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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하늘에 거인이 살아요! [음악]

뮤지컬 Into the Woods 속 거인을 본 소년, 잭의 노래

by 유예현 에디터
2026.07.27 18:43

 

 

 

 

“하늘에 거인이 살아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신하나 “늑대다!”를 외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떠오르는, 막을 여는 외침!


*


이 강렬한 외침은 뮤지컬 Into the Woods (1986)에 등장하는 한 넘버의 제목이자 첫 번째 가사다.

 

Into the Woods는 스티븐 손드하임(Steven Sondheim)이 음악과 가사를, 제임스 라파인(James Lapine)이 극본과 연출을 맡아 신데렐라, 라푼젤, 빨간 모자 등 익숙한 동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중 ‘Giants in the Sky’는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듯, 동화 ‘잭과 콩나무’의 주인공 잭이 하늘에서 거인을 만난 뒤 그 존재를 알리는 노래다.

 

구린 화질의 공연 녹화본 속에서, ‘젊음’의 표본이라 할 만한 소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대 중앙으로 뛰쳐나온다. 소년이 등장하자 무대 위 사람들은 순식간에 양옆으로 갈라지고, 반주는 숨을 죽인 채 소년의 첫마디에 긴장감을 더한다.

 

“There are giants in the sky.”


대사 직후 울리는 묵직한 악기 소리, 그리고 뒤따르는 소년의 두 번째 경고.


“There are big, tall, terrible giants in the sky.”


그러나 왜인지 소년의 빨간 볼과 반짝이는 두 눈은 경고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소년은 이어 빠른 호흡으로 구름 위 세상, 그리고 거인에 대해 말한다.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향한 이야기가 아닌듯, 점점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소년의 목소리를 따라 우리의 눈 앞에도 거인의 그림자가 일렁인다.

 

 

When you're way up high and you're on your own / 저 높은 곳에 홀로 서 있을 때 

In a world like none that you've ever known /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에 있을 때

And the sky's like lead and the earth's like stone / 하늘은 납 같고 땅은 돌 같지

You're free to do whatever pleases you / 네 마음 가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Exploring things you'd never dare / 감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탐험하며

'Cause you don't care when suddenly there's /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A big tall terrible giant at the door / 문 앞에 거대한, 키 큰, 끔찍한 거인이 나타나

A big tall terrible lady giant sweeping the floor / 바닥을 쓸고 있는 거대한 여자 거인이

 

 

이어 여자 거인을 맞닥뜨린 잭은 그녀의 품에 안기게 되지만, 그보다도 거대한 거인이 자신을 잡아 먹으려 해 서둘러 도망쳤다고 얘기한다.


 

And you scramble down, and you look below / 허둥지둥 빠져 나와 내려다보면

And the world you know begins to grow / 네가 알던 세상이 점점 커져 가

The roof, the house, and your mother at the door / 지붕도, 집도, 문 앞에 서 있는 엄마도

The roof, the house, and a world you never thought to explore / 지붕도, 집도, 그리고 한 번도 탐험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세상도

And you think of all of the things you've seen / 그리고 네가 본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And you wish that you could live in between / 그 두 세계 사이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But you're back again, only different than before / 하지만 넌 다시 돌아왔지, 다만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After the sky / 하늘에 다녀온 뒤

 

 

잭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눈빛 속에는 해방감이 엿보인다.

 

우주의 존재를 모르던 세상에서 ‘거인이 살고 있는 하늘’은 어쩌면 또 다른 우주였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이자 내가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지 일깨워주는 세계. 그러므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계다.


잭에게는 사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것은 중요치 않다. 단지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세계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이다. "And you think of all the things you’ve seen / And you wish that you could live in between"이라는 가사처럼, 잭은 습관처럼 한 쪽 발을 땅에 딛고서도 영원히 하늘을 기웃거리며, 다른 한 쪽 발은 다시 콩나무를 탈 준비를 한 채로 살아가지 않을까.


어렸을 적 나는 우리집 화장실에 요정이 산다고 믿었다. 책장 선반이 각종 요정과 공주, 그리고 그들의 세계를 탐험하는 평범 소녀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으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까. 왜 하필 화장실었는지 묻는다면.. 아마 밤 중 켜 놓은 화장실의 불빛이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 같다고 생각했나보다. 어느 밤중에, 나는 잘못 태어난 이 세상에서 다른 세계로, 신비한 마법과 모험의 세계로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잭의 눈빛에 홀렸던 걸까. 나는 보지 못했던, 믿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세계를 자신은 봤노라 확신에 차서 외치는 소년이 부러웠던 걸까. 잭의 노래를 들을 때면 나는 ‘wonder’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전에는 ‘경이’라고도, ‘놀라움’으로도 번역되지만 두 단어로는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대신 이 노래를 그 단어의 정의로 들이밀고 싶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본 이의 눈빛, 더 이상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는 자의 눈빛을 나는 ‘wonder’라 부르고 싶다.

 

노랫속 잭의 마지막 말은 잭에게 거인이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해주었음을 확증해준다.

 

*

 

"There are big tall terrible awesome scary

wonderful giants in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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