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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Opinion] '박멸'이라는 말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 연극 '노인박멸' [공연]
‘노인박멸’이라는 제목은 노인과 노화를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의 모습을 꼬집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안에 있는 노화를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극은 80대 노인 정복이 나이를 먹으며 인지증을 겪고, 가족들의 돌봄을 받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를 다룬다. 정복을 비롯한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실제 나이와 조금씩 어긋나는 나이의 배역을 연기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기저귀를 차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인처럼 얼굴에 밀가루를 바른다. 아이와 노인, 청년의 이미지가 한 몸에 겹치는 이 모습은 노화가 사회 안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만든다.
연극은 성인용 기저귀를 입은 13명의 배우에게서 시작된다. ‘노인박멸’이라는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장면 앞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고 있으면, 한 배우가 머리에 밀가루를 뒤집어쓴다. 얼굴을 새하얗게 만들고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 뒤, “이 사람은 80대 노인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이후 차례로 중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얼굴에 밀가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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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9.15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여성의 삶과 노동을 다시 읽기 - 연극 '역행기' [공연]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을 나열하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삶이 어떤 시대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연극 ‘역행기’는 여성의 노동과 삶을 수메르 신화와 엮어 풀어낸다.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을 나열하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삶이 어떤 시대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연극 ‘역행기’는 여성의 노동과 삶을 수메르 신화와 엮어 풀어낸다. 수메르 신화 속 여신 인안나는 지하 세계를 정복하려다 저승의 여왕이자 자신의 자
by
노미란 에디터
2026.09.14
리뷰
공연
[Review]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경계 - 연극 '인간동물들' [공연]
연극 '인간동물들'의 무대는 비닐 커튼으로 둘러싸인 무균실처럼 꾸며진 공간이다. 그리고 연극은 그 공간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비둘기의 충돌로 시작된다. 창문에 갑작스럽게 부딪힌 비둘기는 불쾌하지만 동시에 금방 기억에서 잊힐 별거 아닌 사건이다. 그러나 이 작은 충돌은 평화로워 보이는 인간의 일상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낯선 존재는 우리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기에,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해진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 익숙한 관계 속에 머무르고자 한다. 그리고 익숙함의 바깥에 남겨진 존재들은 위험하고 불쾌하며, 때로는 배제해도 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낯섦은 그렇게 두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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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9.06
리뷰
공연
[Review] 재현할 수 없는 사람을 재현하는 일 - 연극 '자객열전Ⅱ, 안응칠 워크숍' [공연]
역사적 인물을 재현하는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인물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을 넘어 실제 그 인물을 재현하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연극 <안응칠 워크숍>은 단순히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은 어떠했는지를 알아가기 위한 시도를 다룬다. 안중근에 관한 연극을 만들어가는 연출가와 배우들, 그리고 무대감독은 기존의 신화화된 안중근을 다루는 대본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서사의 가능성을 찾아내고자 한다. 이들은 안중근이 뤼순 감옥에 투옥되어 있을 때 쓴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바탕으로 여러 놀이와 시도를 반복하며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역사적 인물을 재현하는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인물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을 넘어 실제 그 인물을 재현하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연극 <안응칠 워크숍>은 단순히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은 어떠했는지를 알아가기 위한 시도를 다룬다. 안중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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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8.08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잠시 순간을 돌아보는 일 - 연극 '대머리였던가?' [공연]
'대머리였던가?'는 30분 남짓한 러닝타임의 짧은 연극이다. 보통 60분 이상 이어지는 다른 연극 공연과 달리, 이 작품은 잠시 멈춰 서서 보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러닝타임을 택했다. 형식 역시 낭독 공연으로, 매일 다른 캐스팅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간결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초연 당시에는 강동, 혜화 등 다양한 카페를 오가며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이번에는 성수의 길가에 있는 작은 복합문화공간에서 공연되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공간에서 잠시 보고 갈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이 '대머리였던가?'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머리였던가?'는 30분 남짓한 러닝타임의 짧은 연극이다. 보통 60분 이상 이어지는 다른 연극 공연과 달리, 이 작품은 잠시 멈춰 서서 보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러닝타임을 택했다. 형식 역시 낭독 공연으로, 매일 다른 캐스팅의 배우들이 공연하는 간결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초연 당시에는 강동, 혜화 등 다양한 카페를 오가며 공연이 이루어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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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7.08
리뷰
공연
[Review] 이야기는 현실을 어떻게 풍자하는가 - 연극 '구미식' [공연]
연극 '구미식'은 역시 이러한 정치풍자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작품은 현실을 보여주는 데 있어, 오히려 연극이 허구임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객에게 드러낸다. 배우들은 자신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풍자는 개인이나 사회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이다. 풍자를 활용하는 작품 속에서 현실은 허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재현되고, 관객은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대상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풍자는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르이다. 연극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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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6.30
리뷰
공연
[Review] 삶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는 처음으로 시를 써 내려가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70대가 넘어서야 문해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영란, 춘심, 인순, 분한은 "늙으면 죽어야지"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로 향한다. 글자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지만, 새로운 글자를 익혀 나가는 과정은 설렘이기도 하다.
문학의 갈래 중 하나인 시는 자연이나 인생에 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글이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감각과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는 처음으로 시를 써 내려가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70대가 넘어서야 문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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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6.26
리뷰
공연
[Review] 파도를 지나 남는 것들 - 연극 '너울' [공연]
연극 '너울'이 그려내는 사랑과 돌봄의 시간
연극 ‘너울’은 등장인물 플로와 애니, 그리고 벨의 20대와 50대의 시간을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작품은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비추며, 과거의 선택과 관계가 현재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퀴어인 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며 시간을 살아내는지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작품 속 세 사람의 삶은 제목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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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5.23
오피니언
공연
[Opinion] 영생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 - 연극 '모어 라이프' [공연]
‘모어 라이프’의 영생이라는 거대한 SF적 상상력을 인간 개개인의 감정과 삶의 측면에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는 이야기는 기술의 발전이 눈에 띄게 이루어지는 지금 시대에 의미가 있다. 작품은 기술의 발전 자체를 단순히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이 아닌, 대신 변화한 세계 속에서 여전히 다른 입장으로 충돌하고, 여러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비춘다. 결국 연극은 수많은 변화 후에도 계속 인간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인간의 생명, 그리고 영생에 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인간이 오랫동안 던져온 질문이다.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오늘날, 특히 예술 작품들은 인간의 신체와 영생에 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연극 ‘모어 라이프’ 역시 인공 신체를 통해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이 가능해진 4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이에 관한 여러 질문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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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5.15
오피니언
공연
[Opinion] 현실은 끝내 희곡이 되지 않는다 -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연극 '마우스피스'는 연극의 재현 방식과 그 불완전성에 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연극의 시초로 이야기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비극, 즉 연극의 궁극적인 목표로 카타르시스를 제시한다. 연극 속 주인공의 비극을 통해 관객은 억눌려 있던 감정을 해방하고, 이를 통해 자기 삶에 대한 교훈과 성찰을 하게 만드는 일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연극의 의미였다. '시학'은 이외에도 연극이 갖추어야 할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오랫동안 극작술의
by
노미란 에디터
2026.05.14
리뷰
공연
[Review] 나의 아름다운 미완성 - 연극 '삼매경' [공연]
연극 <삼매경>은 과거 함세덕의 <동승>에서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극은 배우의 후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세간의 호평을 받았으나 배우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도념이 되어 연기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남아 있다. 과거의 이야기에 연극은 환상을 덧붙인다.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과 완전히 동일하게 보이는 것을 좋은 연기라고 한다. 그리고 배우들은 인물을 온전히 연기해 내기 위해,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연극 <삼매경>은 과거 함세덕의 <동승>에서 도념 역을 맡았던 배우 지춘성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극은 배우의 후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세간의 호평을 받았으나 배우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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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3.28
리뷰
공연
[Review] 진실을 말할 수 없던 이들의 이야기 -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 [공연]
극단 적의 고전 다시쓰기의 연장선인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은 ‘오셀로’에서 진실을 말할 힘을 얻지 못했던 데스데모나의 입장에서 다시 쓰인 듯 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총 4명의 여성은 시대상의 이유로 인해, 자신의 출신으로 인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의 힘을 얻지 못한 이들이다. 힘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플롯 속 촘촘했던 플롯에 담기지 못한다. 대신 비선형적이고 분해된 플롯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재구성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남자 주인공 오셀로는 이아고의 흉계에 넘어가 자신의 죄 없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불신하게 된다.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나 오셀로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아내를 살해하는 데 이른다. 나중에서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진실을 말했음을 깨닫고 크게 후회한다. 극단 적의 고전 다시쓰기의 연장선인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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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 에디터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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