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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view] 자신을 지키지 못한 여자 - 연극 '플리백'이 건네는 가장 솔직한 고백 [공연]
웃음과 슬픔, 공감과 불편함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순간 플리백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플리백(fleabag)’. 직역하면 ‘벼룩이 들끓는 가방’이다. 영어권에서는 '지저분한 사람', '문제투성이', 혹은 '누추한 곳'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애초부터 정돈된 삶과는 거리가 먼 단어다. 작품은 이 이름처럼 상처와 혼란을 품은 한 여자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어쩌면 ‘플리백’이라는 이름은 세상이 그녀를 규정하는 말이 아니라, 주인공이
by
손혜림 에디터
2026.08.04
오피니언
만화
[Opinion] ‘귀멸의 칼날’은 왜 이렇게 회상을 많이 보여줄까 [만화]
귀멸의 칼날에서 인물의 서사를 완벽하게 만드는 전략에 관해서 살핀다.
소년 탄지로가 집에 돌아온 어느 날, 가족이 전부 죽어 있었다. 사람을 먹는 괴물인 ‘오니’가 끔찍하게 가족 모두를 죽였다. 간신히 살아남은 여동생은 오니가 되었다. 탄지로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복수를 위해서, 여동생을 다시 사람으로 돌리기 위해서 오니와 싸우기로 한다. 오니와 싸우는 부대 ‘귀살대’에 들어간 탄지로는 점점 더 강해지고 동시에 더 강한 오니
by
정진영 에디터
2026.08.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결국 사람은 다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거대하고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다.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매일매일이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는 매일 당신 덕분에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조바심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춘기 때 한번은 나만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속상했던 적이 있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을 한 가지 준다고들 하는데, 나한테만 안 준 것 같아 나를 잊었나 생각도 했다. 친구 A는 그림을 너무 잘 그렸다. 연습 한 적도 없는데 슥슥 샤프로 긋더니 금세 감탄할 만한 그림이 나왔다. 나는 작은 토끼 캐릭터만 그릴 줄 알아서
by
황수빈 에디터
2026.08.0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우리는 언제부터 영화를 설명받기 시작했을까: HOPE 호프 [영화]
《호프》를 보고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영화를 설명받기 시작했을까: HOPE 호프 오랜만에 감독의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화를 봤다. 영화관을 나설 때의 감정은 의외였다. 작품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작품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실망이었다. 상영 직후 SNS와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반응이 쏟아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감독이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시간만
by
신수빈 에디터
2026.08.01
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여름을 담아, 가장 싱그러운 마음을 전한다는 것
살구나무숲 세 번째 학예회 - '나의 ( )에게’
태어나 처음, 꽃 전시에 초대받았다. 7월의 긴 장마 사이에 고맙게도 해가 뜬 날이었다. 꽃 전시를 보러 간다 생각하니 새삼 길에 있는 식물들에 눈길이 갔다. 어느새 여름 한가운데 있는 나무들은 길어진 가지들과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고, 근사한 벽돌로 지어진 집 담장에는 탐스러운 수국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식물을 바라본다는 눈길 하나만으로 지쳐가던 여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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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 에디터
2026.07.31
오피니언
공연
[Opinion] 고통을 통해 환희로 - 뮤지컬 베토벤 [공연]
"고통을 통해 환희로Durch Leiden zur Freude"
살면서 문득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지극히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현상이 인간의 내면에서는 주관적이고 깊은 감정적 가치로 변환되어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나에겐 음악이 그러하다. 음악이란 결국 공기의 떨림이면서 수학적인 진동수의 차이로 이루어진 파동인데, 어째서 인간은 그 미세한 음의 배열에 반응해 그토록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경험하게 되는 것인가? 밝
by
이유빈 에디터
2026.07.30
리뷰
PRESS
[PRESS] 바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장 거대한 기록 [전시]
바다가 언제까지나 푸를 수 있도록
자연, 오지, 탐험, 환경보호, 생명, 다큐멘터리. 단어가 하나씩 나열될 때마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나의 존재를 떠올려간다. 속이 빈 노란색 네모를 상징으로 내세우는,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기록을 이어나가는 그곳, 내셔널지오그래픽. 비가 많이 내리는 7월의 여름날, 그들의 가장 거대한 기록을 담은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에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
by
김혜원 에디터
2026.07.25
오피니언
음악
[Opinion] 내 시간을 저장한 여름의 플레이리스트 [음악]
그 시절의 여름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노래들
가끔은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래전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잊고 지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알고리즘을 타고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한동안 듣지 않았던 노래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려던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문다. 그때 떠오르는 것은 작품이나 노래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by
김주하 에디터
2026.07.24
리뷰
PRESS
[PRESS] 붓 끝에서 번져가는 평온이 당신의 마음을 닮아서 - 조은 원화전: 오늘의 정원 [전시]
먹과 한지로 담아낸 가장 현대적인 언어, 당신의 오늘이 일궈낸 정원들
길을 가다 문득 바람 한 줌에 시선이 머무는 풍경이 있다. 때로는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햇살 한 뼘이 되기도 하고 꽃과 눈 한 송이가 되기도 한다. 흩날리는 나무와 그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림 같은 풍경이네 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 생각을 맡기고 유유히 떠내려간다. ‘정원’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식물과 꽃이 자라는
by
이상아 에디터
2026.07.23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인생 영화가 뭐예요?'에 대한 세상에서 가장 긴 답변 [자기소개]
내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를 비추는 세 편의 영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작품 속 캐릭터의 인격으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보다, 배역을 벗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더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스크린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한 감정을 보여주던 배우가 막상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순간에는 유독 수줍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
by
최수경 에디터
2026.07.2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가장 비참한 불행 속, 숨겨진 실존을 찾아서 [도서/문학]
페터 한트케의 단편 소설 『소망 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은 어머니의 실존적 삶을 담은 이야기이자 어머니에 대한 잔심 어린 애도이기도 하다.
살아있음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심장이 뛰고, 숨을 쉬며,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인 한, 눈에 보이는 생물학적 생존의 증거 너머에 실존, 즉 ‘진정한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타자와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과 관
by
서연화 에디터
2026.07.22
리뷰
영화
[Review] 지느러미가 돋은 인간도 인간인가요? [영화]
어느 날 내 몸에 지느러미가 돋기 시작했다
‘다르다’라는 것.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 이 개념에 대한 논의는 정말이지 수없이, 아주 오랫동안 현실과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 모호한 구분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고유한 ‘나’가 되는 것인데, 우리는 이 ‘다름’을 우선시해야 하는
by
김혜원 에디터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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