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낙범 작가의 회화는 전통에 대한 재해석에서 시작된다. 이는 전통성의 승계보다는 전복에 가까우며 초기작에서 나타난 명화의 번역 작품에서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는 간단히 명도와 채도의 개념으로 인지된다. 형태를 구축하는 데생은 명암에 의존하며 필수 불가결한 요소, 즉 어떤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작가는 고흐, 모네 등 작가의 작품에서 순수하게 채도로만 구성된 색을 추출하여 색 띠로 이루어진 화면을 구성한다. 색이라는 명확하면서도 규정지을 수 없는 실체를 통해 형태로 인한 해석으로 한정될 수 있는 작품의 의미를 갱신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렇게 색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일찍이 회화의 기본 속성으로 일컬어졌던 디제뇨(Disegno, 형태) 콜로레(Colore, 채색)의 논의와 주로 대상의 형상에 주목해온 회화의 역사를 상기할 때 색채를 기반으로 회화 전체의 의미 구성을 재조율하는 작가의 시도들은 자못 혁신적이다. 이러한 색에 대한 착상을 기반으로 경계 없는 사색을 거듭하는 작가의 회화 언어는 철학, 영화, 연극, 과학의 개념을 무한정 흡수하며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의 행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사선'에 대한 표현으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초기의 회화에서 발견되는 재해석과 번역의 '다시 규정지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색 띠의 수직 수평 구도는 수학의 X축 Y축처럼 명확하며 안정적이지만 의미 형성의 고착으로 이어진다. 작가 스스로 색을 통해 기존의 의미망으로부터의 탈주를 감행한 것처럼 사선이 주는 불확정성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로 인해 도출된 오각형은 수직 수평 사선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며 온 사방으로 펼쳐져 나가는 무한대를 상징한다. 이런 오각형에 실체의 최소단위 개념인 '모나드'(Monad)의 개념을 차용, 무한증식 시킨 작품은 모노크롬 회화를 연상시킨다. 뒤러와 쟈코메티의 판화와 조각에서 드러나는 오각형의 물체에 주목하여 만들어진 조각 작품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학자의 입장에서 비정형적이거나 모호한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멜랑콜리아(Melencolia)의 상태를 은유한다. 이는 그의 지적 욕망과 동반되는 허무를 표현하는 재전유로서 농담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전시정보
전시장소
갤러리인
전시기간
2014.10.22 ~ 2014.11.12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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