쌍둥이 언니, 수민은 하루아침에 끔찍한 살인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된다
by
노미란 에디터
2025.04.2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The person : 02. 사람하는 사람
이 글의 제목에는 오탈자가 없습니다.
언젠가 나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히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느꼈던 적은 없다.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수많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행운이다. 이건 이런저런 생각 후 내린 결론이었다. 돌이켜보면 원체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나는 인간관계로 행복했던 기억보다 곤란했던 경험이 더 많았다. 사람이
by
김효주 에디터
2025.04.20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남색대문 -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의 통로 [영화]
푸르지만 쨍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가볍지 않은 색. 남색은 미완의 마음들이 머물다 가는 곳, 언젠가 꺼내지 않아도 기억될 감정들의 배경이다.
남색대문, 평행선 위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 우리는 누구에게도 자전거 페달을 대신 밟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남색대문』은 그런 이야기다. 서로를 바라보며도 결코 겹쳐지지 못하는, 그러나 함께 같은 속도로 달리는 평행선 같은 관계들. 이 영화는 십대의 미숙함과 불안정한 내면을, 언어가 아닌 공간과 행동,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드는 침묵으로 표현한다. 20
by
이경헌 에디터
2025.04.20
리뷰
공연
[Review] 우리 모두 지브리 하나쯤은 마음 속에 품고 있으니까 - 지브리 페스티벌
지브리 페스티벌에 다녀온 후기
이전에도 지브리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스크린 위에 펼쳐진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귀에 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왔던 그 시간은 단순한 추억의 소환을 넘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그 때와는 또 다른 깊이의 감동이 있었다. 이번 공연의 중심은 ‘클래식’ 스타일로 새롭게 편곡된 지브리 음악이었기 때
by
채수빈 에디터
2025.04.20
리뷰
PRESS
[PRESS] 소리를 통해 만나는 '여백'의 무용 - 전시 '농사짓는 몸_듣는 산책'
이선아의 오랜 탐구 주제인 ‘감각’과 그것을 탐구하는 방식인 ‘산책’을 농사라는 이름 아래에 동시에 담아낸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하게 해 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by
김푸름 에디터
2025.04.19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나의 달에게 [서간문]
내가 달을 자주 올려다보는 이유
친애하는 배우님께 진짜로 읽으신다는 상상을 하니, 손이 키보드 위에서 잠시 얼어붙었어요.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배우님을 만나게 된다면 내가 말을 걸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하기만 했었는데... 말은커녕 저는 편지를 쓰는 것부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네요. 록산에게 편지를 주는 시라노는 얼마나 떨렸을까요. 저는 작년에 배우님을 처음 알게 된, 신팬(?)
by
채수빈 에디터
2025.04.19
리뷰
전시
[Review] 일상과 마음의 '틔움'을 찾다. - 아트인사이트 제1회 기획전 '틔움' [전시]
5명의 작가들과 함께 한 아트인사이트 제 1회 기획 전시 '틔움'
숨을 돌리며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달력에 차곡하게 쌓여가는 할 일들을 끝내놓는 것에 몰두하는 날들을 보내다 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생긴다. 늦은 밤을 맞이하다 잠이 들고, 이른 아침을 맞이하며 깨는 날들이 익숙해진 탓이다. 한껏 머리를 쓰며 할 일을 하다 부하가 걸렸던 날, 계획을 해서라도 쉴 틈을 만들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일상에서 다른 쉴
by
정윤지 에디터
2025.04.17
리뷰
전시
[리뷰] 마음을 틔우다 - 제1회 아트인사이트 기획전 ‘틔움’
그것은 때론 충실히 날것이어서 직관적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의 첫 기획전.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쓴지 5년째, 그의 첫 기획전을 볼 수 있다니 설레는 마음이었다. 위치는 성수동에 위치한 갤러리 맷멀. 아담하지만 그래서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가 좋았다. 이번 기획전에는 총 다섯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북 아티스트 Mia, 나른, 대성, 유사사, 그리고 은유 작가까지. 작가들마다의 개성이
by
박차론 에디터
2025.04.16
작품기고
The Artist
[마음의 영속]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기억은 어떻게 완결되어가는가
illust by LUST 한 열매가 맺히듯 태어나 죽고 썩고 사라진다 나무와 나무가 나란히 서서 숲을 만들고 있다 구름과 구름이 스며들어 하늘을 뒤덮고 있다 덮인 눈 위에 덮인 마음 위에 덮인 눈 사라진 줄도 모르고 사라진 것들에 대해 쓰고 있다 희고 검은 얼룩 종이를 짓누르는 연필의 만져보면 느껴집니다 없는 눈이 되어 없는 것을 바라볼 때 언젠가 바라
by
김윤하 에디터
2025.04.13
리뷰
전시
[Review] 내 슬픔도 저렇게 어여뻤으면 - 아트인사이트 기획전 '틔움' [전시]
아트인사이트 제1회 기획전 '틔움'
2025년 4월 4일부터 4월 14일까지 열리는 아트인사이트의 제1회 기획전 <틔움>은, 흘러가는 감정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움켜쥐고 이를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틔움>은 통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내면'이라는 조각을 포착합니다. 이때 통념이란, 비단 개념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에도 적용되는데, 흔히 한국에서 '나이라이팅'이라고 일컬어지는 현
by
이예린 에디터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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