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룹 사운드 잔나비 - 이건 그들이 불 지른 나의 헌사 [음악]

5월의 축제, 잔나비의 소리가 초록을 거머쥔 기억
글 입력 2024.05.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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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대학생에게 5월은 어쩌면 꿈같은 시간일 것이다. 휘몰아치던 중간고사가 끝나고 앞으로 남은 기말고사는 “축제 이후에 생각하지 뭐”라고 하며 넘겨버릴 수 있는 시간. 좋은 핑계와 그에 곁들일 더 좋은 날씨. 축제 기간에 리허설하는 밴드들의 드럼 소리가 커져 교수님의 목소리가 서서히 잠기게 되면 더욱 실감이 난다.


- 지금, 내가 봄에 있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올해 주중 3일간 대동제를 하고 같은 주 토요일에 입실렌티라는 가장 큰 행사를 진행했다. 5월 한 달의 설렘을 책임졌던 행사이기 때문에 입실렌티에 마지막 순서로 오는 아티스트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항간에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밴드 잔나비가 엔딩이라고 했었고, 그때만 하더라도 난 그리 크게 반응을 하진 않았다. 주변에 소위 잔팬이 많았고, 그들의 이름이 익숙하게 들려올수록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는 건 다음의 일이 되었다. 이미 나는 그들을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해서일까. 팬이긴커녕 그들의 노래 중 가사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곡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 잔나비를 위한 기고글을 바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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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공연은 나 같은 뉴비 역시 그들의 문법으로 소리치게 했다. 그들의 문법으로, 후렴에 잔나비의 이름을 외치고, 화면에 비친 가사를 가슴에 숨이 차도록 부르게 했고, 밴드가 아닌 ‘그룹 사운드’를 외치게 했다. 그날의 보컬 최정훈은 빨간 망토를 쓰고 마이크 스탠드를 들어 올렸고, 어처구니없던 어린 날의 꿈을 그대로 어른으로 자라낸 영웅이었다.


잔나비가 마련해준 셋 리스트는 친절한 인사로 다가왔다. 선선한 봄바람에 어울리는 동화 같은 <투게더!>를 첫 곡으로, 뒤를 이어 잔나비 밴드의 노래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와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선보였다. 첫 세 곡만으로도 그룹 사운드 잔나비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었다.


<투게더!>에서 건네는 안녕으로는 그들이 곧 나의 음악, 마음 한 줄이 되었고,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는 짜릿한 기타 연주가 방화죄가 되어 모두를 뛰게 했다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부르는 보컬 최정훈의 떨리는 손끝이 간절한 탓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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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룹 사운드 잔나비에게 쉬운 마음이 되어 버린 나는 <전설>의 드럼 비트에서 함락되었고, 빨갛게 비춰 오는 화면의 빛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외쳤다 - 락앤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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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축제 전의 나와 같이 잔나비를 제대로 접해본 경험이 없다면, 추천 곡을 알려주기보다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체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냐면 직접 피부로 느끼는 그들의 소리는 예상 밖의 것들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1. 생각보다 그들의 음악은 잔잔하지 않다. - *먼저 '잔잔하다'는 표현은 나의 편협한 생각이었음을 밝힌다.

 

인디 밴드이며 어딘가 서정적인 것 같은 느낌의 제목의 곡들을 부르는 그들. 들어보지도 않고 잔잔한 노래들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것은 정말이지 착각에 불과했다. 앞서 말했듯, 잔나비의 노래들은 당신 안의 동심을 생각나게 할 수도, 발을 동동 구르게 할 수도, 또 마음을 울렁이게 할 수도 있다.


라이브를 통해 그룹 사운드 잔나비의 스펙트럼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를 느끼기 전에는 몰랐던, 나에겐 가장 반전으로 느껴졌던 매력이다.

 

2. 예상보다도 더 투명한 진심으로 노래한다. - 그들의 음악을 사전에 잘 몰랐음에도 흠뻑 즐길 수 있었던 이유이다.

 

가사 하나하나에, 음정 하나하나에 몸을 깎아내어 소리를 낸다고 느꼈다. 보컬 최정훈은 입고 왔던 빨간 점프슈트가 땀에 젖어 검붉어질 때까지 무대 전체를 뛰어다녔고, 목이 터져라 최선을 다해 불러주었다. 잔나비는 5월 내내 대학 축제부터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무대에 섰었고 바로 다음 날에도 공연이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날 그 현장을 위해 전혀 어떤 에너지도 남겨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해지는 무대였다.


무대에 서는 것이 아직도 떨리고, 무대를 위해 학교에 다시금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하는 꾹꾹 눌러담은 말들에 그의 진심을 투명하게 보았다.

 

3. 무엇보다, 그들은 ‘그룹 사운드’ 잔나비다. - 잔나비는 자신들을 ‘밴드’ 잔나비가 아니라 ‘그룹 사운드’ 잔나비라고 소개한다.

 

첫 등장에서부터 그들은 자신들을 시그니쳐 글씨체로 쓰여진 ‘그룹 사운드 잔나비’로 관객들에게 커다랗게 명명한다. 밴드라는 하나의 단어로 유추할 수 있는 느낌보다 ‘그룹 사운드’라고 했을 때 와 닿는 언어로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름을 따라간다고 했나, 보컬뿐만 아니라 모든 세션이 잔나비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음이 느껴졌다. 기타 솔로 부분에서 보컬 최정훈과 기타 김도형이 등을 기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구닥다리 영웅들로 불리는 베이스, 기타, 퍼커션, 드럼, 키보드 세션들이 제 박에 맞춰 무대를 빈틈없는 소리로 채워줬다.


그런데 그들의 ‘그룹 사운드’는 잔나비 멤버들에서 끝나지 않는 듯하다. 그날의 관객들까지 모두, 우리는 잔나비가 된다. <정글>에서 적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주며 관객들이 긴장감을 머금게 한다거나, <알록달록>에서 친근한 동요의 멜로디로 떼창을 유도하는 부분들은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임을 자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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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들은 말이다 - 예술은 본래의 것을 더욱 아름답거나 추악하게 보이도록 한다고. 내가 겪었던 매일이 실제로는 잔나비 노래들의 가사만큼 다채롭지는 않았더라도, 잔나비들의 문법 안에서는 나 역시 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 너머를 볼 수 있었다.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보컬 최정훈은 팬덤명을 드디어 생각해보았다고 밝혔다. 이름은 '불나방'. 다른 옵션은 없다고. 쿨한 것보다는 타오르게 뜨거운 것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이끌린 사람들. 잔나비와 그들의 팬과의 관계성을 정리하는 단어 같았다. 나 역시 그 들끓는 뜨거움에 흠뻑 취해버렸다.


- 그날, 우리는 뜨거운 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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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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