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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장독 두 개를 내놓았다
내게 선사하는 새하얀 위로, 눈 오리를 기다리며
아침에 일어나보니 눈이 오기 시작했어. 나는 이미 약속이나 한 듯 서둘러 창문을 열고 된장 항아리 두 개를 내놓았다. 창문 너머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인기척이 느껴졌어. 모처럼 듣는 세상 가장 밝은 소리는 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선사했다. 일 년 내도록 네 개의 항아리는 된장과 간장을 오롯이 품어내었다. 봄의 포근함과 여름의 세찬 장맛비를 맞았다. 가을
by
권은미 에디터
2022.01.26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무애 無礙 2
이제, 악흥을 좇아 실컷 우스워지리라
찬 겨울, 억지 펴 본 가슴 안으로 시린 것이 가득 들어차 좋다. 폐부를 씻기는 맑은 것들, 이 감각과 같이, 가슴에 설기인 넝쿨을 찢으며 더 넓은 가슴으로 세상 앞에 서기를 바란다. 악흥을 좇아 마음에서 솟는 것들을 오롯이 몸에 담아 발산하기를 바란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기를, 그 아래 나와 내가 마주하여 서로 미소 짓기를…. 그로써 나를 사랑하
by
서상덕 에디터
2022.01.2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ENFP의 상상 2
개인기 학원
나는 장기자랑이 싫다. 물론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 신입생 OT에서 별것 아닌 이유로 무대에 끌려가 막춤을 춘 이후, 나는 한동안 여기저기서 ‘OT 때 걔’로 불렸다. 그 인상이 희미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는 내가 첫 학기를 거의 없는 사람처럼 보낸 이유 중 하나였고, 한동안 자려고 누울 때면 그 순간이 생각나 나무토막 같은
by
박호연 에디터
2022.01.2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상처 받을 바에는 고독할래
상처 받기 싫어 혼자인 게 좋아졌습니다
하루 중 소리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무선 이어폰의 탄생 이래로 귀는 이전보다 쉴 시간이 더욱 줄어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거나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는 등 사람들은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무언가를 듣고 있다. 나부터도 그렇다. 어딘가를 걸으며, 또 무언가를 하면서 늘 노래를 틀어놓는다. 같은 음악이 질릴 때
by
박도훈 에디터
2022.01.21
작품기고
The Artist
[거북이의 손그림] have a good night!
포근한 밤 달콤한 꿈
illust by loa / Copyright 2022. Loa All Rights Reserved. have a good night!
by
윤수현 에디터
2022.01.17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정의롭지 못한 어른의 부끄러움
어른을 믿지 않는 아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어른들이 망쳐놓은 걸 정의로운 아이들이 바로잡는다. 못난 어른은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않고 계산기 두드리며 서로의 잇속만 챙기다가 책임회피로 마무리한다. 어른이 만든 세상에 내던져져 보호막을 갖추지도 못한 어린아이에게 어른이 기어코 상처를 준다. 마치 이번 군부대 위문편지 사건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성의 없는 편지
by
장미 에디터
2022.01.16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어느 겨울밤, 다시 만난 놀이터
그곳은 눈이 쌓인 놀이터.
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몸과 마음을 침대에 뉘어 보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 잠옷 차림 그대로 패딩을 둘러 입었다. 그리고는 슬리퍼를 다급하게 끄는 소리와 함께 무작정 현관문 밖으로 향했다. 처음 맞이한 코끝의 공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욱 단단하고 묵직했다. 이내 그것은 내 안에 깊이 스며들어 깊은 청량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무도 없는 짙
by
권은미 에디터
2022.01.15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타임머신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2022년 새해의 새로운 다짐
최근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은 한 드라마를 봤다. 연애 시절과는 딴판인 아내에게 질린 주인공이 과거로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는 줄거리였다. 다른 사람과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아내를 변하게 만든 건 본인임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약간은 식상했지만 2022년 새해가 밝아서인지 시간여행
by
유수현 에디터
2022.01.04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따뜻함으로 채우고 싶었다
며칠 전 내가 티포트에 부었던 끓는 물보다 내 자신에게 선사하는 끊이지 않는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 나의 존재를 더 깊게 힘껏 우려내본다.
추운 공기로 가득한 집 안에는 온기가 없다. 빠져나간 사람들의 흔적 또한 온데간데없다. 이제 나 자신만이 존재한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나다. 밤새 굳어진 몸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 전 유리 티포트를 꺼낸다. 티포트의 텅 빈 내부는 마치 지난밤 나를 에워싼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메마른 티백을 넣고 이곳에 따뜻한 온기를 불
by
권은미 에디터
2022.01.0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무애 無㝵
악흥을 좇아 실컷 우스워지리라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세워둔 철책들을 거두어야 하는 때가 찾았다. 고꾸라지거나 꺾이지 않기 위해 대지에 깊이 박아둔 말뚝들, 비로소 뿌리가 자라니 그것들은 나를 구속하는 족쇄가 되어 있음을 본다. 이제 날아볼 만큼 나의 마음은 자유로와졌고, 나를 규정하고 보호하는 선과 푯말은 나의 한계가 되어주고 있었다. 가벼움에 대해 생각하는 나날이다. 가벼움 세 자를
by
서상덕 에디터
2022.01.0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쓰고자 하는 용기
비로소 개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이 가진 힘은 우리가 속한 사회를 샅샅이 분석하는 일 중 하나라고 여길 수 있게 됐다.
쓰고자 하는 용기. 요즘은 그것에 관해 계속 생각한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글을 솔직하게 쓰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쓸 때 가장 충돌되는 지점은 바로 이 이야기를 해도 되나, 이 이야기를 한다면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는가의 상한선을 정해두는 것이다. 실제로도 많은 글을 써오면서 불특정한 관객들이 내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겨주는 일,
by
이보현 에디터
2022.01.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언어의 정원] 사랑
언어의 정원 첫번째 단어 '사랑'
언어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고한 대로 첫 번째로 기다리고 있는 언어는 ‘사랑’입니다. 그러나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도 변명 비슷한 것들을 먼저 늘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호기롭게 첫 번째로 배치한 단어가 왜 하필 ‘사랑’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사실 사랑에 대해 쓰는 것이 자신이 있어 그것으로 포문을 연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첫 단추를 사랑
by
박세나 에디터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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