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느 겨울밤, 다시 만난 놀이터

글 입력 2022.01.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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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를 마치고 무거운 몸과 마음을 침대에 뉘어 보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 잠옷 차림 그대로 패딩을 둘러 입었다. 그리고는 슬리퍼를 다급하게 끄는 소리와 함께 무작정 현관문 밖으로 향했다.


처음 맞이한 코끝의 공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욱 단단하고 묵직했다. 이내 그것은 내 안에 깊이 스며들어 깊은 청량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무도 없는 짙은 어둠 가운데 깊숙이 다다라서야 발을 살포시 내디뎌 보았다. 그 끝에는 내 시선도 함께 얹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고운 빛이 온 사방에 펼쳐지는 향연은 넋을 놓고 바라보기에도 벅찼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충분히 머무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것일까. 창문 너머의 여전한 반짝임을 한참 동안 지긋이 바라보았다. 어둠 속 자신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대견한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찾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얼마나 춥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홀로 몸서리쳤을까?”


이튿날 나는 출근하기 위해 다시 현관을 나섰다. 그리곤 어젯밤 머물렀던 내 발자국을 다시 찾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살포시 발을 내디뎌 본다. 지금, 이 순간 모래를 딛고 우두커니 선 채로 가슴 깊이 읊조려 본다.


“추위에 얼어붙을수록 단단해지리라. 그것보다 더 단단해질 나의 발걸음을 무엇보다 굳건하게 지탱해주리라.”


아무도 찾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만난 것은 세상에서 다채롭게 빛나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곳은 눈이 쌓인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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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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