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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view] 삶의 모순을 끌어안고서 - 연극 '라크리마' [공연]
아름다운 웨딩드레스 한 벌에는 세 장인의 서로 다른 삶이 얽혀 있다. 일에 대한 사랑이 때로 자신을 해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을까.
독일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의 도시 스트라스부르에는 파리 외 지역에 자리한 유일한 프랑스 국립극장이 있다. 바로 그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이 제작한 연극 〈라크리마〉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단 이틀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이 진행됐다. 퇴근하자마자 부푼 마음을 안고 부리나케 성남으로 달려갔다. 좌석에 앉자 뒷자리에서 프랑스어가 들
by
장유정 에디터
2026.10.12
리뷰
공연
[Review] 27분의 영광에 바쳐진 9천 시간의 눈물 - 라크리마 [공연]
27분의 영광에 바쳐진 9천 시간의 눈물 - 라크리마
패션계에서 오트 쿠튀르를, 그중에서도 영국 왕실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한다는 것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의 영광이자 미학적 도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27분간 착용될 영국 공주의 웨딩드레스를 위해 전 세계 수십 명의 장인들이 9,057시간 동안 피땀을 쏟는 것이 얼마든지 괜찮은 일일까. 그 시간 뒤에 어떤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안다면 고개를 바로 끄덕일 수
by
채수빈 에디터
2026.10.12
리뷰
공연
[Review] 완성된 드레스, 남겨진 눈물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라크리마'
화려한 오트쿠튀르 드레스 뒤에 가려진 이름 없는 사람들의 노동과 희생을 마주하며,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순간.
10월 2일은 나의 생일이었다. 평소처럼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연극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학창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하이패션 브랜드의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컬렉션을 즐겨 보곤 했다. 특히 오트쿠튀르 특유의 정교한 제작 방식과 미학에 매력을 느꼈고, 이러한 의상들이 발레나 연극 등
by
최온유 에디터
2026.10.07
오피니언
패션
[Opinion] 몸단편 2 [패션]
좋아하는 바지가 생겼다
좋아하는 바지가 생겼다. 트렌디한 바지라고는 할 수 없는, 하지만 내 몸에 신기할 정도로 꼭 맞는 바지. 잘 맞는 한 벌의 옷은 때로는 ‘나’를 나타내게 되기도 한다. 모두 똑같이 벌거벗은 몸 위에 올리는 다양한 색과 촉감, 모양의 레이어들. 아무도 벌거벗은 채로 길거리를 다니지는 않으니, 옷은 사실 제2의 몸인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몸만큼 타고난
by
유예현 에디터
2026.09.08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독의 심폐소생술 - 팬텀 스레드 [영화]
예상치 못하는 치명을 촘촘하게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 같은 시작 사랑은 불같다고들 한다. 블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서서히 붙기 시작하는 불도 있겠지만, 한순간의 강력한 마찰로 시작되는 불, 그리하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도 있다. ‘레이놀즈’와 ‘알마’의 사랑이 바로 그런 불같다. 알마는 일하던 식당에서 실수를 한 순간 손님인 레이놀즈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나 민망해
by
안태준 에디터
2024.11.12
작품기고
The Writer
[소설] 가을비와 하얀 드레스
필자가 2월 초 집필했던 단편소설을 일부 수정하고 고쳐 쓴 작가판/편집본.
“풀어 줘.” 그녀의 말 한마디에 정신이 다시 든다. 마치 작은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친구 제나가 등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샤워실에서 물을 틀고 다시 내 앞으로 와 있었다. 내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던 것인가. 샤워기의 물이 쏴. 하고 쏟아지는 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소리는 바깥에 세차게 쏟아지는 가을의 차가운 빗
by
하지석 에디터
2024.05.23
리뷰
공연
[Review] 검은 억압 속 초록빛 갈망 -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
"초록 드레스 입고 세상 저 밖으로 나가 춤출래"
끼-이익- 대문이 열린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걸어 들어와 우뚝 선다. 딸들과 하녀들이 숨죽인다. 베르나르다가 천천히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른다. 모두 따라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른다. 발을 구르는 듯한 선율이 흘러나오며 넘버가 시작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배경이 되는 안달
by
정은지 에디터
2023.07.25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우산을 쓰지 않던 날 [문화 전반]
함박눈이 상기시킨 감각
유난히 느지막하게 잠에서 깬 날이었다. 창밖으로 눈이 소복이 덮힌 지붕들과 화분들, 서서히 까맣게 물들기 시작하는 도롯가의 눈이 눈에 들어왔다. <설국>이 떠올랐다. 올해 겨울 들어 간간이 눈이 내렸다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였다. 커피를 사러 나갔다가 걸은 도보에는 발자국이 적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잔뜩 긴장한 채 걸었다. 첫 함박눈이었다
by
이주연 에디터
2022.12.19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제5도살장 혹은 소년 십자군 죽음과 억지로 춘 춤 [도서]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은 흔히 반전(反戰)소설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이 반전소설이라고 설명하기엔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드레스덴 폭격이 배경인 이 책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어갈 때마다 ‘뭐 그런 거지’ (so it goes)라는 말을 붙이며, 죽음은 어떤 영구적인
by
박정민 에디터
2021.06.28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우리의 크리스마스 드레스코드는 수영복이었다 - 2편 [여행]
해외여행 막차 탔습니다
다음 날 아침,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에 눈을 떴다. 지프 투어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탓에 여유롭게 눈에 담지 못한 무이네 리조트의 풍경이 기대되어 서둘러 흰 이불을 제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파란색 물감을 엎은 듯한 하늘 아래는 온통 초록색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옆 방의 외국인 할머니께서는 마당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고,
by
이건하 에디터
2021.06.18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우리의 크리스마스 드레스코드는 수영복이었다 - 1편 [여행]
해외여행 막차 탔습니다
나는 몰랐다. 19년 12월의 내가 이토록 부러워질 줄. 그해 크리스마스는 바이러스를 신경 쓰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맘 편히 어디서든, 뭘 하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연말이었다. 하지만 20년 연말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몰랐던 19년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주 칭찬해주고 싶은 행동을 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기간을 베트남에서 보내기로 한 것
by
이건하 에디터
2021.06.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더 없이 근사한 부재 [도서/문학]
우리는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요컨대 요즘은 결핍이라는 단어에 제대로 꽂혀 있었다. 창작은 결핍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 결핍을 채우지 않고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고 결핍을 채운다면 창작을 하지 못할까 걱정스러웠다. “우리는 오로지 부재 속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고, 결핍 속에서만 제대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 문장이 끌렸던 이유는.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by
박소희 에디터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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