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래전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잊고 지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알고리즘을 타고 눈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한동안 듣지 않았던 노래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려던 순간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그 자리에 오래 머문다.
그때 떠오르는 것은 작품이나 노래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그것을 접했던 계절과 공기, 그 시절의 감정, 그리고 그때의 나까지 함께 따라온다. 음악과 영상은 단순한 콘텐츠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다, 시간을 통째로 담아두는 작은 타임캡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플레이리스트가 가장 크게 바뀌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그전까지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인디 음악을 듣는 정도였지만, 친구가 여러 인디 밴드를 추천해 준 이후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 한층 넓어졌다. 새로운 밴드를 찾아 듣고,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를 하나씩 발견하며 플레이리스트를 채워 나가는 일이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 시절 자주 듣던 노래를 재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멜로디가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 이어폰을 꽂고 걸었던 길, 그 여름의 공기와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모습이 먼저 스쳐 지나간다. 시간이 흘렀는데도 노래 한 곡이 그 모든 것을 생생하게 되살려 주는 걸 보면, 음악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오늘 전할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히 여름에 듣기 좋은 노래들이 아닌 내 시간을 저장해 둔, 그리고 지금도 그 시절의 여름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노래들이다.
blues - seshin
거짓말 같은 blue
지금 여긴 너무 파란색의 blues blues blue
지금 여긴 너무 파란색의 blues blues
파도에 일렁이다 부서져
그냥 간직해 이 part to you
거짓말 같은 blue
지금 여긴 너무 파란색의 blues blues
술래잡기 - 재하
너가 또 한 발짝 멀어지면
다시 너를 또 잡을 수 있게
날이 선 너의 말투 속에도
우리 추억이 남아 있는데
I'm singing like La Tata Rata
감춰왔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면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해
파아란 - 홈보이
검은색 방안에 파아란
나 몰래 들어온 바람 나를 지나가도 말야
계속 푸르길 난 바라 너를 만났으니
봄 너를 만났던 내 겨울 너를 만났으니 가을
너를 만났던 내 여름
우리는 준비 되지않은채로,
떠나가는 인연을 막을수도 잡을수도 없었어.
외계어 - 몽훈
이해하고싶어 틈에 끼고 싶고
이런 시간들이 모여 피어나나 싶어
이어폰을 꼈어 꿈에서나 봤던
우주비행 하고 싶어 멀미약을 삼켰어
나름 내면의 간지 패딩 입은 애같지
하믄 패딩이랑 똑같지 난 그럼 I4P
난 열심히 해 개 바뻐 우린 충분히 바뻐
근데 가끔 구름 위 별에 있는
사람들의 노래는 외계 외계 외계어
paint laurent - 김뮤지엄
paint the world with me?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어질러진
마음이 정리가 되어가
콧노래 whipeepee
너 눈엔 사랑이, 콧노래 whipeepee
WAVE -CIX
Go beyond the wave
우리만의 pace 거센 운명을 헤치고
서로를 닮아가는 flow Go beyond the wave
새로워질 fate 몰아친 파도 끝에 결국 닿을
자유로운 내일을 믿어
부딪치고 다쳐도 믿고 있어
내 온몸을 적신 청신호
몇 번이고 되뇌고 되뇌며 나가
또 한 걸음 We should be together, better
파란색 - KOZ POP
이번 여름지나가기전에 바다보러가자
거긴 파란색이 보이니까
나는 파란색이좋아
어렸을때부터 맞아 답답한건 딱 싫으니까
놀러가기전에 핸드폰은 끄고나와
맞아 이제 겨울지나 여름이야
나는 파란색이 좋아
넌 왜 고민하는지
파란색보다도 너는 뭐가 좋은지
알고싶어 나는 그래 너의 마음이
시원하게 말해줘 이 파란색같이
우리에게 쏟아지는 별들을 - 위수
모래 사장 위에 누워
우리에게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았네
너와 함께한 순간들에
피어난 모든 불안한 감정들이
내게는 두려울 만큼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니가 이 넓은 바다라면
나는 기꺼이 빠져들어
josee! - 데이먼스 이어
너는 달을 볼 때 눈이 커졌고
나는 너의 눈에 비친 것을 보네
네가 사랑하는 것이 나와 같아
나는 너를 보네
꽃이 피어가는 줄도 모른 채
고운 너의 그림자를 안고서
마지막처럼 입맞춤을 추곤
우리 늙지 말자
잘자 나의 우는 사랑
++
유명해지기 전부터 좋아했던 데이먼스 이어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여름 플레이리스트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당신의 그 시절로 데려다주는 여름의 노래는 무엇인가요?